금융권 ‘탐욕’에 지친 소비자들
금융권 ‘탐욕’에 지친 소비자들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1.25
  • 호수 8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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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엔 금융 불신 해결할 수 있을까

무늬만 갖춘 보호제도에 반응 '싸늘'
금융소비자들, 근본적인 대책 원해

금융사들의 폭리와 횡포에 견디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이 ‘소비자 주권’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실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은 키코 상품 불완전판매로 하루아침에 중소기업들을 부도로 내 몰은데 이어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까지 금융권의 부실과 탐욕에 따른 피해는 결국 금융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넘어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부가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각종 방안을 제시, 주권보호에 나섰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정부정책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욱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 기능을 따로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조직을 새로 만들고, 불공정하거나 약탈적인 영업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의 핵심이다.

금감원·금소원 중복규제 따른 혼란우려

정부는 금융감독원 내에 인사․예산 업무가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고 금융회사의 판매행위에 대한 규제와 제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하는 금융상품자문업이 신설되고 대출모집인에 대한 등록규정이 마련돼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또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분쟁조정 시 500만원 이하의 소액에 대해 금융회사의 소송제기가 금지된다.

금소원은 금감원과 협의해 예산을 편성하지만 최종 승인권은 금융위가 갖는다. 금융분쟁조정․금융교육․민원처리 등의 업무는 금소원의 전속업무로 규정된다. 또 금융회사에 대한 사실조사권을 갖게 되고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에 조치를 건의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된다.

다만 금소원에 감독․재제․검사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은 배제됐다. 지금과 같이 금감원이 이런 권한을 유지하게 된다.

정부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간 분쟁 시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해 분쟁조정제도를 무력화하는 행위도 개선했다. 금융회사는 500만원 이하의 사건에 대해서는 분쟁조정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소송제기를 할 수 없게 됐다. 또 분쟁조정절차와 소송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법원이 분쟁절차의 진행을 결정하게 하는 ‘소송중지제도’를 도입해 소비자권익을 높이기로 했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업권별로 적용됐던 규제체계도 기능별로 재편된다. 모든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예금성․투자성․대출성 상품으로 재분류되고 모든 금융회사와 판매업자들이 직판업자․판매대리․중개업자․자문업자로 나눠진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은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를 동시에 규제하다 보니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건전성 감독은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소비자보호를 위한 영업행위 감독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금감원에 기존의 건전성 감독 기능을 그대로 두고 금감원과 분리해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소원을 신설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 기능을 수행할 금소원이 금융감독원 산하의 독립기구로 설치돼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될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만 하다. 무늬만 갖춘 소비자 보호 대책이라는 평가마저 대두되고 있다.

금소원의 독립성에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소원을 ‘준독립기구’라고 하지만 인사와 예산은 물론 업무에서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입김을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게다가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운영예산의 대부분을 금융회사한테서 받는 분담금과 수수료 수입에 의존해 업계로부터의 독립성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소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금감원에서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며 정부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감독기능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한 기관이 수행하면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소원에는 금융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검사권이나 제재권도 없다. 문제가 생기면 금융회사에 ‘사실 확인’ 정도의 조사를 하고 금융위나 금감원에 조처를 건의할 수 있는 권한밖에 없다. 업계에선 금감원과 금소원의 중복 규제에 따른 시장 혼란마저 우려하고 있다.

선진국, 금융소비자보호 어떻게?

그렇다면 선진국들의 금융 소비자 제도는 어떠할까.

세계적으로도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 개선문제는 주요 관심사이다.

신뢰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위해서는 소비자보호가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금융 선진국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의 답을 ‘교육’에서 찾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각종 금융 사기나 리스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선진국들은 금융소비자들의 보호를 위해 소비자 교육을 위한 기관들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소비자금융교육기구를 지난 2010년 설립해 각종 금융프로그램으로 소비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또 민간 차원에서는 개인금융교육재단을 통해 금융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 역시 지난 2001년부터 금융소비자국을 통해 청소년 교육용 사이트 등을 운영하며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는 호주증권투자위원회을 통해 소비자들의 금융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 피해 보호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선진국들은 이미 금융소비자전담기구를 설치해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이 잘 되있는 상태”라며 “국내에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사들의 자발적 노력과 함께 자칫 과도한 규제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한 감독당국의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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