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변액보험 부실판매 실태
생보사 변액보험 부실판매 실태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1.25
  • 호수 8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익률·판매관행 모두 낙제 수준”

KDB생명 12개사 중 ‘꼴찌’…가입자 만족도 '최악'
수익률 저조도 문제…가입 초기 수수료 체계 지적

지난해 가장 부진한 수익률을 낸 변액보험이 판매관행 마저도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생명보험사들이 변액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보장내용이나 혜택범위 등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가입자들을 모집하는 ‘불완전 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별 소비자의 재무설계에 기반을 둔 적합한 변액보험 상품을 소개하지 않아 더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4분기 16개 생명보험사 240명의 설계사를 대상으로 '변액보험판매에 대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교보·대한 등 생보업계 빅2를 포함한 12개사가 낙제점수에 가까운 60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12개 생보사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변액보험으로 벌어들인 수입보험료는 약8조5690억원으로 월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낙제점을 받은 12개사 중 교보생명, 대한생명, 동부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알리안츠생명, 흥국생명, AIA생명, ING생명 등 11개사는 40~59점 사이에 있었고, KDB생명은 40점도 획득하지 못할 정도로 ‘낙제 수준’에 가까웠다.

그나마 삼성생명, 에이스생명, 푸르덴셜생명, PCA생명 등 4개사가 60~79점에 위치, '보통'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 4개사는 전체 수입보험료 중 변액보험만으로 각각 22.5%, 45.5%, 23.1%, 64.0%의 매출을 올리는 등 변액상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80점 미만의 점수가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업계 리딩사들 조차 평가 점수가 낮다는 것은 결국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상품 판매 전반에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는 셈.

특히 미스터리쇼핑 진단결과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적합한 보험 권유, 진단결과와 다른 성향 상품 선택시 부적합사실 안내, 진단결과확인서 교부 및 안내 등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더욱이 적합한 변액보험 권유 항목의 가입자 만족도는 100점 기준에 9.7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생보업계는 이 같은 조사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나름대로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 직원들에게 교육도 열심히 시키고 신경을 써 왔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회사당 16명의 설계사를 샘플로 한 것으로 모집단이 너무 적어 검증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제재에도 민원속출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 성과를 나누어 주는 보험 상품이다.

따라서 자산운용성과가 좋을수록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001년 도입 초기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원금손실이 속출하면서 지난 2007년 5조원이던 신규 가입금액은 2011년 절반으로 급감했고 이로 인해 가입자와 보험사 사이에 불완전 판매 분쟁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함에도 실제 판매 과정에서 이 같은 특징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계약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가입을 권유해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상품내용을 적립식 펀드로 표현해 고객으로 하여금 오인하는 일이 빈번했으며 또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것을 싫어하는 고객들에게 단기투자 상품으로 권해 설명하거나 단기간 운용시 수익률이 저하되는 이유와 사업비 항목에 대한 정확한 답변없이 계약을 체결하는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이 같이 변액보험의 불완전 판매가 판을 치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업을 개정, ‘적합성 원칙’을 도입했다.

‘적합성 원칙’이란 보험계약자의 연령, 재산상황, 보험가입 목적 등을 파악하고 변액보험의 위험성을 감안해 변액보험이 보험계약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하지 말아야 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들은 면담 또는 질문을 통해 보험계약자의 보험가입 목적 등을 파악하고 보험계약자의 서명을 받아 이를 관리하고 확인받은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변액보험의 불완전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가입자들의 피해를 예방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큰 폭 마이너스에 가입자들 '불안'

불완전 판매 외에도 저조한 수익률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변액보험의 수익률은 지난해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12.87%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물론 코스피 하락률보다도 저조한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주가 급락에다 높은 수수료로 인해 수익률이 특히 저조했다. 생보사들은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하면 원금이 보장된다고 설명하지만 지난해 큰폭의 마이너스가 발생하면서 가입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변액보험의 수익률 부진은 가입 초기에 큰 부담을 주는 수수료 체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매달 내는 보험료에서 위험 보험료, 사업비 등 기본 항목을 차감하고 나머지 돈만 특별계정으로 옮긴다. 이때 떼는 수수료는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통상 보험료의 5~10%, 변액유니버설보험은 10~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의 판매 수수료는 일반펀드보다 많다”며 “이마저도 선지급 방식으로 90% 이상을 가져가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액보험은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할 경우 펀드 수익률과 상관없이 계약자가 처음 가입한 보험금액은 보장한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나쁘면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 지급여력비율 등이 떨어지게 된다.

생보사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초기 수수료가 많기 때문에 운용사가 똑같은 포트폴리오로 운용하더라도 수익률은 펀드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최저보증 수수료가 1%가 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투자자들한테 부담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투자상품과 비교해 안정성은 더 높아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