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 J에게" - 우스워 죽을 지경
"나의 연인 J에게" - 우스워 죽을 지경
  • 김충교
  • 승인 2012.01.16
  • 호수 8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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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여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치인이 예라고 말하면 그건 글쎄요라는 뜻이다.
정치인이 글쎄요라고 말하면 그건 아니요라는 뜻이다.
정치인이 아니요라고 말하면 모두가 그를 개자식으로 취급한다.
반면에 여자가 아니요라고 말하면 그건 글쎄요라는 뜻이다.
여자가 글쎄요라고 말하면 그건 예라는 뜻이다.
여자가 예라고 말하면 모두가 그녀를 잡년으로 취급한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소설 <웃음>에 나오는 조크입니다.

<웃음>에는 이 같은 조크가 100여개나 나옵니다.

읽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맙니다.

그렇다고 피식하고 바로 반응이 나오는 조크는 결코 아닙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나 현상에 그만 동의하면서 짓게 되는 웃음입니다.

웃음 짓게 만드는 조크 단편들은 모두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천재성에 놀랄 뿐입니다.

웃음이라는 가벼운 소재를 다루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추리소설처럼 스릴이 있고 놀라운 반전이 있습니다.

프랑스 국민 코메디언 다리우스의 의문사를 추적하는 두 기자의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웃음의 이면에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음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웃음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것은 거대조직이며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으로 달고 사는 웃음에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발상이 돋보입니다.

상상력의 영역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단지 웃고 말아버리기에는 뒷맛이 씁쓸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풍자가 우리 삶의 단면을 정곡으로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속에서는 ‘우스워 죽을 지경’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묘하게도 우스운 것과는 다른 허탈함을 불러옵니다.

요즘 돌아가는 대한민국사회의 모양새와 오버랩 되면 느낌이 더해집니다.

특히 정치권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정말 가관입니다.

드러난 사실을 놓고 관련 당사자들이 보이는 행태는 코메디나 개그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한마디로 ‘우스워 죽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솔직한 기분은 금세 ‘허탈해 죽을 지경’이 됩니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중앙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 현역의원의 비서가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향 선후배 사이인 한나라당 출신의 국회의장 비서와 공모했다더군요.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 독립문제를 놓고 현재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결과는 거의 비슷합니다.

두 비서가 공명심에 벌인 일이고 배후는 없다는 겁니다.

중앙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꼬리자르기식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젊은 두 비서의 단독범행이라고 하니 정말 ‘우스워 죽을 지경’입니다.

‘만사형통’으로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에 대한 말도 많습니다.

위기에 처한 이해당사자들이 보좌진을 통해 로비를 시도했던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뭉칫돈이 오간 것은 물론이구요.

그럼에도 이 의원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보좌진이나 비서진 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거지요.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 물어도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어김없이 또 비서 탓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심측근의 비위사실이 드러나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엮인 인간관계의 고리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습니다.

아랫사람들의 일로 자신은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역시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그들은 권력으로 인식돼 온 게 사실입니다.

과연 권력으로 가는 루트의 길목을 지키던 아랫사람들만이 권력을 행사했을까요.

정말로 ‘우스워 죽을 지경’입니다.

한나라당 당 대표선출을 둘러싼 잡음은 점입가경입니다.

고승덕 의원의 돈 봉투 폭로로 금권정치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 대표 선출은 줄 세우기만으로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지목된 당사자들은 또 비서진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레파토리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젠 2007년 대선 경선과정의 돈선거 의혹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에도 불이 당겨지고 있습니다.

이판사판 싸움판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은 딴 나라 얘기처럼 자화자찬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압권은 지난 해 9월 30일 발언으로 가히 달인 수준입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또 4대강 공사로 전국곳곳을 파헤치면서 한 발언은 두 손을 들게 만듭니다.

그는 “세계가 나를 녹색성장의 아버지라고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쯤 되면 평범한 사람들의 웃음보는 한계상황에 이릅니다.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는 것이지요.

2012년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한 말씀하셨습니다.

인권과 남북관계에 대해서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인권 등의 문제를 주도하는 나라의 하나가 됐다고.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나가며 (북한에)인도적인 지원을 해나가고 있다고.

그러나 실상은 대통령의 말씀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는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엠네스티는 한국정부가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지난 해 미국 프리덤 하우스는 한국의 언론자유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켰습니다.

<언론자유보고서>를 통해 언론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말입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우리나라를 감시대상국으로까지 분류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우리 정부를 향해 ‘상종도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장기인 무대포식 주장과 으름장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현 정권하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만은 사실입니다.

실상이 이럴진대 정부와 집권당 리더들은 자뻑과 발뺌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해서 많은 국민들을 ‘우스워 죽을 지경’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웃음의 배후를 밝혀야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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