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끝이 없는 ‘탐욕 잔치’
금융권, 끝이 없는 ‘탐욕 잔치’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1.16
  • 호수 8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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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탐욕’ 너무 심하다”

금융권,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 거둬
서민 돈으로 불린 돈, 자신들 배 채워

금융권 전반에 걸쳐 ‘탐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가 또 다시 비난의 불씨를 지폈다.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

손보업계의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당기순이익은 1조 5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나 치솟았다. 이 가운데 상위 4개사의 당기순이익이 전체의 86.6%인 1조 3440억원에 달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전년 동기의 1.5배인 62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2위 현대해상과 3위 동부화재의 순이익도 각각 238%와 188% 늘었다. 업계 4위인 LIG손보 역시 전년의 5배가 넘는 137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3월까지 남은 4개월을 감안하면 2011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약 2조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손보사들은 이 같은 순이익을 기록하자, 가장 먼저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일 계획에 돌입했다.

삼성화재는 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근거로 연봉의 40%에 달하는 금액을 이달 중 지급할 예정이며, 현대해상 등 다른 손보사도 연초나 회계연도가 끝나는 5~6월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00~300%의 격려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월급의 400%이상을 보너스로 지급하면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즉각 보험료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장은 "손보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를 대며 보험료 인하를 거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성과급 잔치로 흥청대기보다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손보사는 고객들의 보험료 인하 요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손보사는 투자영업 이익이 늘어난 것일 뿐 보험영업에선 적자라고 토로했다. 손해율도 여전히 높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1%로 전월의 76.8%보다 2.3%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1월 83.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적정 손해율 71~73%를 웃도는 것이다. 대부분 손보사들이 이를 보험영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손보사의 이 같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상 최대 수익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주식․채권․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한 것으로 투자이익의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해율이 높다는 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평균 손해율은 75.6%다. 전년 동기 81.4%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손해율이 오른 것은 교통사고가 빈번한 계절적 요인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은행권도 자신들 배 두드려

‘탐욕’ 논란이 이는 것은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은행권 또한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조원에 이른다. 이는 4대 금융지주의 2010년 순이익 합계보다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3조원 이상, KB금융과 우리금융은 2조원대, 하나금융은 1조원대의 순익이 예상된다.

신한금융 계열 신한은행의 성과급 규모는 가장 큰 순익을 낸 만큼 은행권 최고 수준인 최대 300%지급을 논의 중이다. 우리은행은 100% 지급을 거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눈치를 보고 있으나 지난 6년 동안 성과급을 받지 못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월 급여의 150%와 피복비·구두비·연차수당 등을 지급해 사실상 성과급은 200%에 이른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1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서민들의 가계 부채는 급증하고 상당수 중소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를 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한 직장인은 “서민들 돈으로 이자장사를 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자신들 배만 불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소기업과 서민 등 금융소외 계층을 등에 업고 가계대출과 수수료 수입 등으로 손쉽게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과실’을 독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은 “은행이 어려울 때 혈세로 메워주지만 최고 실적을 냈다고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며 “손쉬운 예대마진으로 가만히 앉아서 돈버는 은행들이 자신들이 잘해서 이익을 냈다고 생각하는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들은 한결같이 성과에 대한 보상은 당연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지난 몇 년간 임금 동결, 삭감, 반납 등을 통해 고통분담에도 동참했고 월가의 대형금융사와 같은 수준의 도덕적 해이를 보인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한 시중 은행장은 “성과급은 목표 달성을 하면 당연히 주도록 돼 있다”며 “지난해 직원들이 열심히 뛰어줘 좋은 성과를 거둔 데 대한 결과”라고 성과급 지급의 당위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일각의 반응은 은행도 기업이기에 이익을 많이 낸 만큼 그간 고생한 직원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도 해 보상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배경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은행 수익의 상당 부분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기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본격화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금리는 올라간 반면 예금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예대마진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은행 수입이 커진 배경에는 금융위기 이후 일반 국민의 부담을 바탕으로 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적 지원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업계 이기주의 차원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은행의 공공성 확보 뿐 아니라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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