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안성기 "고집 하나로 충무로 50년 지켜왔다"
'부러진 화살’ 안성기 "고집 하나로 충무로 50년 지켜왔다"
  • 박태현 기자
  • 승인 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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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황혼열차’로 데뷔해 50여년 배우활동-깐깐한 성격 소유, 외도 외면하고 영화전념

안성기 <뉴시스>
안성기는 배우이다.
그의 이름에 ‘국민배우’라는 명칭이 따라 붙는다. 그의 이름을 빼놓고는 한국영화사를 거론할 수 없다. 그 만큼 그가 스크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때문에 안성기는 국민배우이다.
그는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대부분 스타들이 인기에 영합하여 스크린을 떠나 방송, 공연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하지만 그는 스크린만을 고집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부러진 화살’(제작/제공: 아우라 픽처스, 배급: NEW, 감독: 정지영)의 극중 배역은 안성기의 성격을 꼭 닮고 있다. 타협을 모르는 깐깐한 원칙주의자인 대학교수역할이다.
법정실화를 담고 ‘부러진 화살’은 석궁테러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 하게 했던 김모 전 성균관대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하자 항소심 재판장을 향해 석궁을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담고 있다.
외도를 모르고 영화만을 고집해 온 안성기의 철학이 ‘부러진 화살’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평가이다.
안성기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이 영화를 통해 안성기는 여배우 김지미와 함께 데뷔했다. 김지미는 고아원 원장의 딸인 ‘혜련’역으로 나왔고, 안성기는 고아원 원생인 ‘영수’로 분하여 생모가 따로 있지만 신분이 탄로날까봐 출생을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더구나 그의 부친은 안석진(본명 안화영, 영화기획자)도 김지미 오빠로 나와 부자가 한 스크린에 등장했다.
안성기는 “아버님은 영화기획자로 충무로에서 활동했다. 아들을 배우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버님은 친구셨던 김기영 감독님이 ‘황혼 열차’를 찍으면서 아역이 필요했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충무로에 아역배우가 없었다. 처음엔 전쟁고아를 캐스팅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급한 김에 저를 데려다 촬영하게 된 것”이라고 아역데뷔에 대해 밝혔다.
아역시절의 안성기
이후 ‘모정’(58), ‘10대의 반항’(59)등 70여편의 영화에 아역배우로 출연했다. 특히 안성기는 ‘10대의 반항’으로 일곱 살의 나이에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당시 빵빵한 볼살과 짓궂지만 천진난만한 미소가 돋보이는 깜찍한 외모로 ‘천재 꼬마 스타’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영화팬들에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하면서 배우의 길을 접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다. 장교로 지원해 베트남에 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졸업할 때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파병이 끝났다. 게다가 베트남이 공산화가 되면서 한국과 교류도 끝났다. 쓸모 없어져 버린 전공 때문에 그는 청년실업자가 됐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영화였다. 배우를 다시 해야 한다는 각오로 운동도 시작하고 프랑스문화원에서 새로운 영화들을 접했다.
화려한 아역 시절을 지닌 안성기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낸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80) 전까지 성인 연기자로서 네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매일 저녁엔 원고지를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에 대한 구상을 했다. 그런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이 이장호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바람 불어 좋은 날’에서 안성기를 재탄생시켰다.
10.26 사태로 박정희 정권이 붕괴되고, ‘서울의 봄’이라는 해빙기가 찾아왔지만, 광주의 비극이 찾아왔던 1980년. 그가 표현한 <바람불어 좋은 날>의 덕배라는 어눌한 캐릭터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없는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살아가는 민중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인물이었다.
본격 배우로서 길을 걷게 된 안성기, 그는 매 작품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배우로서 인정받고 있다.
안성기는 이후 ‘만다라’(81), ‘철인들’‘꼬방동네사람들’(82), ‘안개마을’(83), ‘깊고 푸른 밤’(85), ‘겨울나그네’(86), ‘남부군’(90), ‘투캅스’(93), ‘실미도’(2003), ‘라디오스타’(2006) 등에 출연하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임권택, 이장호, 배창호, 정지영 등의 장인들과 곽지균, 이명세, 박광수, 장선우, 강우석, 이현승, 이준익 등 (당시의) 젊은 감독들이 안성기라는 배우를 통해 작품세계를 펼쳤다.
그는 한국 영화 대표 감독들과 작업하며 외면보다 깊이 있는 연기로 승부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중후한 매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대중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마치 ‘캐릭터의 만물상’과도 같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가 (영화 속에) 창조한 캐릭터들의 인덱스는 넓고 깊다”고 평가했다.
내시(내시)와 왕(영원한 제국), 소외된 민중(바람 불어 좋은 날)과 자본주의의 첨병(성공시대), 비리 경찰(투캅스)과 소심한 샐러리맨(남자는 괴로워), 자폐적인 남자(적도의 꽃)와 몽상가(개그맨), 정치부 기자(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와 킬러(인정사정 볼 것 없다), 낙천적인 거지 왕초(고래사냥)와 냉정한 디자이너(그대 안의 블루),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깊고 푸른 밤)와 순애보의 화신(기쁜 우리 젊은 날), 심각한 구도자(만다라)와 이념의 인간(남부군) 등에서 양면적 캐릭터를 선보였다.
안성기는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생 영화만을 하겠다고 고집한다. 주연만을 맡아왔던 그는 현장을 지키기 위해 조연도 마다하지 않고 영화 속에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무사’ ‘킬리만자로’ ‘실미도’ ‘라디오스타’등에 출연하면서 '안성기만‘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그가 ‘남부군’ ‘하얀 전쟁’을 함께 했던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은 ‘부러진 화살’을 통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카리스마 연기를 예고하고 있다.
‘부러진 화살’은 일찌감치 안성기의 호연과 한국 영화 사상 가장 흥미로운 법정 드라마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설 연휴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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