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헤지펀드 투자 적정성 ‘논란’
우정사업본부 헤지펀드 투자 적정성 ‘논란’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1.02
  • 호수 8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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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날릴 위험성 있다”

김석동 “연 최고 8% 수익률 안겨줄 것”
연기금, 높은 손실 가능성에 ‘손사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헤지펀드에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우정사업본부 등 정부기관도 헤지펀드 투자를 검토키로 해 국책 금융기관의 참여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성이 최우선인 공공기관들이 검증되지도 않은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 가운데 우정사업본부가 가장 먼저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자금운용계획에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 항목을 신설할 지 여부를 최종 검토하고 있다. 헤지펀드 상품 포트폴리오와 펀드매니저 자격, 구체적인 운용전략을 살핀 뒤 투자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정사업본부는 지식경제부 소속의 사실상 정부기관으로 약 9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규모로는 국민연금기금에 이어 두번째 투자기관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작년 3월 공공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중 최초로 ‘헤지펀드형’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자금을 위탁하는 등 그동안 헤지펀드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운용계획의 큰 범주 안에 헤지펀드 투자 내용이 들어 있다”며 “헤지펀드 투자는 현재 검토 중이고 공식 발표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본부 헤지펀드 투자 배경?

일각에서는 일반적으로 1년 이상의 운용실적을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공공기관의 성격상 우정사업본부의 움직임은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다.

다른 공공기관들은 헤지펀드 투자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우정사업본부는 언제든 투자 가능하다는 입장이라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010년 3월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국내 헤지펀드형 자금 운용사를 선정해 1천억원의 자금을 맡기는 등 우정사업본부의 적극적인 행보에 한국형 헤지펀드 사업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으로서 정부기관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보니 우정사업본부 내 핵심 보직자들이 대부분 현직 관료들이다. 때문에 공공자금을 운용하는 투자기관이면서도 정부 정책에 무관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의문점으로 남는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요청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조만간 1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헤지펀드에 투입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금융위 당국자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협조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책금융기관, 손실위험 커 부정적

우정사업본부와 달리 국책 금융기관들은 헤지펀드 투자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위험 요인을 상당부분 제거했다고 해도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국민 이익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책 금융기관들이 한국형 헤지펀드에 별다른 투자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먼저 헤지펀드 운용 경험이 사실상 전무해 운용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책 금융기관들은 운용의 안정성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특성상 적어도 3년 이상의 운용성과가 쌓여야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첫해 성적이 좋으면 기관들의 자금 유치도 빨라지지 않겠냐는 증권사, 운용사 등의 기대와는 분명한 시각차가 엿보인다.

유사한 투자기법의 사모펀드를 구현해 헤지펀드와 같은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헤지펀드에 목을 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자금 규모가 큰 연기금의 경우는 사실상의 단독 펀드를 구성해 원하는 스타일의 운용전략을 언제든 구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 내실화를 위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나 원칙적으로 헤지펀드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내년 1월 열릴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도 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헤지펀드 투자를 검토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계획을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

정책금융공사도 투자에 부정적이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헤지펀드 투자와 관련해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중소기업 자금 지원 등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헤지펀드 성공할 것”

금융당국은 기관들의 이런 반응에도 걱정없다는 태도다. 금융당국은 헤지펀드가 초저금리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기관투자가의 유용한 대안인 만큼 금융기관들의 투자가 잇따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헤지펀드가 최고 연 8%의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는 상품이며,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도 풀어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3%대 초반으로 사실상 기관들이 투자할 곳이 없다"며 "결국 연기금, 공제회, 장기자산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 또한 “일반적으로 헤지펀드가 위험하다고 오해하는데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지금 모집에 여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수익을 거두는 안정된 헤지펀드도 있지만 위험도가 매우 높은 투기성 상품도 존재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전장치를 마련한 한국형 헤지펀드라고 해도 요즘 같은 시기에 연기금과 정부기관의 헤지펀드 투자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미래 세대의 노후를 담보하는 공공기관은 수익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안전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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