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확보전 ‘후끈’
부실채권 확보전 ‘후끈’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1.02
  • 호수 8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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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너도나도 부실채권 ‘팔자’

경기 불황 속 물량 계속 늘 듯
보험사·대부업체 등 투자 가세

부실채권 시장이 전문 투자기관 외에 보험사와 저축은행, 대부업체들이 뛰어 들며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은행권이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회계기준 변경, 금융 당국의 지도 등에 떠밀려 비교적 우량한 부실채권을 쏟아내자 그동안 눈길조차 주지 않던 금융회사들까지 대목을 노리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부실채권 시장이 확대된 데에는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과다하게 집행됐던 대출이 부실로 돌아온 이유도 있다. 또 카드사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신용 회복 과정에 있는 개인 부문 부실채권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 들어 국내 은행권에서 나온 부실채권은 3조6,000억원대로 추산됐다. 1ㆍ4분기 5,176억원, 2ㆍ4분기 2조9,368억원, 3ㆍ4분기 1조3,426억원에서 4ㆍ4분기 들어 급격히 팽창했다.

보통 부실채권은 2분기와 4분기에 매각이 집중되지만 지난해 4분기 매각 규모는 전년대비 더 큰 수준이다. 게다가 올해 초 매각 작업이 진행될 부실채권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은행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뱅크에 매각한 채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경재 삼정KPMG 상무는 “지난 2010년부터 은행권 부실채권시장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10조원 안팎이 거래됐고, 애초에 이보다 더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심각한 경기 불황으로 부실채권은 20~30%가량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에서 매각하는 부실채권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개인이 떠안은 빚을 상환하지 못해 부실화한 채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상종 한신평신용정보 실장은 "최근에는 부실채권 물량 중에서도 개인 회생 과정에 있는 채권이 특히 많다"며 "이 같은 물량은 주로 카드사와 저축은행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채권, 왜 물량 쏟아지나

부실채권이란 금융사가 대출해준 자산 중 대출자의 경영 부실이나 부도 등으로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진 자산을 말한다. 부실채권 투자사들은 이들 부실채권을 20~70% 할인가에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투자를 한다.

부실채권 물량이 쏟아진 배경에는 어두운 경기전망이 크게 작용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부실채권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부실채권 시장 팽창의 시발점로 작용한 것이다.

건설업과 조선업의 불황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집중적으로 집행됐던 대출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실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로 기업 여신을 많이 보유한 금융회사들이 보다 많은 부실채권을 내다 팔고 있다.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변경된 점도 원인이다.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부실채권 비율을 낮췄다. 하지만 IFRS 도입으로 ABS를 발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C)까지 회계대상에 포함시켜야 해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사라졌다. 게다가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게 부실채권 비율을 1.5%에 맞추라고 권고하자 부실채권 시장이 커지게 된 것이다.

주성균 우리F&I 상무는 "경기가 좋을 때 나오는 부실채권이 질적으로 좋은데, 올해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등 물량 확보 경쟁 벌여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2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매각했고, 기업은행도 1조8000억원대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놓았다. 국민은행 역시 이 기간에 부실채권 9800억원가량을 팔았다. 이 통계에는 은행들이 PF 정상화 뱅크에 매각했거나 매각할 2조원대 채권은 빠져 있다.

은행권이 비교적 양호한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시작하자 부실채권을 대체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투자자 수요도 급증했다. 부실채권 시장의 큰손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우리F&I 등으로 지난 2010년 기준 입찰물량의 68%를 매입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줄었다. 특히 최근 들어 그동안 부실채권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보험사, 외국계 사모펀드, 저축은행은 물론 대부업체까지 부실채권 시장에 뛰어들어 물량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험사 중에서는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이 화인파트너스 컨소시엄 부실채권펀드에 각각 100억원, 200억원을 투자했고 메리츠화재는 올해 초 설립예정인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의 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도 부실채권 투자에 적극적이다. 특히 대부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2,500억원가량의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김상동 대주회계법인 파트너는 "건설업과 조선업 등이 호황을 누리던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집행됐던 대출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실화한 영향이 부실채권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며 "저축은행들의 부실자산도 계속 나오고 있어 올해 상반기 부실채권 시장은 더 팽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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