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랜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다
한국 브랜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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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

▲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팍슨 백화점 1층에 한방브랜드 설화수 매장이 오픈했다. 오픈식에는 유제천(오른쪽) 아모레퍼시픽 중국본부장, 중국 유명 여배우 저우원(중앙)등 이 참석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35g의 작은 외교관’ 초코파이, 세계 60개국 선전
‘화장품은 한국제품 최고’ 공식 등장 할 정도 인기
K-클래식, K-발레, 뮤지컬, 세계인 감성 몰이

“한국? 거기가 어디에 있는 나라죠?”

불과 5년 전만 해도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를 통해 조금이나 알았을까.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위치한지 조차 몰라 우리는 늘 이렇게 대답해야 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어요.” 그러나 드라마 한류가 일본을 관통하고 어린 아이돌 그룹에 의해 k-pop이 유럽 대륙을 휩쓰는 지금, 굳이 한국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은 ‘한국’이란 나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세계적 한류열풍. 전자, 자동차, 선박 등 굵직한 제조업에 이어 식품·화장품·문화에 이르기까지, 이제 한류의 열풍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人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의 맛

한국 식품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35g의 작은 외교관’이라 불리는 초코파이는 세계 60개국 국가에서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다. 심지어 베트남에서는 전통과자를 제치고 제사상에 올라갈 정도로 유명한 과자가 됐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서는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아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는 비단 초코파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대형마트 카르푸에서는 농심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안성탕면, 둥지 냉면이 대만계 중국 최대 라면업체 ‘강사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역 주변에 위치한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도 농심 신라면과 한국 과자들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국식품들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1997년 중국 현지에서 초코파이를 생산한지 14년 만에 매출 41억위안(약 745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수걸 중국 오리온 인사행정총감은 “초코파이는 중국 파이제과 시장에서 40% 점유율을, 고급 파이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2013년에는 중국 매출만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농심의 활약도 눈에 띈다. 농심의 중국 신라면 가격은 현지 라면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은 농심 라면을 안전하고 깔끔한 프리미엄 식품으로 인식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이 찾는다. 농심의 지난해 중국 사업 매출은 2010년 대비 20% 증가했다. 일본 시장도 한류에 힘입어 2009년 대비 2010년 2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빙그레 ‘메로나’와 동원F&B의 ‘양반김’은 미국․일본 등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국내 프렌차이점의 해외진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 BBQ, 롯데리아, 카페베네, 탐앤탐스, 할리스 등 외식업체 뿐 아니라 커피전문점들도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대거 진출해 있다.

베트남에서는 롯데리아와 BBQ치킨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베트남에 위치한 롯데리아 점포수는 총 102개, BBQ치킨은 3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경제잡지가 발표한 프랜차이즈 순위에서 BBQ치킨은 6위를 기록해 KFC(5위)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올해 1월 뉴욕 한복판에 660㎡ 규모의 매장을 내고 본격적인 미국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한국 프랜차이즈의 해외 공략은 과거처럼 시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드라마‧K-POP 한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드라마‧K-POP 한류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지 않았더라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거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 열풍은 주류 업계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 진로 소주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일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도 700ml당 3만원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진로 막걸리는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여성人을 사로잡은 ‘코리안 뷰티’

국내 화장품의 한류 열풍 또한 다른 한류에 못지않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화장품=한국’이라는 공식이 등장할 정도로 세계 여성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먼저 아모레퍼시픽 한방 화장품 ‘설화수’의 ‘윤조에센스’가 ‘단일 제품 연 매출 1000억원’이라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 기록을 세워, 한국 화장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에 세계적인 패션전문지 WWD(Women's Wear Daily)는 ‘세계 100대 화장품 회사’ 순위에 아모레퍼시픽을 16위에 올렸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 보다 네 계단 오르는 등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설화수는 베이징 팍슨 백화점에 1호점을 오픈, 중국 대륙에 첫 발을 내디뎠다. 오픈행사에는 설화수를 애용해 온 것으로 알려진 저우윈 등 중국 내 유명스타, 팍슨 백화점 및 모레퍼시픽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20여개 중국 현지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설화수는 다음달 베이징의 명품백화점 ‘신광천지’에 2호점을 추가 오픈하는 것을 비롯, 연내 베이징과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의 최고급 백화점을 대상으로 총 7~8개의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면세점 등에서 설화수 화장품을 많이 구매해 갔다. 이에 따라 이미 중국에선 입소문을 타고 설화수 화장품이 꽤 알려져 있다”면서 “1호점을 오픈한 것에 중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매출도 호조를 띠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설화수의 가격은 국내 가격보다 2배 가까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의 판매율이 높아 설화수의 중국시장 안착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아모레퍼시픽측은 전망했다.

대기업 뿐 아니라 국내 중견 화장품 기업들도 화장품 한류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2월 업계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최근 필리핀 마닐라 지역에만 로드샵 4곳과 유명 백화점 매장 5곳 등 총 9군데 매장을 냈다. 이 업체는 지난해 4월 처음 필리핀에 진출했지만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어 매장을 확대했다. 토니모리 박재범 마케팅팀장은 “뷰티 한류에 힘입어 현지에서 젊은 층은 물론 중상층까지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다”며 “토니모리 필리핀공식 페이지에는 총 2만 여명이 ‘좋아요’ 버튼으로 추천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말레시아, 대만, 태국 등 동남아 6개국에 2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네이처 리퍼블릭 또한 지난해 10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 핵심 상권에 매장을 냈다. 또 일본 대형 편의점인 써클K 상크스의 전국 6239개 매장에 동시 입점했다. 이 업체는 한류 스타인 장근석과 카라의 구하라, 박규리, 강지영을 내세워 트렌드에 민감한 현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이라이너 브랜드 클리오도 최근 싱가폴 왓슨스 매장 입점과 동시에 싱가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클리오는 모델 이효리를 대표모델로 선정, 다양한 광고 비주얼을 통해 한국의 아이 메이크업 트렌드를 싱가폴에 전할 계획이다.

화장품 기업들의 이 같은 공격적인 해외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홍보마케팅의 한 팀장은 “K-POP,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시장이 소비재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의 우수한 품질과 한류의 영향이 시너지를 내 향후 몇 년간 동남아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이에 따른 투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人의 감성을 사로잡은 ‘한국공연’

한류의 한 축에 K-POP이 있다면 다른 축에는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담고 세계로 뻗어나간 다채로운 공연이 있다. 국악, K-클래식, K-발레, 뮤지컬 등이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며 한국의 정서와 문화적 감수성을 전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뮤지컬은 모두 2140편으로 2010년 1880편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는 주로 ‘맘마미아’, ‘조로’,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삼총사’등 라이선스 대작 뮤지컬의 흥행에 기인한다.

특히 그동안 일본,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이 ‘난타’, ‘점프’ 등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로 국내를 찾았다면 올해는 국산 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졌다. 주로 아이돌 스타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궁’, ‘미녀는 괴로워’등 대극장 뮤지컬은 일본 공연에서 활황이었다. ‘미녀는 괴로워’는 내년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아이다’의 경우 고전적인 이야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혀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브로드웨이 공연 이외에도 로스앤젤레스, 도쿄, 상하이, 암스테르담 그리고 비엔나까지 2001년부터 53개 도시 북미투어를 대성공으로 마쳤고 네덜란드 독일에 이어 전 세계에 퍼져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다.

‘지킬앤 하이드’도 이에 못지않게 선전하고 있다. 전회 매진, 전회 기립박수. 1일 티켓판매량 신기록 수립, 일본 도쿄 진출로 뮤지컬 한류의 첫 신호탄 수립을 수립한 ‘지킬앤 하이드’는 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의 절대적인 신화로 평가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라 평가를 받았다.

클래식의 한류는 약진했다. 지난해 6월 모스크바에서 폐막한 14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무려 5명의 한국인이 주요 부문 상을 휩쓸며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피아노 부분에서 손열음·조성진이 각각 2·3위를 차지하고 소프라노 서선영과 베이스 박종민은 각각 성악 남·여 부문 1위를 거머쥐었으며,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이지혜가 3위에 올랐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 쇼팽 콩쿠르(폴란드)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적인 공연 축제로 꼽히는 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초청돼 메시앙과 생상, 차이콥스키 등을 연주했다. 공연 직후 주최 측으로부터 내년 무대에 다시 서 달라고 공식 초청을 받았을 정도로 ‘클래식 한류’를 이어갔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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