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 Ratings)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도와 관련한 정기 리뷰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재경부 고위관계자가 미국의 무디스(Moody`s)와 S&P를 방문해 한국의 경제상황과 정부대책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우리가 그들을 방문하든, 그들이 한국을 방문하든 항상 언론의 관심을 끈다. 그들이 내놓는 한국경제에 대한 `훈수`는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와 국채가격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친다. 이제 국가신용등급은 우리의 매우 주요한 관심사가 됐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급격한 신용등급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신용등급 상향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우리 모두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국가신용등급은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적시 상환 가능성을 기호로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에 비춰보거나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국가신용등급은 그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단순한 투자참고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나타내는 대용지표나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 산정 기준 등 날로 그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어느 때보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대안 마련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향후에는 아시아 금융시장을 한 축으로 묶으려는 새로운 움직임 속에서 국가신용등급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아시아 역내에서는 아시아채권시장(ABM) 개설 등 금융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시스템 안정과 공동발전을 통해 아시아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금융시장을 형성하자는 아시아 금융협력은 아시아채권펀드의 조성 등 실현 가능한 부문부터 이미 시작됐다. 이에 따라 APEC, ASEAN+3 등을 중심으로 역내 채권시장 발전을 위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각국 중소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기초로 역내 증권을 발행하는 등 새로운 금융구조 도입을 통한 협력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 역내 금융협력 움직임 속에서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위 규모의 채권시장을 지니고 있는 우리가 아시아의 금융리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북아 금융허브로서의 역할 강화 방안을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금융구조를 제안하고 금융협력을 위한 금융시스템 보완과 관련한 논의과정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우리 경제의 위상과 신용도를 제고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신용등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즉 성장엔진의 창출 등 경제 체력을 강화하고,대외 채무상태를 개선함과 더불어 재정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민간부문의 구조적 문제 발생 가능성을 감소시켜 경제성장의 기반을 굳건히 다질 필요가 있다. 즉 제조부문의 경우 비수익사업 정리,비영업용 자산의 매각 등을 통한 재무 레버리지 감소(차입금 축소),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핵심 사업부문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대외적인 투명성 제고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최근 SK글로벌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회계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제적 신인도는 저하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기업의 순환출자 등 복잡한 소유구조를 통한 지배력 강화로 오너의 전횡에 의한 이사회의 유명무실화, 그룹차원의 분식회계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개선이 필요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또한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의 개선 노력과 더불어 정부 및 기업, 기관들이 자체적인 상황을 보다 정확히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IR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국제화 세계화가 미진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외국 투자자, 국제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불신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 다른 신용평가에 비해 질적인 평가요소가 많은 국가신용등급을 감안할 때 결과와 함께 과정상의 노력도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