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회장 ‘제왕적 CEO' 논란
최원병 농협회장 ‘제왕적 CEO' 논란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1.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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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실, ‘삼성’ 구조본 판박이

최원병 회장 연임 후 전략기획실 신설
8조 '통치자금' 전국 조합장 좌지우지

농협이 최근 연임에 성공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을 앞두고 조직개편안이 통과, 최 회장의 더 강력해진 제왕적 경영 행태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번 회장직에 재선돼 2016년까지 임기가 계속되는 최 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과는 포항 동지상고 4년 후배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선거전부터 자격 논란 시비가 일었다. 그러나 내년 신경분리를 놓고 원활한 마무리를 바라는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지난 달 18일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연임 직후부터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신경분리를 추진했다는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 회장은 그동안 농협중앙회에서 단위조합에 빌려주는 무이자자금을 이용해 각 조합을 좌지우지하는 제왕적 권력을 행사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년 신경분리를 앞두고 농협 이사회가 강행처리한 조직개편안을 살펴봐도 최 회장의 ‘황제 경영’ 의도는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다.

최 회장 산하 조직의 명칭부터가 ‘재벌’의 비서실 조직을 연상시킨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략기획실’이다.

농협의 전략기획실은 마치 삼성의 옛 구조조정본부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전략기획실은 대기업 사주가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의 경영을 감시하는 비서실의 명칭으로 자주 사용된다. 삼성의 옛 구조본 역시 전략기획실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구조본은 과거 비서실에서 출발해 그룹의 ‘싱크탱크’와 같은 조직이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삼성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했던 곳도 구조본이며, 자원배분을 하는 곳도 이 곳이다. 또 삼성그룹의 모든 임원 관리는 물론 경력관리나 신상필벌도 구조본에서 이루어졌다.

농협의 새로 개편된 ‘전략기획실’ 또한 구조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 단위조합들을 총괄 관리․운영할 방침이어서 삼성과 같은 ‘제왕적 경영’이 예고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안으로 그동안 단위농협을 좌지우지 하던 최 회장의 ‘황제 경영’은 바뀐 것이 없다”며 “농협중앙회의 운영구조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조직개편안에 명시된 전략기획실의 역할을 보면 ‘농협의 전반적인 경영 전략 수립과 관리․감독’이다. 이는 최 회장이 사업구조개편으로 출범하는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경영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추측돼 ‘농협 재벌그룹’이 탄생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농협 노조는 이번 조직개편안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협의 한 직원은 “중앙회가 자회사격인 경제지주와 금융지주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전략기획실이라는 명칭을 볼 때 그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보인다”며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의 독립성 강화라는 사업구조 개편의 목적이나 협동조합이라는 중앙회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이사회가 있던 지난달 29일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기 위해 회의장 앞에서 농성하는 등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40여명이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손 ‘통치자금’

이번 조직개편안에 따라 전략기획실과 함께 신설되는 회원지원조합본부 또한 ‘제왕적 경영’에 힘을 얻기 위한 조직으로 꼽힌다.

이곳은 일명 통치자금이라 불리는 농협의 무이자자금을 운용 및 배분 하는 조직이 될 것 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조원에 달하는 무이자자금을 사업구조개편 이후에도 최 회장이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여 직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최 회장의 무이자자금 운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자금으로 단위조합장을 통제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원천으로 쓰인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무이자자금의 집행 내역이 보안사항이고 대의원 조합장 288명의 명단이 비공개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가중된다.

무이자자금의 본래 취지는 중앙회에서 농촌사업 활성화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무이자로 지역 농협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조합이 1년에 평균 50억원을 받는 것에 비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조합장의 조합은 평균 62억원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 최 회장이 무이자자금을 연임을 위한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어려운 농촌과 농민을 위한 농협의 자금이 정작 농민의 이익이 아닌 최 회장의 재선을 위해 쓰였다는 것이다.

농협의 한 직원은 “과거 농협법 개정 당시 농협회장을 비상근 명예직으로 바꾼 것은 최 회장이 농협의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충실하도록 하려는 목적에서였다”며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사업구조개편과 관계없이 회장의 권한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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