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1호' 23일 첫 선…대안 투자처로 안착할까
'한국형 헤지펀드 1호' 23일 첫 선…대안 투자처로 안착할까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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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자산운용사 13곳 헤지펀드 업무인가

한국형 헤지펀드가 당초 예상대로 이달 안에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여러 규제와 헤지펀드에 대한 무관심 내지 부정적 인식을 딛고 안정된 대안상품으로서 자리매김할지 우려 섞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일 자산운용사 13곳에 헤지펀드 운용 적격심사에 따라 업무인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교보악사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 ▲삼성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하나UBS 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KDB산은자산운용 등 13개사. 이들 운용사는이달 23일까지 헤지펀드 상품을 등록하고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운용하게 된다.

이어 금융위는 다음 주 프라임브로커로 영업하겠다고 당국에 신청한 증권사에 대해서도 적격 여부를 판단해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대우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현대증권 5곳과 한가람투자자문·가울투자자문·브레인투자자문 등 투자자문사 3곳이 뒤이어 헤지펀드 출사표를 던졌다.

헤지펀드 운용 자격은 ▲펀드 및 일임재산 수탁액 10조원 이상 자산운용사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 ▲일임재산 5000억 이상 투자자문사로 제한돼 있다. 운용인력은 2년 이상 운용 경험을 갖추고, 금융투자협회의 헤지펀드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해외 사모펀드 운용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한 인력도 전문인력으로 인정된다.

대형 자산운용 관계자는 "헤지펀드 운용 인력은 3~4명 정도로 내부에서 충원하고, 롱숏과 선물추종매매(CTA), 아비트리지 전략 등을 쓰는 2~3개의 헤지펀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말부터 운용 시작…증권사·투자자문사도 출시준비로 분주
 

초기성과에 한국형헤지펀드의 미래가 달려있는 만큼 자금모집이 관건이다.

운용사별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000억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은 200억원, 삼성자산운용 500억원, 한국투신운용 500억원, 신한BNP파리바 1000억원 등의 자금 모집 목표를 세웠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초기에는 5억원 가량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보다는 계열사 자금과 프라임 브로커(PB)의 시딩 자금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상황이 중요한 만큼 12월 중순까지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연기금 등 기관을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금융감독 당국과 업계, 학계 등은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의 도입에 관한 세부적인 실무지침인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 관련 모범 규준'을 제정했다.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에 대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기준이 만들어졌고, 자기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원칙, 프라임브로커의 신용공여 기준 등도 포함됐다.

헤지펀드 부서의 사무공간을 분리하고 임직원 겸직을 제한해야 하며 프라임 브로커는 자기자본의 2배 이내로만 신용공여할 수 있게 했다.

이번에 마련된 모범 규준은 이달 1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예탁결제원에 구축했으며, 앞으로 증권대차, 전문인력 양성 등 관련 인프라 정비도 추진키로 했다

 

초기 자금모집이 관건“부족한 전략·규제 한계 극복해야”

 

한편 한국형 헤지펀드의 토대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현재 대형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을 상품 대부분이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한 롱-숏(longㆍshort, 낮게 평가된 자산은 매수하고 높게 평가된 자산은 공매도하는 것)전략을 구사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동성이 확보되고 종목 수가 풍부한 선진시장에 비해 현재 시장규모와 종목 수가 제한적인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대부분 비슷한 종목을 공매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높은 진입장벽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시행 초기 위험을 고려한다는 취지에서 현재 인가대상은 운용자산 10조이상인 대형 자산운용사나 자기자본 1조이상인 대형 증권사로 한정돼 있다. 향후 시장 안정화에 따라 인가기준이 완화될 전망이지만, 당장은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문사의 경우에도 헤지펀드를 만들 수 없게 돼 초기 시장점유측면에서 공정치 못하다는 평이다.

이 밖에 기존에 문제가 됐던 일부 헤지펀드 사례로 국내에서 좋지 못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비교할 수 있는 성과가 없다는 점도 투자자 모집에 있어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최소 투자자금이 5억원 이상이어서 개인투자자의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며 주로 기관투자가가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연기금과 대형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대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고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으로 운용되며 꾸준한 성과를 보이는 헤지펀드도 많다”며“한국형 헤지펀드가 안착하기에는 최소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점차 우수한 헤지펀드가 나와 실적이 쌓이게 되면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의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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