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한진 종편 투자, 정부압력‧종편 횡포 굴복논란
KT‧ 한진 종편 투자, 정부압력‧종편 횡포 굴복논란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1.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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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과 연관 없는 사업에 투자는 납득 어려워
사외이사‧ 감사 경영진 견제 못하고 거수기 비난


1일 개국한 4개 종편에 KT(이석채 회장)와 한진그룹(조양호 회장)이 각각 83억과 400여억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KT와 한진그룹이 4개 종편사에 투자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이들의 투자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정부의 압력이나 종편의 횡포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KT의 자회사인 KT캐피탈이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CSTV(조선일보 종편, 현 TV조선), JTBC(중앙일보 종편), MBN(매일경제 종편)에 각각 20억씩, 채널A(동아일보 종편)에는 23억 9천만원 등 4개 종편 모두에 투자했다.

KT 측은 “인터넷 TV 사업 차원에서 콘텐츠 수급 필요성이 있다”며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사업성이 없어 종편 컨소시엄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KT는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정부가 단 한주의 주식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다. 이석채 회장의 KT 사장 취임에 이어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의 그룹 콘텐츠전략 담당 상무 선임 등 정권의 대표적인 낙하산 투하처로 알려져 왔다.

KT가 4개 종편에 지분출자를 한 시점이 종편사업자들이 자본금 납입을 앞두고 투자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라 의혹을 증폭시킨다.

<한진그룹 종편 투자>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올해 1월 28일 TV조선에 30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한진이 4월 20일 JTBC에 42억원, 한국공항이 4월 28일 채널A에 60억8000만원을 각각 출자한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

종편투자에 대해 한진은 ‘영업력 강화,’ 한국공항은 ‘사업 관련’ 이라고 투자 목적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종편 투자 이후 다른 계열사들이 종편에 줄줄이 투자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이다.

한진과 한국공항의 사업과 종편이 과연 어떤 사업 관련성이 있는지는 극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즉, 한진그룹의 종편 투자는 시장에서 대한항공이 TV조선에만 출자한 사실이 알려져 다른 종편에서 불만을 제기했거나 또는 다른 종편사의 반발을 의식해 한진그룹에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KT와 한진그룹은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4개 종편 모두 또는 대부분에 투자했다. 이는 정상적인 투자 결정이라 하기 어렵다. 사업 연관성도 없을뿐더러, 단순한 출자 참여라 할지라도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경쟁 사업자에 투자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압력이나 종편의 횡포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외이사와 감사 기능의 상실이다. 이러한 투자가 가능한 것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외이사나 감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KT그룹과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취약성과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고 그 위험은 여전히 상존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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