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너마저’ 서민들 돈 줄 막힌다
‘대부업체 너마저’ 서민들 돈 줄 막힌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1.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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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이상 '과잉대부'로 분류…일정소득 있어야 빌려줘

캐피털업체 신규 여신 중단…"자체 자금 조달 길 터주길"

 

가계부채 증가와 역대 최고의 이자부담 등 가계경제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억제책을 실시하면서 생계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고금리의 대부업체까지 몰려들었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대출조건이 강화되면서 앞으로 대부업체의 대출문조차 좁아지게 됐다. 또 대부업체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출제약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서민들의 고충이 심화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대부업체에서 신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고, 기존 이용자들의 만기연장에도 제약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과잉대부’의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 300만원이 넘는 대출을 받으려면 반드시 소득증빙이 필요하다. 이전에는 500만원 초과 시에만 요구되던 조건이다.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은 한도대출계약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은행권의 마이너스대출과 같이 대출자들의 신용도 등에 따라 일정한 한도를 부여한 뒤 그 범위 내에서 대출해주는 것이다. 보통 처음 대출을 받을 때는 정해진 한도에서 절반 정도를 먼저 빌려주고, 6개월 이상 잘 갚아나갔을 때 나머지 한도만큼 더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00만원을 초과하는 대출이 과잉대부로 분류되면서 신규대출한도가 적어지거나 기존 이용자가 추가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또 소득증빙이 곤란해 대출연장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최대 20%에 달하는 이용자들이 대출상환 압박을 받을 우려도 있다. 대부업체 이용자들 대부분이 소득이 적고 신용등급이 6등급보다 낮은 저신용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전개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집계한 결과, 300만원 초과 대출자는 대부업체 전체 대출고객 220만명(지난해 정부 추정치)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약 22만명이 일정한 소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대다수 일정한 소득이 없고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을 여력도 없다”면서 “한도대출계약을 통한 대출자 중 10∼20%가 만기연장을 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출자 중 최대 20%가 신용불량에 처할 것"

이를 우려해 대부협회가 금융위원회에 이번 조치를 유예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라는 지도를 내렸다.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원칙에 따라 만기연장을 해주지 말라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대부업체의 막무가내식 대출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며 “대출기간이 3~5년으로 나뉘어 있어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고객이 많지 않아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부업체 이용자들의 평균 대출액은 304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득증빙 첨부 요건을 갖춰야 하는 이용자가 더 많은 것이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만기연장이 거부되면 바로 원금을 갚아야하기 때문에 연체자나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법정초과 이자수취로 4개 업체가 영업정지 6개월에 처할 가능성이 커 대출여건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대부업계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를 비롯해 4개 업체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상당한 규모의 신규대출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이와 관련해 대부업체들에게 돈을 대주던 캐피털 업체들이 신규 여신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대부업계의 자금 상황이 열악해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서민 어려움 해소방안 찾아야"

이에 따라 대부업체들은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나서주길 바라는 눈치다. 대부 수수료를 5%로 제한하기보다 자체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게 수수료 인하에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평균 12%가량인 저축은행·캐피털 조달 금리만큼 수수료를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모사채 등을 발행할 수 있는 일본 상위 대부업체들은 2%도 채 안 되는 금리로 돈을 끌어온다”며 “국내 대부업체들도 상위사를 위주로 공모사채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상위 금융권이 서민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서민경제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지원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최근 대부업법의 법정 최고 금리 39%를 어긴 대부업체들의 고객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1∼6등급인데다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었다”며 “은행이나 캐피털업체에서 이들에게 저금리로 대출한다면 가계부채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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