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단기실적 지상주의’ 폐해 뿌리뽑나
금감원, ‘은행권 단기실적 지상주의’ 폐해 뿌리뽑나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1.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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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통장’에 고통받는 은행 직원들
“당일 실적 못채우면 퇴근도 못해요”

은행원들의 영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변칙적인 영업행위인 이른바 '자폭통장'이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영업점을 평가할 때 직원과 가족 명의의 실적을 제외하라는 공문과 함께 직원 가족이 계좌를 개설할 때는 실명 확인과 금융투자상품 설명 확인 의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유의사항을 시중은행에 전달했다.

은행원들이 자폭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하는 등 변칙 영업행위가 도를 넘어선 것에 따른 조치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대형 시중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은행원 한 명당 평균 15개의 통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직장인들이 평균 4~5개를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경영진의 과도한 영업목표 설정 탓에 변칙적인 영업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며 “자폭통장 관행 자체가 은행들의 과열경쟁이 심각한 상황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은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에게도 과도한 목표달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은행권의 ‘실적 지상주의’ 관행은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지난 10월에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시중은행이 직원들에게 지나친 실적요구로 과열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지적하며 ‘자폭통장’ 문제를 언급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은행들이 각종 영업 실적을 확대하려고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직원을 극심한 그트레스로 내몬다”며 “직원들이 본인 명의는 물론 친지나 주변 지인의 명의로 예금 등에 가입하는 등 ‘자폭통장’이 생겨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은행 직원은 “실적 압박이 심각해 심한 지역본부나 지점의 경우 당일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도 하지 못한다”며 “지역본부부터 지점과 개인까지 월간, 주간뿐만 아니라 매일의 목표치가 있어 이를 달성할 것을 강하게 요구 받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직원도 “직원으로서 자사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회사의 강한 독촉과 압박에 직원들은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대출까지 받아서 자사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며 “이 경우 중도해지에 따른 해약금이나 대출 이자 등은 고스란히 개인의 부담이 된다”고 현 실태를 전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경영진의 무리한 실적압박 경영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실적주의는 무리한 영업으로 직원들을 더욱 쥐어짜고, 이렇게 올린 막대한 수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줘 결국 고객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은행이 건실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직원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경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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