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하이마트 경영권 가져가나
유진그룹, 하이마트 경영권 가져가나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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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참여 안하겠다더니”…분쟁 격화

국내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하이마트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장악에 나서면서 하이마트 측과 경영권 다툼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유진그룹과 하이마트는 2007년 말 유진그룹이 1조9천500억원에 하이마트 지분을 사들여 1대 주주가 되면서 갈등을 빚어 왔다.

당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하이마트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여했던 기업은 GS리테일과 롯데, 유진 등이었다. 이 중 유진그룹이 가장 적은 입찰금을 제시했음에도 하이마트는 AEP가 유진그룹에 회사를 매각하기를 희망했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유통분야를 운영한 경험이 없는 유진그룹까지 경영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유진그룹에게 매각이 결정됐고, 선 회장과 유진기업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 SPC의 지분을 40대60으로 나눠가졌다. 인수가 마무리 된 이후 SPC는 하이마트와 합병을 했고, 현재 하이마트의 지분관계도 같은 비율로 정리됐다. 현재 유진기업과 선 회장은 각각 31.34%, 17.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일 열린 하이마트 이사회에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선 회장과 함께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영에 참여 않는다던 유진측이 책임경영 강화를 이유로 경영에 본격 나선 것.

이에 선 회장은 "그간 회사를 잘 키워왔는데 갑자기 비전문가인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안된다"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발끈했다.

또 선 회장은 22일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유진그룹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유 지분 처분과 거취문제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아울러 “지금까지도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투자자와 임직원들이 불안해 할 것 같아 일단락하려 했으나 유진이 주주이익에 반할 수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진그룹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2대주주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 회장의 경영선언이 최근 유진 그룹 사정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유진그룹은 2007년 하이마트를 인수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악재를 만나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주력인 시멘트 및 레미콘 사업이 불황의 늪에 빠져든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 후 자산 매각 및 자본 확충으로 지난 5월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개선약정에서 벗어났다. 그룹 경영이 정상화되자 유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에 본격 나선 셈이다.

유진기업은 오는 30일 하이마트의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유 회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한 후 이사회를 개최해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또 이사회 안건이 ‘대표이사 개임(改任)’으로 긴급 수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유진기업이 선 회장의 퇴임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이에 하이마트 임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대치동 본사 앞에서 유진그룹의 경영권 장악을 강력히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유진이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위해 주주총회에 상정한 대표이사 개임(改任) 안건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유통 사업 경험이 없는 유진의 일방적 경영 참여는 부적절하다"며 "하이마트는 지분 31%를 소유한 유진만의 회사가 아니고 하이마트 임직원을 포함한 69% 주주 모두의 회사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주식을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측 주장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유진은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려는 하이마트에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 책임경영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로 유 회장 공동대표 체제를 제안했고 선 회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선 회장이 정작 이사회에는 사전 연락도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선 회장이 갑자기 공동대표 대신 각자대표를 요구했으며 이를 수용하자 다시 단독대표를 주장하는 등 입장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유진은 "지난 4년간 선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면서 독자적인 경영수준의 배려를 해봤지만 '2대 주주'라는 지분이 경영권을 담보하지 않는다"면서 "선 회장의 행동은 최대주주의 경영참여를 영구히 배척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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