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또 '노동자 학대' 의혹
삼성, 또 '노동자 학대' 의혹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1.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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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또다시 노동자 학대 의혹에 휩싸였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브라질 캄피나스에 세운 휴대전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떠밀기' 같은 폭행과 심리적 모욕, 생산량 제고 압박 등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젊은 여성 근로자는 과도한 노동으로 왼팔이 마비돼 “머리도 스스로 빗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강이 악화된 후 해고됐다는 또 다른 여성 근로자는 "장시간 고개를 숙인 채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목과 팔을 움직일 수 없다"며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삼성의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한 전직 직원은 "목표량을 채우지 못할 때 그들은 '입사를 원하는 사람은 많다'는 식이었다"며 "우리는 개처럼 일했다"고 폭로했다.

휴대전화 조립라인에서 하루 10시간씩 선 채로 작업했다는 이 직원은 양손에 반복사용 스트레스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전자와 관련해 브라질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사는 없다"며 근로환경과 관련한 당국의 조사가 이미 종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은 또 "브라질 검찰이 기소를 했으나, 회사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 법원이 검찰이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금에 50만 헤알(약 3억2천900만원)을 지급하도록 조정했다"며 "이는 브라질 특유의 제도로서 근로자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근로자 처우에 대해서는 "현지인과의 소통과정에서 심하게 꾸짖거나 하는 등의 일이 일부 있었다"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는 주재원, 현지채용 간부, 대리급, 현장리더, 사원 등을 대상으로 인격모독예방 교육을 연 2회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의 이같은 노동자 학대에 대한 의혹은 사실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 4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근로자는 공장에서 14년간 매그나칩 반도체의 임플란트 장비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방사선, 혈액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소와 맹독성 가스인 포스핀 등을 다뤘지만 일하는 동안 방독 마스크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당시 시민단체인 반도체노동자 건강 인권지킴이 반올림 관계자는 “사측이 2008년부터 2009년에 배기장치를 설치하는 등 설비를 보완했지만 근로자들은 여전히 발암물질인 방사선 노출에서 제대로 보호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불안해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단시야적인 미봉책 발표 말고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의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론'에 의뢰해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을 재조사 했다. 인바이론은 기흥공장의 반도체 5라인과 화성의 12라인, 온양의 1라인 등 세 곳을 정밀 조사해 생산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되는지 여부를 살폈다.

그 결과 인바이론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과학적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 백혈병에 걸린 근로자 6명 가운데 4명에게선 암 유발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2명에서는 무시해도 될 만큼의 낮은 노출 수준을 보였다”며 백혈병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투신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 자살한 근로자 동료들은“돈을 많이 벌어도 쓸 시간이 없어 무의미하다. 상급자들은 밥도 안 먹고 일해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 아침9시부터 밤11시까지 일해 잠을 못 자 피부가 많이 나빠졌다”는 등 회사 생활이 힘들어 부서이동을 하고 싶다고 토로한 바 있어 힘든 노동환경을 간접 시사 했다.

또 이들이 일한 LCD 칼라필터 공장은 감광제를 포함해 독성 화학물질들이 많이 사용되는 위험한 사업장이라고 알려져, 자살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근로자들은 “설비 엔지니어로 정비, 세정작업을 하면서 노출 위험이 증가했고, 결국 입사한 지 수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경미하게 있던 기존 질환인 아토피도 악화되고 자극성 접촉피부염까지 생겨 온몸이 가렵고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하루 14~15시간씩 주야로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삼성 측의 입장은 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통 사람들도 근무하다보면 8시간만 일하는 경우는 적지 않은가”라면서도 “내가 LCD에서 직접 근무해보지 않았고, 그 당시의 담당자가 아니라 근무일지를 보지 않아 자세히 모른다”라고 한 발 물러났다.

아울러 LCD 공정 작업환경이 ‘피부병’을 유발한 것이라는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 “LCD공장 때문에 피부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단언했고 이어 “100명중 한 두 명 꼴로 걸리는데 그게 무슨 공장 때문에 걸린 것이냐”며 “그렇게 치면 100명중 100명이 다 걸려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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