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 J에게"-안돼! 사람 불러야
"나의 연인 J에게"-안돼! 사람 불러야
  • 김충교
  • 승인 2011.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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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교 일요신문기자→경향플러스 편집국장→일요서울 편집국장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가 가슴에 와 닿는 요즘입니다.

한창 뜨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의 <비상대책위원회> 코너 얘기입니다.

비상상황에서 벌어지는 촌극을 리얼하게 희화화한 개그입니다.

정부로 대변되는 관료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지요.

“안돼!”를 외치고 속사포처럼 이유를 설명하는 개그맨의 연기가 놀랍습니다.

또 옆에서 딴지를 걸며 끼어드는 인물의 멘트도 눈길을 끕니다.

“안되겠지. 사람 불러야 되겠지. 그렇지”

급박한 상황에서도 탁상공론만 하는 윗사람들의 행태에 대한 야유입니다.

야유에 대해 동감을 보내며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가슴 한 구석이 후련한 것도 사실이구요.

개그 프로그램의 진화에 갈채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사람을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렇습니다.

이렇게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로 요동을 치던 정치권이 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겸허한 반성은 입방아로 끝나는 분위기입니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은 득실만을 따지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분위기를 쇄신하자던 자숙모드는 벌써 유통기한이 지났습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고지를 향한 각개약진만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여권 일각의 혁신주장은 큰 목소리에 눌려 힘을 잃고 있지요.

야권의 통합논의는 기득권을 주장하는 세력에게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입으로는 국민의 이름을 달고 살면서 속내는 다른 모양입니다.

변화를 원하는 민의는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자기들 방식으로 끌고 가겠다는 아집을 버리지 못하는군요.

사람을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아예 끌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불러볼 만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정치참여에 대해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 얘기입니다.

안 교수가 몰고 온 바람을 일시적 태풍으로 폄하하는 여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링에 오르라고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뒤에 숨어서 관망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논리를 들이댑니다.

그런데 정작 여권의 속마음은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나라당 출신의 한 무소속 의원은 공격수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안 교수가 대주주로 있는 안랩의 정부지원예산 삭감을 주장합니다.

논란 속에 봉합이 되긴 했지만 이해하기 힘든 돌출이라 생각됩니다.

한발 더 나아가 교과서에 실린 안 교수 관련 내용의 삭제를 주장합니다.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후보시절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하던 총구를 안 교수에게로 향한 겁니다.

그가 한나라당을 떠나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조금 멍해집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아마도 안 교수를 흠집내기 위한 여권의 시도는 이제 시작단계일 겁니다.

싹을 자르겠다고 벼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 없다는 말에 기대를 걸고 있겠지요.

물론 안 교수도 사람입니다.

완벽할 수는 없을 겁니다.

또 죽자고 덤비면 질려버릴 수도 있겠지요.

쓴 소리로 유명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안 교수가 안 나왔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정치판에 나오면 상처입고 발가벗겨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인데 그렇게 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일정부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권 밖에 있으면서 멘토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아름다운 모습일 겁니다.

우리에겐 그런 존재가 흔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자꾸 이렇게 쥐고 흔들면 떠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안 교수가 진정으로 정치판에 나서길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입니다.

사실 정치권의 속내는 안 교수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마뜩찮아 하고 있을 겁니다.

특히 유력 대권주자를 끼고 있는 여권은 더하겠지요.

차기대권은 ‘따논당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세상은 기대나 바람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 정치는 더욱 그렇습니다.

복병과 변수가 널려 있고 민심의 향배는 시시각각 달라집니다.

예측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안 교수의 인기는 거품이 될 수도 있고 찻잔속의 태풍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의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 교수의 기부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안철수 연구소의 대주주인 그가 자신의 지분 중 50%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지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만 남기고 내놓은 것입니다.

시가총액으로는 1,500억원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이를 두고 정치권은 갖가지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전면에 나서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여권은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링으로 올라오라고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경계심과 긴장감이 잔뜩 배어있습니다.

외견상 야권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아직은 한편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하지만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여권 못지않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정치적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 교수는 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고자 한다.

제가 이룬 것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와 공동체로부터 과분한 은혜와 격려를 받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눈다고 했습니다.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느낌을 주는 편지였습니다.

군더더기가 없는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인생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문학적인 표현도 인상 깊었습니다.

안되겠습니다. 사람을 불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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