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또 오르고…서민 시름 깊어만 간다
오르고 또 오르고…서민 시름 깊어만 간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1.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공식품·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월급만 그대로"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가뜩이나 버거운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신호가 켜졌다. 버스비·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속속들이 오르고 있고 기름값을 비롯한 수입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중이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우스갯소리에 더 이상 웃고 넘어갈 수 없는 지경이다.

15일 오비맥주는 원가상승 부담을 이유로 맥주 출고가를 9.6% 정도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2009년 10월 맥주값을 2.8% 올린 뒤, 올 초부터 국세청에 가격 인상을 요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원가압박으로 수익성악화가 지속되면서 더는 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내부적으로 맥주 출고가의 9.6% 인상안을 확정하고, 오는 19일부터 이를 반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류 도매상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과 아직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맥주소비가 급증하는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 인상을 단행하려는 의지는 뚜렷하다. 정부의 물가단속이 강화되고 있어 국세청의 승인이 떨어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승인을 받게 되면 오비맥주의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 500㎖ 출고가격은 1021.80원에서 1119.89원으로 오르게 된다.

 

맥주ㆍ우유ㆍ콜라에 라면까지 "장보기가 겁나요"

앞서 흰우유값이 9.5%정도 오른데 이어 요구르트ㆍ커피음료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들의 가격이 무더기로 6~9% 인상됐다.

지난 8월 원유값 인상(1L당 138원)분이 반영되고 우유값이 최근 4년 동안 그대로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유값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파급은 상수도·LPG·택시비 인상과 맞먹는 수준이어서 우유값이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이른바 ‘밀크 인플레이션(Milk Inflation)’ 이 우려된다.

또 음료수가격도 올랐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 1일 콜라와 사이다 등 제품 공급가격을 6~9% 인상했다.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각각 6% 대 올려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탄산음료시장 대표업체인 코카콜라음료의 가격 인상으로 다른 음료업체들도 뒤따라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 식품’ 라면마저 비싸지고 있다. 밀가루가격 인상에 따라 빵, 과자 등이 다 오르는 가운데서도 라면값은 동결된 상태다. 다른 가공식품과 달리 ‘밥’으로 인식되는 제품이다 보니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다 정부의 집중관리 품목이라 눈치를 봐온 것. 또 오픈프라이스제도가 없어지고 다시 권장소비자가를 매기는 과정에서 정부가 1년 전 가격을 책정하도록 꼼짝없이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듯 기존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대신 라면업계는 앞다투어 고가의 신제품을 출시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최근 인기가 매서운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과 오뚜기‘기스면’은 모두 1000원짜리다. 기존 라면시장 1위인 농심‘신라면’(730원)과 36.9%(270원)나 차이가 난다.

신제품에 쓰이는 재료에 따라 가격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지만, 한편에서는 비싼 제품을 팔면서 자동적으로 가격인상 효과를 보려는 게 아니냐는 쓴 소리도 나오는 상황.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의 인기몰이에도 짐짓 차분한 반응을 보이던 농심역시 2000원이나 하는 ‘쌀국수 짬뽕’을 내놓았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도 시간문제

이와 더불어 교통비ㆍ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수도권을 운행하는 경기ㆍ인천지역의 일반버스 기본요금은 26일부터 100원 올라 1000원이 된다. 좌석형 광역버스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직행좌석버스는 1700원에서 2천원으로 300원씩 비싸진다. 일반버스 요금은 내년 6월에 100원을 추가로 인상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하철요금도 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천시 하수도 요금은 일반 가정을 기준으로 평균 40% 인상돼 1500원가량을 더 부담하게 된다.

앞서 서울시는 올 연말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각각 150원씩 올리기로 계획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부담을 우려해 대중교통비 인상을 유보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떠안아야하는 부채를 감안하면 내년 중 상하수도 요금과 더불어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전기요금도 지난 7월 4.9% 오른 지 4개월만에 조만간 추가로 인상될 전망이다. 사상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한 이후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경부는 기획재정부에 이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으며 내달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기름값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침체에도 국제유가는 올 들어 1월을 제외하고 내내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치솟았다. 이에 따라 휘발유가격이 지난달 말 ℓ당 1993.17원까지 올라 전국적으로 휘발유 2000원 시대를 맞는 게 아닌지 우려됐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물론 운송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은 극심한 기름값 부담에 막막해하는 실정이다.

수입물가 역시 지난 4월 19% 상승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0% 뛰었다.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반면 원화가치는 하락한 탓이다. 이러한 수입물가 상승은 머지않아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