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소득세율대상의 봉인가?
직장인들은 소득세율대상의 봉인가?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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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경제연구소 손부호연구원
명목임금 상승, 물가상승률 반영 못해 문제

현실에 맞게 과세구간과 세율을 신설할 필요

 

현재 연봉 1억원인 직장인과 1,000억원을 받는 재벌 총수의 소득세율이 같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비현실적인 국내 소득세 과세구간을 세분화하고 최고 세율을 대폭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6년 정해진 소득세율 체계가 15년간 그대로 유지되면서 그 사이 급격히 늘어난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 과세구간 신설과 함께 세금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일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 체계는 96년 이후 ‘넓은 세원(稅源), 낮은 세율’을 취지로 4단계 세율구간의 뼈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정부와 기획재정부는 밝히고 있다.

현재 과표기준 1,200만원 이하는 세율 6%, 4,600만원 이하 15% 8,800만원 이하 24%, 8,800만원 초과는 35%를 적용 중이다.

1996년에 정해진 현행 4단계 세율 구간은 15년간 거의 그대로 유지되면서 명목임금 상승,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구간 과세표준액을 보면 96년 8000만원 초과에서 2008년 8800만원으로 올린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반면 그 사이 고소득자는 기하급수로 늘었다. 8800만원이 최고 소득액으로 보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소득세율 구간이 물가상승률 수준만큼도 따라가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96년 과표 최고구간(8,000만원 초과) 대상은 1만명 정도였지만, 지난해 최고구간(8,800만원 초과)에 해당되는 소득 최상위층(통상 연봉 1억원 이상)은 27만9,523명(국세청 국감자료)으로 28배나 치솟았다. 연봉과 이자, 배당, 부동산 임대소득 등을 합한 종합소득금액이 5억원을 넘는 고소득자(2009년 현재 9,558명)도 1만명에 육박한다.

그 결과 소득세 최고구간으로 올라선 월급쟁이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연봉 1억원이 넘는 대기업 부장급과 연간 소득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재벌 총수와 같은 세율을 적용 받는다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10년 전 웬만한 대기업 사장에게나 적용되던 소득세율이 지금은 부장급까지 포함되면서 이제는 회장이나 부장이나 세율이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의 소득세 구조는 세금의 기본 역할인 소득재분배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조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3.2%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6.5~10.9%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40%대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과표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0%의 소득세를 매기자, 그러면 연간 1조5,000억원 이상 세수가 늘어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의 소득세 체계는 지난 15년 간의 임금 및 물가상승, 소득 양극화 등 사회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 맞게 과세구간과 세율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주장이 겉으로 드러난 것만 단편적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실제 근로소득자 상당수가 소득공제를 통해 세율이 인하된 반면 고소득자는 공제율이 낮기 때문에 사실상 부자에 대한 증세가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래 소득 구간에 대한 과세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최고 세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세계적 흐름에 반하는 억측이라고 보여진다.

혹자는 “현재 우리나라 소득체계는 소득과세 구간은 현실화하지 못하면서 중간 소득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통해 세율을 인하해온 탓에 더 왜곡됐다”면서 “고소득 과세는 실효성은 없으면서 근로·투자 의욕만 낮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선이 시급하나 이에 앞서 고소득자들이 자발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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