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파산 엔론의 저주…SK 향했나?
분식회계 파산 엔론의 저주…SK 향했나?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1.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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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횡령사건 ‘형제경영’최대 위기

검찰, 992억원 횡령주도한 최재원 부회장 증거포착

베일 속 김준홍·김원홍 관계, 최회장 개입여부 관건

 

 

SK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끝이 최태원(51) 회장과 최재원(48) 수석부회장 등 총수 일가로 향하고 있다.

창투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992억원에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 부회장이 제 1타킷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선물투자 손실보전 및 비자금 조성에 직접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 부회장을 다음 주에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일과 9일 SK본사와 계열사 등 10여곳과 관계사 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그룹 관계자와 계열사 회계담당자를 상대로 자금 흐름을 파악, 최 부회장을 불러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SK그룹 18개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중 992억원이 김준홍(46)베넥스 대표의 차명계좌를 통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았던 SK해운 고문 출신 역술인 김원홍(50, 중국체류, 상하이에서 투자자 운영)씨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을 파악했다.

자금 중 일부가 복잡한 경로를 거쳐 코스닥상장사인 캔들미디어와 비상장사인 비엔씨피로 흘러갔고, 베넥스 산하의 2개 사모펀드와 SK계열사들이 캔들미디어 지분을 취득하면서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캔들미디어의 최대주주는 베넥스포커스투자조합2호(27.06%)이다. 더컨텐츠콤(12.2%)과 베넥스섹터투자조합4호(10.67%)가 2,3대 주주이다.

베넥스포커스투자조합2호는 지난 2008년 SK텔레콤과 SK C&C가 각각 200억원과 1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해 설립한 펀드이다. 2대주주인 더컨텐츠콤은 2008년 SK네트웍스와 SK C&C 등 계열사 자금 250억원으로 설립된 베넥스투자조합4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캔들미디어의 지분구조를 보면 49.95%를 SK가 가지고 있어 자회사나 다름없다.

여기에 웹하드업체인 비엔씨피의 자금 흐름도 수상하다. 이 회사도 SK텔레콤이 200억원을 투자하고 베넥스가 운용한 오픈이노베이션펀드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검찰은 캔들미디어 등의 지분취득 과정에서 최 부회장이 SK 관계사와 차명계좌를 통한 자금세탁을 비롯해 돈을 빼돌리는 과정을 주도한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에선 최 부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나 증거를 모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회장이 개인 선물투자에 이 돈이 사용이 됐는지와 횡령과정에 개입했는가에 대한 여부를 가리는데 수사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대거 포착됐다. 입증을 할 만한 자료가 충분하다“면서 구속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부회장은 이번 검찰이 압수수색한 SK E&C, SK가스 등의 실질적인 경영을 해왔다. 때문에 최 부회장이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도 최 부회장에서 시작됐다.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3월, 벅스뮤직을 창업한 박성훈 글로웍스 대표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준홍 베넥스 대표의 공모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김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여 금고에서 175억원 상당의 수표와 금괴를 발견했다. 수표 중 약 173억원어치가 최 부회장 것임을 확인했다.

여기다 김 대표가 SK그룹 상무 출신이고 SK계열사가 베넥스에 2800억원을 투자한 점을 비춰 최 부회장이 투자금 일부를 횡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비내사자로 내사를 진행해 왔다.

수사과정에서 최 회장이 선물 투자해 큰 손실을 본 사실도 발견됐다. 10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이다. 검찰 특수2부는 투자금의 출처를 밝히는데 주력해 왔다.

지난 9월 검찰정기인사에서 최윤수 전 특수2부장이 중앙지검으로 인사됐고, 이중희 전 금조3부장이 특수 1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두 사건이 특수1부로 통합됐다.

검찰은 김준홍 베넥스 대표를 통해 김원홍씨에게 넘어간 투자금액이 자금흐름을 쫓는데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000억원에서 1조원대 규모라는 설이 분분하다. 만약 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 회장 뿐만 아니라 SK그룹 전체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자금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검찰은 이미 기소된 김준홍 대표와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김원홍씨를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전망이다. 또한 김씨의 송환을 위해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번 횡령사건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IT통신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가 역술인의 제안으로 선물투자를 했다가 1000억원대 손실이 입었다는 사실에 종교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 회장은 선물투자를 하면서 회사 돈을 빼돌려 사용한 뒤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회사 돈을 빼돌리는 순간에 횡령죄가 성립된다”면서 “최회장에게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다. 돈을 회사에 돌려준 점이 양형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리더십 흔들’...SK그룹 ‘위기감 고조’

SK와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엔론을 비유하는 분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봄 서울대에서 대기업 오너로서 처음 강의를 했다. 당시 강의주제는 엔론사태의 교훈이었다.

최 회장은 “엔론사태의 원인은 견제와 감시의 부실이었다. 공룡처럼 10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수많은 기업팽창 플랜을 실행해오면서 CEO(최고경영자)와 회사간부들의 스톡옵션 극대화 추구, CFO(재무책임자)의 회계장부 조작 등으로 회사의 이익과 본인의 이익을 혼동하는 우를 범했다. 성과에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 투자의사 결정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도 SK와 엔론은 인연이 많다. 99년 SK는 엔론과 합자회사 SK엔론을 설립한다. 엔론은 수년간 차입에 의존한 무리한 신규사업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이를 감추기 위해 4년간 15억달러(약 1조 4182억원)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중미, 남미, 아프리카에서의 계약에 뇌물수수, 정치적 압력을 가했다는 스캔들이 돌면서 엔론주가는 90달러에서 30센트로 떨어졌다. 결국 2001년 12월 2일 파산신청을 냈다. 또한 기업을 감시하는 감사와 기업을 도와주는 컨설팅 업무를 함께 한 회계법인 아서앤더슨도 2002년 해체됐다.

SK도 분식회계가 들통이 난바 있다. 지난 2003년 1조 5587억원 규모의 SK글로벌 분식회계사태가 바로 그 것.

검찰은 최 회장을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과 함께 배임, 증권거래법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최 회장은 1년 가까운 실형을 선고 받아 경영권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엔론은 파산했고 SK는 살아났다.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최고경영자(CEO)는 24년 4개월형이 선고됐다.

SK와 엔론의 연결고리인 SK엔론은 SK E&C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건재하다. SK가스, 대한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등 11개 도시가스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회장과 엔론의 전 CEO에 행동양식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회사의 이익과 본인의 이익을 혼동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대부분 계열사가 검찰 압수수색을 받고 오너의 횡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SK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또한 수사를 계기로 사촌간의 계열분리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게 재계 일각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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