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2세 경영 안전한가?”
“삼성‧현대차 2세 경영 안전한가?”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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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사후 애플 리더십부재 경영위기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리더십 부재로 위기에 대한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애플사가 CEO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잡스의 후광으로 애플사의 실적은 굳건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후계자의 부재가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 사례를 통해 국내 대기업에선 CEO 육성과 장기적인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을 준비하고 있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도 경영권 승계가 한창이다. 창업주 세대에서 2세를 거쳐 3,4세로 경영권 승계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3, 4세의 경영리더십 부재가 원인이다.

이재용 삼성시대 언제 도래할 것인가?

재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삼성에 쏠린다.

삼성에 애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잡스 사후 리더십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듯 삼성에도 그런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지난 9월, 삼성그룹의 컨트럴타워인 미래전략실(구, 전략기획실)에 새 진용이 짜여졌다. 20년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일해 온 김순택 부회장이 실장을, 장충기 그룹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차장을 맡았다.

이는 이재용 사장 체제 구축을 목표로 '3세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 견해이다.

재계 일각에선 3세 경영승계에 대한 시선이 밝지 않다.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명예회장(작고)과 이건희 회장(2세)의 경영리더십에 주축이 된 ‘혁신과 도전의 기업가 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호암은 산업의 불모지에 전후(戰後) 한국에 ‘산업보국’에 꿈을 일구었다. 이 회장은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자, 금융, 레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삼성을 일구었다.

현재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전자), 이부진 호텔신라ㆍ에버랜드 사장(호텔ㆍ레저),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전무(의류ㆍ광고) 등 3남매로 황금분할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영리더십 부재가 느껴진다는 게 업계에 공통된 시각이다.

이재용 사장은 IT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를 했다. 이부진 사장은 창의와 아이디어 대신에 해외 유명브랜드 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 이서현 전무는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한편 다양한 해외브랜드 유치와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본지 9월 19일자 1면 “황금분할 깨지면 삼성공화국 없다” 참조).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최명철 소장은 “삼성의 3세들에게선 창업주인 호암이나 이건희 회장이 가진 도전정신은 느껴지지 않는다. 애플의 스티븐 잡스와 같은 창의적 마인드는 더욱 찾아 볼 수 없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에 안주하고 편안한 사업만 찾는다면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호암과 이건희 회장이 가진 창의와 도전정신 회복하는 것만이 성공적인 3세 경영 안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리더십, 비난받는 불법 경영승계

현대 창업주인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작고)의 기업가 정신은 한마디로 ‘도전과 개척정신’이다. 이것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으로 이어졌다.

2000년 계열 분리 당시 현대차그룹은 재계 순위 5위, 자산총액 36조1360억원, 매출액 36조4460억원이었다. 10년이 지난 현대차는 재계 순위 2위에 자산총액 100조원, 매출액은 94조6520억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빅 5로 올라선 한편 중형승용차 부문에선 미국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불과 10년 만의 성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이는 정주영-정몽구로 이어지는 경영리더십에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에 분석이다.

정회장 이후에 대한 업계에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자동차)-정성이(광고)-정명이(금융)으로 황금 분할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승계까지는 많은 숙제와 난간이 필요하다.

현재 현대차는 현대차(36.23퍼센트)→기아차(16.83퍼센트)→현대모비스(20.78퍼센트)로 연결되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가 되려면 이러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88퍼센트) 약 2조원에 처리해야 한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지분1.75%(2010년 분기보고서 기준)만 갖고 있다. 또한 글로비스, 현대엠코, 이노션, 현대위스코, 현대오토에버, 본텍 등에 지분을 보요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비상장사를 상장시킨 뒤 지분매각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의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합병을 위한 수순 밟나’라는 보고서에서, “두 건설사가 합병하기 전까지 그룹은 현대엠코에 물량 몰아주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지배주주일가 입장에서 지분이 높은 현대엠코의 기업 가치를 높여 향후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엠코는 정 부회장은 지분 25%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 계열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현대건설을 손에 쥔만큼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을 합병하면 자연스레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주게 된다는 것.

정 부회장은 무사히 현대차에 안착할 전망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터진 글로비스 비자금 문제 등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경영능력을 검증하기도 전에 발생한 글로비스에 대한 원죄에서 벗어나 창업주와 부친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되살려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바람직한 승계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하나같이 투명하지 않다. 오너경영이 승계되면서 재산분쟁이 발단이 된 혈연전쟁으로 기업신뢰도를 추락시켜 왔다.

삼성경제연구소 배성오 수석연구원은 “선진기업의 체계적인 승계 계획처럼 한국기업의 CEO 승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에 대한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과거처럼 고령의 CEO가 타계한 후 급하게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이념과 가치를 계승할 후계자를 사전에 선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육성해야 한다. 2, 3세를 포함한 우수 인재를 중심으로 CEO 승계 계획을 공식화하고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승계 프로세스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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