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자사주 매입…“경영권 보호인가, 주가 부양인가” 분석투자 요망
하락장 자사주 매입…“경영권 보호인가, 주가 부양인가” 분석투자 요망
  • 김아름 기자
  • 승인 2011.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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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인 이벤트 성격 강해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 여건 개선해야 기업 가치 높여

글로벌 재정위기 시작된 지난 8월은 장 중 1700선까지 붕괴됐다. 투자자에게 공포가 됐다. 해외 악재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다. 급락의 원인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증시 예측은 힘들었다. 주가가 하락하자 우리금융, 신한금융, KTB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대우증권, 교보증권, 동부증권, NH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OCI, 대우인터내셔널, 비츠로셀, 이노칩, 씨티씨바이오 등 CEO와 임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자사주를 매수했다. 약세장에서 기업 오너와 CEO들의 자사주 매수는 주가가 신선한 영향을 줬다는 평가이다. 전문가들은 추격매수보다는 회사 내부에 대한 분석을 해서 충분한 시간 두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수는 주식 시장에 영향이 없다.

보통 경기부양이 목표이다. 지나치게 주식이 저평가됐을 때, 주가를 안정시키고 M&A에 대비해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자본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8월부터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증권사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 주목된다.

8,9월 자사주 취득 공시는 전체 공시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인 48건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은 지난 6월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우리금융의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 6월부터 총 1만주를 매입한 것.

신한금융의 한동우 회장도 지난 6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통 7430주를 매입했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은 8월초부터 12일까지 16차례에 걸쳐 자사주(보통주) 69만주를 취득했다. 이로써 권 회장은 자사주 1317만9956주를 보유하게 됐다. 지분율도 8월초 20.71%에서 21.85%까지 올랐다.

대신증권의 이어룡 회장과 노정남 사장, 양홍석 부사장도 모두 약세장에서 지분율을 늘렸다. 이 회장이 8월 2차례에 걸쳐 3만7720주를 매입, 57만7360주로 지분을 늘렸다. 노 사장과 양 부사장도 8월 각각 한 차례씩 1000주와 2만2000주를 매입했다.

신영증권의 원국희 회장과 원종석 사장도 8월 각각 두 차례씩 자사주 640주와 343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9월22일 자사주 3000주를 사들였으며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조웅기 대표이사도 10월7일 각각 1000주와 2000주를 샀다.

고원종 동부증권 대표이사(4000주), 정회동 NH투자증권 대표이사(2만900주),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대표이사(6300주)도 모두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CEO, 자사주 매입

상장 기업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포스코가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의 CEO를 맡고 있는 이동희 부회장은 지난 14일과 17일 이틀동안 자사주식 3240주를 매입했다. 총 매입금액은 1억원 가량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저평가된 대우인터내셔널의 회사 가치를 시장에 알리기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라면서 “CEO로서의 책임경영 의지와 회사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호주, 미안마 등에서 추진하던 자원개발사업에서 수익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사주 소각위해 취득

OCI와 넥스트아이는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기 위해서 취득했다. 이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데 이를 노린 것이다.

태양광사업의 장밋빛 전망을 등에 업고 60만원을 웃돌던 태양광전문기업 OCI는 지난 9월 28일 보통주 40만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는 내용의 공시를 발표했다. 소각규모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64% 수준이다.

효과는 금새 나타났다. 지난 9월 28일 52주 최저가를 찍으며 추락했던 OCI주가는 이익소각 결정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넥스트아이(코스닥), 윌비스(유가증권)등은 장내 매수후 소각한다는 공시를 낸 뒤, 소폭 상승을 했다.

하지만, ‘이익 소각 처방’이 모든 경우에서 약발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코스닥시장의 정상제이엘에스는 지난 8월 전체 발행주식의 1.36%에 해당하는 이익 소각 공시 이후 주가는 1.8% 하락했다.

 

美 자사주 매입 41% 증가

국내 기업들이 자신의 기업이 튼튼하다는 액션을 취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라면 해외 기업은 어떨까. 해외 기업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을 자사주 매입에 동원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현금 자산은 지난 2·4분기 말 금융 산업을 제외한 기업들을 기준으로 2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S&P(스탠더드 앤 푸어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지난 2분기에만 1092억달러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나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1분기 1139억달러 이후 최대이다.

해외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 고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면, 해외의 경우는 묵혀놓은 자산의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다.

 

경쟁력 떨어뜨리는 역할도

자사주 매입은 기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과도한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증권연구소 손부호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에게 좋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주가를 떠받침으로서 지속적으로 보유하고자 하는 주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서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상품개발이나 실적개선 등 장기적인 방법과 비교해 부정적이다. 일회성 이벤트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우지수에 포함된 30개 종목을 대상으로 금융위기 이후의 자사주 매입효과를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 30개 기업은 2011년 들어서 평균 706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지만 수익률은 7.5% 급락했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가 3.8%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손부호 연구원은 “기업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여건을 개선할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상적인 방법으로는 자사주 매입 자금으로 기업에 투자해서 성장성을 도모하는 방법이 나을 수도 있다. 주가 부양보다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절실할 때”라고 지적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급등락을 번복하며 해외악재로 증시 예측이 불가능해진 시장은 글로벌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투자보다는 주주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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