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실태 변한 것이 없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실태 변한 것이 없다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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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은 향상
한발 앞서가는 행정서비스는 후진국 수준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손부호연구원

9월 22일 월요일 직장인 A씨는 평소 보다 일찍 일어난다.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월요일에 특히 새벽 6시만 되어도 출근하는 버스를 타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A씨는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서울 종로 2가를 거쳐 여의도로 출근한다.

6시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평소 서울까지는 50분 안에 도착하지만 월요일은 유난히 차가 막힌다. 평균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A씨는 늦어도 종로 2가에 7시 30분에 도착하리라 예상했다. 종로에서 여의도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니 여유 있게 회사까지 8시 30분전에 도착해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간다. 이유는 아침 6시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초나들목 부근에서, 트럭 2대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5톤과 3.5톤의 소형 트럭들이 전복되면서 상행선 도로 차선 2개를 가로막았다.

출근길 차량 소통은 2시간 넘게 어려움을 겪다, 7시 반쯤 소통이 재개됐다. A씨는 결국 종로 2가에 8시 40분에 연착, 최종 목적지인 여의도에 다다르니 9시 10분 이었다. 40분이나 지각을 했다.

참으로 짜증나는 하루의 시작이다. A씨는 이런 날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나 자주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A씨는 퇴근시 다시 한번 짜증나는 일에 직면한다.

10월 17일 월요일 숭례문에서 저녁 11시 40분에 집으로 향하는 광역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갑자기 집으로 향하는 길목인 남산 1호 터널 출구 앞 한남1고가도로 보수·보강 공사로 14일 오후 9시부터 17일 오전 6시까지 하행선 2차로가 통제된다는 정보가 생각났다. 17일 새벽 6시까지 공사를 한다고 했으니 길은 막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저녁 늦게 까지 공사를 하고 있어 도로가 정체되고 있었다. 저녁 12시를 훌쩍 넘기고 있는 상황인데 정체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또 하나의 정체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역시 고속도로 보수공사였다. 판교에는 새벽 1시가 돼서야 도착했고, 집까지는 30분을 더 가야 했다. 결국 집에 2시에 도착한다.

A씨는 덜컥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지 답답했다.

A씨가 생각하기에 9월 22일 서초 나들목 사고는 서초구청ㆍ서초경찰청ㆍ도로공사의 일반적인 협력체계만 갖추고 있다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

경찰은 사고지 주변의 교통을 통제하고, 도로공사는 사건을 신속히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알리며, 사고처리는 구청이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보여진다. 새벽 6시라 힘들었다고 변명하겠지만 구청에 당직자가 있어야 하고 사고소식을 접하면 비상연락망을 이용해 신속히 사고처리를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가 출퇴근 시간이고 2개 차선을 차지하고 있어 신속히 처리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2시간 넘게 사고처리를 했다는 것이 참으로 답답했다.

10월 17일의 경우도 서울시와 도로공사 공무원이 한가지를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수도권 이남으로 향하는 광역버스는 새벽 2시까지는 운행을 한다. 새벽 2시 이후에 버스는 대부분 서울을 벗어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배려하는 공무원이라면 도로 보수 및 포장공사를 광역버스 운행이 끝나는 새벽 2시에 시작했더라면 교통정체는 덜했을 것이다. 운행이 다시 시작되는 6시까지 신속히 진행한다면 공사인부들도 차량정체속에서 사고의 위험을 안고 공사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와 도로공사는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했었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 하면 복지부동(伏地不動) 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고 A씨는 생각한다. 신속하고 친절한 행정으로 시민들의 서비스 만족도는 높다. 그러나 이것은 찾아오는 고객을 응대하는 구시대적 행정이다. 앞으로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발 앞서 나가는 스마트한 공무원들이 탄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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