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 버리고 무더기 인력감축하나
‘인재경영’ 버리고 무더기 인력감축하나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1.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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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잇따르는 LG, 구조조정설 확산

3분기 실적발표 앞두고 ‘전전긍긍‘…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인력조정위한 TFT구성·MC사업본부 1000여명 줄일 듯

 

LG전자의 인력 구조조정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MC사업본부)를 손본 데 이어 한국마케팅본부에도 조직개편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모바일부분의 적자누적으로 인력감축과 관련된 각종 루머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 때마다 LG측은 강력히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위기상황이 심각한 만큼 경쟁력확보를 위해 ‘인재경영’의 철칙을 버리고 인사 폭풍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LG전자가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 재편에 착수한 데 이어 최근 한국마케팅본부 부장들을 자회사로 보내고 있다고 알려졌다. 1991년 이전에 입사한 고참급 부장들 가운데 아직 보직을 받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실시하고 있는 것. 면담 결과에 따라 희망자는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LG전자의 자회사인 하이프라자와 하이비즈니스로지스틱 등으로 발령받는다.

여기서 제외되는 사람들은 명예퇴직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여 이러한 인력재배치는 사실상 실적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지금의 비대해진 조직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최상규 마케팅본부장의 언급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너경영인, 승부수 띄우나

구조조정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남용 전 부회장의 ‘색깔지우기’라는 평도 있다. 지난 달로 취임 1주년을 맞은 구본준 부회장이 마케팅관련 인력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는 점을 들어, 남 전 부회장이 표방한 ‘마케팅 왕국’을 '기술'과 '품질'의 LG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남 전 부회장은 부임 이후 마케팅강화에 주력해 외부에서 마케팅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한 바 있다.

LG전자는 최근 최고인사책임자(CHO)를 강돈형 전무에서 황호건 전무로 전격교체하고 대대적인 인력 조정을 예고했다. 여기에는 마케팅부서 직원가운데 1000명 또는 MC사업본부 사무직 7400여명 중 10~15%의 인력재배치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법인 주재원들도 인력조정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MC사업본부의 해외법인 인력은 20~30%가량 대거 감축됐다. 구매 및 마케팅담당 주재원들 중 상당수가 통상 3년 정도인 해외 법인 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복귀명령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휴대폰 사업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해외 인력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었지만 일부 주재원은 조기귀국에 응하지 않다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지채용을 늘리고 파견인력을 줄여가는 수순을 밟고 있으며 사람을 줄이는 구조조정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와 더불어 LG전자는 84개의 해외법인 통폐합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연구개발(R&D) 조직의 경우 폐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의 연구개발(R&D) 조직을 옌타이 조직으로 통합하기도 했다.

 

5분기 연속 적자 행진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이 지난 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구 부회장이 취임 이후 뒤늦게나마 스마트폰에 집중한 덕에 글로벌점유율을 지난해 2분기 1.4%에서 올 2분기 5.7%로 끌어올렸고 적자폭도 539억원까지 감소시켰지만,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짙은 먹구름은 여전하다.

스마트폰 패러다임으로의 변화에 둔감하면서 휴대폰 사업부문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돼 빠른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구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구조조정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설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를 맡은 이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없었다. 수차례 조직개편을 통해 일부 사업부문 대표를 교체하고 태양광사업과 전기차사업 등의 조직을 CEO(최고경영자)직속으로 바꾸는 수준이었다. 특히 구 부회장 취임 직후 이뤄졌던 사업본부장 인사에서 LG전자를 위기에 빠뜨린 휴대전화와 TV 사업본부의 본부장들이 해고되는 대신 전보조치되는 데 그쳤다.

이는 ‘인간존중의 경영’을 강조하는 LG전자의 인사기조에 따른 것이다. LG의 경우 `인화(人和)'를 사훈으로 걸고 IMF때에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정도로 인간중심을 표방하는 기업이다. 구본무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싸였던 지난 2008년 말에도 계열사 사장들에게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강조한 바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사람을 안 뽑거나 인력을 내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에 따라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게 LG의 핵심적 인사원칙 중 하나로 자리잡아왔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부진에 따라 스마트폰 중심으로 체제 변화를 꾀하기 위해 모바일 사업부의 재정비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며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3일 LG전자의 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실적부진에 이어 신용등급강등 우려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현재 LG전자가 워낙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인력감축을 단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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