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도로는 학부모들의 전용주차공간인가?
학원가 도로는 학부모들의 전용주차공간인가?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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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로 인해 운전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손부호 연구원
 강남 학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과잉관심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관심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시민들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다.
학원가가 밀집한 대치동 은마아마트 입구 사거리 근처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퇴근시간이면 주변을 지나는 차량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불법 주정차 차들은 근처 학원에 자녀들을 보내고 주변 커피숍 등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세워놓은 것이라고 한다. 주변 정체에 대한 민원으로 강남구청은 지난 2005년 단속 CCTV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근처 학원 및 커피숍 등의 주차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학부모들은 단속을 무릅쓰고 불법 주정차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 6시만 되면 은마아마트 입구 사거리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아예 1개 차로를 차지하는 차량으로 가득 찬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치사거리로 우회전하려는 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정체로 인해 운전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다고 한다.
 

이곳을 자주 지난다는 개인택시기사들은 “단속으로 예전보다 나아졌기는 하지만 불법 주정차는 여전하다”, “낮에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통행량이 늘어나는 퇴근시간에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단속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카메라를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 차를 세워두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일 이곳에 오는 학부모를 위해 커피숍 등에서 대리주차를 해주는 사람들이 알아서 CCTV 카메라를 피할 수 있는 도로에 주차해 준다고 하니 도로정체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들이 외고 입시를 준비 중이라는 학부모는 “아이들을 굳이 차로 데려다 주는 것은 다른 엄마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커피숍 등에서 다른 엄마들을 만나야지 같이 과외 팀이라도 꾸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부모 역시 “엄마들끼리 모여서 담임선생님 이야기부터 학원 정보, 입시 상담 등 자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여기에 오지 않으면 정보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대략 주차시간을 추정해 보니 약 4시간이다. 오후 6시부터 10시, 교통량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이다. 나만 편하면 됐지 다른 사람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부모들이다. 이런 부모를 보면서 학생들은 배우며 심지어는 자신들도 커서 악습을 답습할 가망성이 크다. 심각해 보인다.
 

한 학생은 “어차피 차 때문에 도로가 혼잡해지는 건 잠깐이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차로 가면 집에 가기가 훨씬 편하다”고 말하고 있다. 역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다.
강남구청의 관계자는 “CCTV 카메라도 여러 곳에 설치하고 경찰과 함께 매일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불법 주차를 근절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성숙한 준법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으로 보여진다.
 

여전히 오후 10시만 되면 학생들을 데리러 나온 학부모들의 차량으로 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들이 밀려 나오기 30분 전부터 길가에는 학원 버스가 하나둘 서고 일찍 도착한 부모들은 대로와 골목 가릴 것 없이 빈 공간에 차를 대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공부하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조금 편해보겠다고 부모가 교통혼잡을 유발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조금만 불편하면 다수가 편해진다.
자식들을 편하게 해주겠다고 학원 앞에서 불법으로 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부모를 책망하고, 학원 앞으로 픽업해달라고 하는 자녀를 매정하게 질책한다면 도로정체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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