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맨 ‘기부약속’...“거짓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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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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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노블레스 오블리주’ 美 부자 증세 ‘버핏세’ 도입…한국재벌은 어떤가

美 적법한 상속·기부 문화…韓 절세· 탈세 등 불법 만연
범죄 면죄부용 기부 약속…자신 재단에 기부 상속 활용도

지구는 하나다. 글로벌 패러다임이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부자의 생각은 천양지차이다. 최근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증세 방안인 ‘버핏세’를 의회에 제안했다. 향후 10년 동안 3조6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를 감축한다. 그 절반에 가까운 1조5000억 달러를 부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겠다. 미 국민들은 버핏세,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HP 창업자 데이비드 페커드, 빌게이츠, 워런 버핏 등은 재산을 후세에 상속하기보다 사회에 환원했다. 미국 부자들이 앞장서 세금을 더내고 기부를 하겠다고 앞장서고 있다. 한국 재벌들은 어떤가. 오히려 불법 상속과 탈세를 통해 부를 2,3세들에게 부를 물려주려 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재벌에 대해 ‘죄벌(罪罰)’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상속세율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40%정도 낮다.
미국의 경우 상속세율은 17단계로 걸쳐 누진률을 높여간다. 최고 55%이다.  다른 선진국들도 상속세율은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재벌 불법 상속·탈세 주류

재벌들은 기업의 종속성을 이유로 상속세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세금을 제대로 내면 안정적으로 경영권 유지가 힘들다는 이유에서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사례는 정용진 부회장이다. 2007년 정 부회장은 “떳떳하게 증여세를 내고 지분을 증여받은 후 경영권 승계까지 적법하게 마무리 짓겠다”며 3500억원에 해당하는 신세계 주식 66만 2956주를 현물 납부했다. 이는 정재은 명예회장의 증여분이다. 후일 이명희 회장의 289만주(15.3%)가 증여되면, 증여세로 1조원을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 증여세 납무 현황을 보면 신용호 교보생명 전 회장 유가족(1830억원), 설원량 대한전선 전 회장 유가족(1355억원), 이임용 전 태광산업 회장 유가족(1060억원), 최종현 전 SK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730억원), 이정림 전 대한유화 회장 유가족(283억원),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 유가족(300억원), 김승연 한화회장(277억원), 이병찰 전 삼성회장 차남 이창희씨 유족(254억원), 이양구 전 동양회장 2세(120억원), 이건희 삼성회장(70억원) 순이다.
증여세 납부 현황을 보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의심스럽다. 탈세와 절세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삼성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을 이용해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씨에게 불법 증여한 재산은 약 1조 6000원원에 달한다.
삼성은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증여재산가액의 절반(상속세율 50%)인 8000억원을 공익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 전현직 임원이 자백한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무려 총 발행주식의 16%인 324만주이다. 차명으로 명의 분산할 당시에 주당 70만원에 거래되었다. 이는 약 2조2000억 원으로 평가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실질소유자가 그 명의자에게 그 재산가액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다.
세무회계사 김모 씨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규정에 따라 98년 당시 이건희 회장 명의의 삼성생명 주식이 대거 임직원명의로 명의 개서가 되는 당시에 증여세 납세의무가 성립했다. 50%의 세율을 적용하면 탈세규모가 약 1조1000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삼성특검에서 양도세 포탈을 인정했다. 삼성전자 차명주식거래 양도세 부분이 세율 20%가 적용되었다. 원금은 약 5000억원에 해당한다. 이 주식은 상장주식이다. 차명자산에 대한 증여세가 과세되어 세율 50%를 적용하면 2천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검은 삼성에 많은 면죄부를 줬다. 고작 1000여억 원의 탈세혐의만 인정했다. 이것 역시 비자금 횡령 혐의를 피하기 위해 고육지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현대차 ‘일감몰아주기’경영승계

현대기아차는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일감 몰아주기’,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졌다.
지난 2001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40%, 60%씩 총 50억원을 출자해 글로비스를 설립한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철강제품 등의 물류및 운송을 담당하는 회사이다.
당시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 해당하는 회사에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들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했다.
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역할을 했다.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로 급성장했다.매출의 85%는 그룹계열사에서 따온 것들이다. 설립한 지 10년만에 매출 6조원의 거대기업으로 도약했다. 정 부회장은 상장을 통해 상장 차익을 챙겼다. 현재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를 비롯 현대엠코, 이노션, 본텍 등을 포함한 총  보유주식 가치가 1조8900억원이다.
글로비스는 재벌가의 상속 표본이 됐다. 재벌들이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경영권 승계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편법이 재계에서 성행하면서 정부 및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반재벌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벌 거짓말 기부약속

 세계적인 부자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는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국내 재벌들도 기부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대부분 범죄행위가 드러난 뒤, 면피하기 위해 법정에서 기부를 약속한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일 뿐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은 “지켜지지 않은 사회공헌 약속을 바탕으로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법무부는 특별사면시켜 주고 있다”고 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사회 환원 카드를 꺼내든 건 삼성이 위기에 몰렸던 2006년이었다. 당시 안기부 X파일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문제가 불거졌다. 이 회장은 장기간 해외 체류하다 귀국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이 회장 일가의 재산으로 8000억원 상당의 사회기금을 조건 없이 헌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회환원은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이었다.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의 설립을 통해 2002년에 이미 환원된 4500억원(이 회장 1300억원, 이재용 1100억원, 삼성계열사 2100억원)에 3500억원(이회장 일가의 부당이득 헌납분 1300억원, 고 이윤형 유산 2200억원)을 추가 기부한 뒤 재단의 기금을 통째로 넘기는 방식이었다. 교육부는 사회환원기금을 받아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출범시켰다. 현재 ‘삼성꿈장학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색깔을 지우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 출신들인 손병두 재단이사장(삼성비서실, 전 KBS이사장), 우진경 사무총장(STS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실장)등이 재단 운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지난 2006년 1조원에 달하는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역시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뒤 나온 결심이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정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정 회장은 재판부에 “7년 동안 8400억원을 사회에 환원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항소심 공판에서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1조 원을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하고, 조만간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서는 입장을 수차례 번복했다. 2006년 3월 재판 당시 “글로비스 주식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5월부터는 “현금이 될지 뭐가 될지 알 수 없다”며 글로비스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에서 차지하는 글로비스에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 회장의 아들 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1.88%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한 사회 환원은 경영권 승계의 걸림돌이 됐기 때문.
그런데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면서 정 회장은 사재 출연을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사라졌다. ‘기고, 강연 및 사재출연’이라는 기이한 형태의 사회봉사명령이 대법원에서 뒤집혀 파기환송심을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원의 판결을 받은 지 겨우 두 달 만에 광복절 특별 사면이 됐다.
정회장은 그동안 2007년 600억 원, 2008년 300억 원, 2009년 600억 원, 세 차례에 걸쳐 총 1500억 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기부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결인 840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17.86%, 정 회장이 언급한 1조 원을 기준으로 보면 1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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