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회장의 이상한 셈법 ‘고액연봉은 YES, 책임은 NO’
최원병 회장의 이상한 셈법 ‘고액연봉은 YES, 책임은 NO’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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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부패 만연 모럴헤저드 ‘심각’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농협중앙회의 만성적 비리가 도를 넘어섰다.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다. 직원들의 고객예금 횡령은 물론이고 부적격 특혜채용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민 조합원들은 누적되는 부채에 허덕이는데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도 무려 전년대비 158%나 증가했다. 고무줄 같은 임원보수 규정 또한 논란거리다. 뿐만 아니라 역대 사상초유의 금융전산망 마비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 보안의식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드러나 비리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비상임이라 책임이 없다”는 최원병 회장의 경영 도덕성은 농협중앙회가 얼마나 많은 비리로 가득 차 있는 지 증명하기 충분하다.


최원병 회장 고액 연봉 “편법 지급” 논란
50주년 창립기념 행사 30억 지출 ‘돈 잔치’
억대 연봉자 수두룩...농민들은 빚에 허덕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제보 받은 바에 따르면 1년 동안 최 회장이 받는 연봉이 12억6000만원”이라며 “이는 추정액수 일뿐 상세 규모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최 회장의 기본급은 1억3000만원이지만 경영수당 3억원, 성과급 2억9000만원에 농민신문 발행인을 겸하면서 기본급 1억2900만원을 포함, 4억4700만원을 받는다.

이는 수출입은행장 4억8000만원, 산업은행장 4억6000만원, 중소기업은행장 4억8000만원에 비해 무려 3배나 되는 금액이다.

강 의원은 특히 “이런 고액 연봉이 편법적으로 지급되고 있어 문제다”라며 “농협에서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 회장은 지난해 농가 평균인 3212만원의 40배 가까이 되는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농협중앙회 회장은 상근직이 아닌 비상근직이어서 논란의 불씨는 더욱 거세다.

또한 최 회장은 비상근을 이유로 “농협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에 책임이 없다”며 나몰라라 경영을 일삼고 있어 도덕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액 연봉은 받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없다는 게 최 회장의 논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년 국감 때마다 지적되고 있는 농협 비리들이 근절되기는커녕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게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를 반영하듯 최 회장은 이번 농협 국감에서도 여전히 “몰랐다.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고객 예금 멋대로 인출...직원들도 불법 천국


최 회장의 도덕적 해이 만큼이나 직원들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올 6월말까지 농협중앙회 내부직원들에 의한 고객예금 횡령 및 유용 등의 사고금액이 395억7998만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민주당 송훈석 의원이 농협측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특히나 지난해에는 내부 직원들이 125여억원에 달하는 고객예금과 대출금을 횡령했으며, 올해에만도 모두 8건의 횡령 및 유용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액 규모도 상당하다. 올 3월에 대전시교육청 농협중앙회 출장소 5급 과장대리 직원이 대출서류를 위조해 11억 6천만원에 달하는 거액 대출금 횡령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11월 구포지점에서는 별정직 주임직원이 타점권 허위 계상을 통해 시재금 84억 9580만원을 횡령했다. 농협중앙회 단일 횡령사고액 중 가장 큰 규모다.

횡령 직원들의 직급은 과장, 과장대리, 과장보, 주임 등 하급직 직원들을 지도 감독해야 할 중간간부급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8년 이후 총 869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농협중앙회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극심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 의원은 “농민과 조합원을 위해 설립한 농협에서 내부직원에 의해 고객예금을 횡령하는 등 각종 사고금액이 천문학적 규모다.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농협중앙회는 연이어 발생하는 대형 금융사고에 속수무책 수수방관하지 말고 내부 통제 및 내부 감독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해 금융사고를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원병 농업중앙회 회장은 “회장이 되고 나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수사기관에 의뢰하다 보니까 적발건이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자 전년대비 158% 증가

고무줄 같은 임원보수규정도 논란이다.

농림위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은 “농협경제연구소 전임 대표이사가 최대 6억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전임 대표이사 취임 이틀 전 임원보수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바 있는데 전임 대표이사 퇴임 후 농협경제연구소는 또 다시 규정을 개정해 임금을 낮췄다”며 “매번 대표이사가 바뀔 때마다 보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고 있다. 대표이사 자리가 고무줄 자리냐”고 지적했다.

최인기 농림위원장도 “기본적 봉급체계를 명확히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잇따른 지적에 최 회장은 “유념하겠다”고만 말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들도 상당수다.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직원이 무려 66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158%나 증가한 규모. 출자자인 농민 조합원들은 누적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데 정작 농협중앙회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원 조합에 경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억대 연봉자들이 3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송훈석 의원에 따르면 억대 연봉자들의 인건비 비율 증가율은 전체 인건비 비율 상승률 17.2%보다 훨씬 높은 161%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억대연봉자 256명이 266억 원을 받았지만 지난해는 662명이 695억 원의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중앙회는 또 사업조기추진 및 사기진작 명분으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총 2300억원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중식비, 교통보조비, 시간외수당, 연차휴가보상금 등 각종 명목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9940억원을 지급했고, 임직원 대출금 잔액이 1880억원, 사내근로복지금 출연액 473억원, 사내근로복지기금 사용액이 1030억원에 달했다.

최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는 무려 30억원 가량을 투입, 호화 행사를 벌였다. 송훈석 의원이 이번 행사 예산 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념 행사비로 총 18억2500만원이 지출됐으며 행사당일 참석자의 차량비와 식비 등으로 15억여원 등 이날 행사에 총 33여억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오는 12월에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의식해 선거운동 차원에서 추진된 것 아니냐는 의혹 또한 일고 있다.

구비서류도 없는 낙하산 인사 상당

인사규정에 부적합한 특혜 채용도 만연, 신규채용 관리 보완도 절실하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에 따르면 수원, 전주, 백제, 보성 등 지역조합에서 임용 공고 없이 조합 내부직원을 채용하거나 면접 절차 없이 인사위원회가 의결 또는 구비서류 없이 부적격 특혜 채용 했다.

더욱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파악된 전국 지역조합 내 임직원 자녀들의 지역조합 근무 인원은 총 212명으로 나타나 과연 이들이 모두 채용 기준에 적합한 절차를 받아 입사 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이 중 같은 지역조합에 부모와 함께 일하는 인원이 44명이나 된다. 조합장이나 상임이사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데 인사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 이분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지적했다.

공개용 알집 프로그램 사용...해킹에 노출

보안불감증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사상 초유의 금융전산망 마비 사태가 일어난 지 5개월, 그 어느 금융기관보다 보완의식이 철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킹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이 ‘이스트소프트사’의 업데이트 서버 접속내역을 분석한 결과, 네이트 고객정보 해킹의 원인인 공개용 알집프로그램을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불법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IT보안을 총괄하는 농협 IT본사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12건의 공개용 알집 프로그램 업데이트 서버 기록이 확인돼 똑같은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이스트소프트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농협중앙회에서 기관용 알톨즈 제품 구매 내역이 없고, 지역 농협 몇몇 곳에서 개별적으로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사용했다.

성 의원은 “농협이 이스트소프트사 업데이트 서버 접속내역이 아닌 다른 내역을 제출하는 등 고의적으로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지난 4월 전산망 사고 이후 보안인프라 구축에 5175억원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대체 아직까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직원들이 집에서 사용하던 알집을 그대로 가져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일이 있다”고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한 보안의식 수준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 22일 농협 전산망이 또 다번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영업정지 저축은행 가지급금 지급 모계좌인 농협은 예금보험공사 인터넷 사이트에 접수된 정보를 받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다운돼 저축은행 가지급금 신청자들이 큰 혼란을 빚었다. 더욱이 예보는 사고가 발생한 순간에도 예보측 서버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농협 내부 전산망에 문제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농협측은 “농협과 예보를 연결해주는 전산망인 VAN이 오전 10시30분 전후로 장애를 일으켜 문제가 발생했다”며 “농협의 전산 문제 때문에 일어난 사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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