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하이닉스 인수 포기...위기 직면
STX 하이닉스 인수 포기...위기 직면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1.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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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를 통해 성장해온 STX가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 위기를 맞고 있다.

STX는 19일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예비 실사를 진행했으나 세계경제 불확실성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부담으로 인해 인수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STX는 “최근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하이닉스의 낸드 및 비메모리 등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상당 기간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이 향후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 합의를 이뤄내 투자를 추진했지만, 투자유치 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인수 추진 중단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는 대외적인 돌발 변수와 함께 예정된 인수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 더 이상의 리스크를 감당키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STX가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선언 당시부터 업계에서는 무리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STX 재무상황으로 볼 때 현금성 자산을 인수자금으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STX관계자들은 보유 현금성 자산이 3조원이 넘는다고 강조했지만, 지난해 말 그룹 연결 차입금이 10조 9천814억원에 이르는데다 이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이 5조9천512억원으로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채비율은 458.4%, 차입금의존도는 46.1%다.

게다가 연결 영업이익이 4천279억원으로 이자비용 5천16억원을 갚기도 버거운 상태다. 또한 STX는 차입금 감축 등 재무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말까지 끝마치기로 약속했던 STX중공업과 STX에너지, STX유럽, STX다롄의 Pre-IPO와 IPO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임원진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내부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시키는 강덕수 STX 회장의 인수 본능에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하이닉스가 STX의 주력사업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왜 인수를 시도했는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73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강 회장은 2000년 쌍용중공업 전무 자리에 오른 뒤 외환위기 여파로 퇴출기업이 된 쌍용중공업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경영인이 됐다.

이듬해 5월 STX를 공식 출범시킨 뒤 싼 가격에 기업을 인수라고 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굵직한 알짜배기 회사들을 거둬들였다. 이후 2001년 대동조선(STX 조선해양), 202년 산단에너지(STX에너지),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차례로 인수했다.

2006년에는 무모한 확장이라는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광활한 부지에 터를 잡아 초대형 건설소도 건설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2008년 대한통운 매각 때 입찰에 참여했다 떨어졌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때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다 포기했다. 대우건설 인수는 내부적인 검토 단계에서 접어들면서 M&A 신화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에는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조선사 대한조선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채무탕감을 포함한 인수 조건을 놓고 채권단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포기하기에 이르면서 STX 내부의 불안감은 더 높아져 가고 있다.

불확실한 내부 상황은 등한시한 체 사업다각화라는 몸집 부풀리기에만 주력하고 있는 강 회장이 STX의 위기 상황을 어떤행보로 벗어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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