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금융회사들…치료도 받지마라?
해도 너무한 금융회사들…치료도 받지마라?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사 빚 못갚은 7만6000명 보험료 빼갔다

대법원 압류 판결 이후 금융사 해지 늘어나
보험사 특별부활 보험 재기할 수 있지만 안내 꺼려

빚지고는 못산다는 말은 현실이다. 절실하다는 해명은 변명으로 통한다. 금융사들의 이야기다. 마지막 담보 일 수 있는 보험도 이들에게는 ‘채권’이다. 병들어 죽어도 하소연은  ‘채권’을 앞서지 못한다.

#1.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김모씨는 그동안 신용카드 5개를 돌려막기를 해오다 결국 3000여만원을 연체를 하고 말았다. 주의에 대형유통업체가 생기면서 매상은 급격히 줄었고 대출이 어려웠기 김씨는 1년여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해왔다. 신용카드사는 카드빚 독촉을 요구해왔지만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았던 김씨는 슈퍼마켓도 폐업했다. 신용카드사는 김씨를 상대로 법원에 추심명령을 받았고 김씨가 가입한 가족 보장성 보험에 대해 압류를 했다. 중대 해지로 환급금은 50만원 수준이었다. 중학교 3학년인 막내딸이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지만 보험 보장도 받지 못했다.
 

#2. 장모씨는 최근 폐암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암 보험’에 가입해둔 터라 가족들은 조금은 안도했다. 병원에 입원했던 장씨의 가족들은 보험회사에 암보험 청구를 했지만 ‘지급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9년여 납부했던 보험료가 은행에 압류된 것이다. 장씨는 사업에 실패하면서 많은 빚을 졌고 최근 빚을 갚아가기로 약속했지만 압류를 풀리지 않았다. 장씨 가족은 은행에 압류를 풀어 달라며 부탁했지만 은행은 받아주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이 올해 상반기 빚을 갚지 못한 대출자 7만6000여명의 보험계약을 압류하거나 해지해 보험료를 가져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회사들이 대출 채권을 회수사한 규모가 지난해에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별로는 대부업체가 4만64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신용카드사가 1만8569명, 저축은행은 9131명, 보험사 6534명, 은행이 1200명이었다. 이처럼 올해 금융회사들의 압류가 늘어난 것은 ‘보장성 보험에 대한 압류나 해지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6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 법 시행을 앞두고 채권 압류가 힘들어 질 것을 대비해 미리 압류를 시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개정법 시행 이전 5일 동안 2372명의 보험계약이 압류되거나 해지됐다.
 

이들이 압류하거나 해지한 보험의 절반 가량은 상해나 질병 치료비 등 보장성 보험으로 알려졌다. 중도 해지하면 환급금이 너무나 적다. 금융사들이 이런 보장성 보험료까지 해지해가며 ‘채권’을 회수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지만 이들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여기가 자선단체도 아니고 개개인의 사정을 다 봐주다간 불량채권을 회수할 수 없다”며 “이들 대부분이 여러 금융사외 다중채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채권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시간안에 먼저 압류를 거는 것 밖에 없다. 그렇지 못하면 한푼도 건지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보험사들 금융사 압류에 적극 수용

보험사들도 압류나 해지에 적극 동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감원은 최근 생·손보 협회에 보장성 보험계약의 압류나 해지가 이뤄지지 않도록 요청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2009년 채권자가 고객의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해약환급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대법원 판결한 이후 금융사의 압류는 계속 늘어갔다.
 

심지어는 10만원도 채 안되는 금액에 대해서도 보험 등 강제 압류를 집행하는 금융사도 적지 않았다.
수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강씨는 S카드에서 10여만원을 연체했다. 강씨도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S카드는 강씨가 10여년 동안 유지해온 ‘암보험’을 압류 해지했다. 환급해간 돈은 6만원 가량이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안 강씨는 연체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며 카드사와 보험사 그리고 금감원에 항의했지만 “이미 해지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들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고객의 보험을 해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다. 채권자가 고객의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해약환급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 이후 강씨와 같은 사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상위 5개 생명보험사의 경우 압류금액이 2008년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2조689억원이었으나지난해 4∼8월에는 4조6534억원으로 급증했다.
 

실제 금융사들의 요구에 보험회사 90%가량이 수용했다. 보험사 측도 대출연체자는 예상 사고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보험사 입장에서 큰 손해가 아니라는 손익계산도 작용했다.

금융사들 법원 판결 이후 ‘압류’러시

생명보험사 가운데 압류해지가 가장 많은 곳은 대한생명으로 지난해 1분기 4552건에서 올해 2분기에는 1만124건으로 늘었다. 푸르덴셜생명도 118건에서 1294건으로 10배 넘게 금융사들의 요구를 수요했다.
손해보험사들 중에는 동부화제와 현대해상, 한화손보, 삼성화재에서 크게 늘었다.
 

금감원은 은행이나 카드사, 대부업체 등이 채권추심을 위해 소액보험까지 강제해지 못하도록 대책마련을 하겠다고 6일 밝혔다. 그동안 이와 관련한 민원들이 끊임 없이 제기됐고 최근 정치계에서도 이 관련해 대책마련을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험회사 보험약관에는 ‘강제집행’ 등으로 인한 보험 계약 해지는 ‘특별부활’이 가능하다. 연체대금을 완납하면 기존 보험을 되살릴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가입전 설명은 물론 보험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서류를 요구하는 등으로 꺼리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이런 부분을 고객들에게 통지하는 한편 부당하게 부활을 꺼리는 보험사를 단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곳도 적지 않다. 우선 금융사들의 반발이다. 한 카드사 채권팀 관계자는 “이들이 재산을 이미 다른 명의로 빼돌린 경우도 많은데 단순하게 보험을 압류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며 “저소득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금감원 요청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대부업체의 경우 일반 금융사와 달리 채권회수율이 적기 때문에 보험 압류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실제 은행이나 카드사는 연체율이나 채권율이 대부업체 보다 낮기 때문에 별다른 타격이 없겠지만 우리는 1만원리도 회수해야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보험압류는 계속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