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한국선주협회 회장이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을 두고 일침을 가했다.
STX그룹의 해운 부문 총괄 부회장인 이 회장은 16일 제주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포스코 같은 대형 화주(貨主)가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업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스코는 지난 달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물류회사인 대우로지스틱스의 기업회생 사모펀드에 약 300억 원을 투자했다. 이에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사실상 해운업에 뛰어들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해왔다.
이날 이 회장은 “국내 30여 개 선사가 포스코의 물량을 주로 운송하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물류산업 진출은 이들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형 화주가 해운사를 만들어 물건을 나르는 ‘2자 물류’는 해운업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2자물류 업체들은 모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세에 있다. 물류기업 글로비스는 대주주인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85%이며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로지텍은 삼성그룹 물량이 매출의 95%에 육박한다. 선주협회는 "2자물류 업체인 글로비스의 최근 7년간 매출 성장률은 1000%에 달한다"며 "삼성전자로지텍도 2003년 매출 4600억원에서 지난해 319% 성장한 1조46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회장은 “철강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연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본연의 책무인 만큼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엉뚱하다”며 “브라질 철강회사 발레가 1990년대에 해운회사를 차렸다가 전문성 부족으로 실패했듯 해운업 진출은 장기적으로 포스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정부차원에서 해기사 등 인력 양성에 관심을 기울일 것과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다른 분야에 진출하기보다는 업종 고유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