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프리미엄 전략이 주는 시사점
라면의 프리미엄 전략이 주는 시사점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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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컨셉은 서민을 위한 저렴한 음식
가격 인상에 앞서 뼈를 깎는 자구책 필요

한국증권연구소 손부호 연구원
  신라면 블랙의 프리미엄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라면업계에 큰 교훈이 뼈에 사무치게 새겨졌다. 우리나라에서 라면은 절대로 비싸게 팔아 수익을 창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어려웠던 시절 국민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 1963년 9월 15일 탄생된 라면은 전형적인 서민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면과 스프의 조합이었으나 48년의 세월이 흘러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부응하기 위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였으나 서민들의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저렴한 음식이라는 컨섭이 변한 것은 아니다.

  신라면 블랙은 이 단순한 컨셉을 깨고 프리미엄이라는 라면의 고급화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불명예까지 안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시장에서 철수하였다. 혼자 조용히 사라졌으면 그나마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후 라면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라면업계는 라면의 원부자재 가격 등이 2배가량 올라 실적이 악화되는 실정에도 신라면 블랙 생산중단의 후폭풍으로 당장 가격 인상 검토를 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지난해 초 2~7% 가량의 가격인하를 단행했던 라면업체들은 그동안 신선식품 및 밀가루 등의 국제원자재 값이 올라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라면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의 올 상반기 매출은 9974억원으로 지난해 9466억원보다 5% 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866억에서 25.7% 줄어든 643억원에 그쳤다.

  2위인 삼양식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지난해 2월 최대 6.7%의 가격을 내린 이후 매출은 2009년 2985억원에서 2010년 2726억원으로 줄었고 심지어 영업이익은 252억원에서 12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오뚜기의 매출액은 2008년 1조2517억원에서 2009년 1조3639억원, 지난해 1조3729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11억원, 652억원, 550억원으로 매년 감소했으며, 특히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44억원으로 전년 609억원에 비해 10.67% 줄었다.

  최근 '꼬꼬면 열풍'을 불러일으킨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라면스낵사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억4900만원에 그쳐 2009년 28억9700만원에서 대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악화된 영업이익을 회복할 길이 없어진 업체들은 추석을 전후에 가격인상을 실시하려고 하였으나 현재 한숨만을 내쉬며 정부 눈치만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원재료 값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분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해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올 추석 이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신라면 블랙의 생산 중단으로 말조차 꺼내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라면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강력1급, 전용5호 등의 밀가루 가격은 지난해 kg당 780.94원, 775.45원에서 올 상반기 각각 791.11원, 786.70원으로 올랐고, 변성전분은 1204.03원에서 1270.90원으로, 팜유는 1095.91원에서 1471.58원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위 상황을 고려해 보면 라면 업체들의 라면값 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단순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다고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뭔가 부족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라면 업체들의 뼈를 깎는 원가절감 노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재료 값이 상승했을 경우 우선 고려해야 할 상황은 업체간 공동구매를 통해 조금이라도 원가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최소한의 공조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원재료 값이 오르면 가격을 올리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노력을 한 후에 방법이 없다면 소비자를 설득하고 정부의 눈치 볼 것도 없이 인상을 하면 된다. 이것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라면업체로서 걸어가는 길이다. 이번 신라면 블랙 시장철수를 계기로 라면업계는 서민을 위한 진정한 업체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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