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증권맨 주가조작 ‘달인’
스타 증권맨 주가조작 ‘달인’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1.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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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방송 이용 주가조작 놀이터?

‘주식 전문가’들 유명세 미끼로 시세조종
유사 투자자문업체 관리 감독 사각지대

케이블TV와 인터넷 증권방송이 주가조작 세력의 놀이터로 변질되고 있다. 증권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증권 전문가들이 방송을 미끼로 시세 조종을 공모한 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 금융당국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포착하고 불공정 주식 매매 흔적이 있는 증권방송과 출연자를 적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이를 믿고 투자한 개미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관계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 유명 케이블 TV에서 증권 전문가로 출연 중인 A씨는 자신의 유료 증권정보 사이트 회원 5명과 공모해 시세조종을 하기로 모의하고 방송을 통해 해당 종목을 소개, 시세가 오르면 재빨리 되팔아 100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를 위해 특정종목을 선정한 뒤 가족, 친구 등 지인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 이를 통해 사전에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자신의 유료 증권정보 사이트에 당해 종목의 호재성 자료들을 공개하고 자신이 출연하는 케이블방송에서 투자 유망 종목으로 추천, 사고팔면서 주가가 오를 경우 매도하는 수법으로 차익을 실현해왔다. 특히, 유료 회원들과 일반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여러 증권사에 개설된 계좌를 시세조종 하는데 이용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A씨의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적지 않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사 투자자문회사로 등록해 운영 중인 인터넷 증권방송 대표 등도 주식시세를 조종해 1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방송은 공중파TV에서 활약한 유명 주식 전문가를 진행자로 초빙해 증권 전문가 대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앞서 인터넷을 통해 증권투자정보를 제공하던 또 다른 인터넷 증권방송 대표 등 2명에게도 시세조종을 공모해 2억여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를 적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방송 등에서 시세 조종이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에 항상 관심을 두고 있다”며 “최근 주식투자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증권방송들이 가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시세조종 및 부당이득 편취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의혹을 받고 있는 증권 방송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 돈 모아 부당이득

이 같이 증권 방송을 통해 혹은 방송에 출연했던 유명세를 미끼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주식 전문가’들이 날로 늘어나면서 개미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파생상품 투자의 달인’으로 명성이 높은 최정현 신아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고객들에게 채권이라고 속인 뒤 선물옵션에 투자, 결국 3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잠적했다. 투자자 가운데에는 의사, 현직 검사와 판사, 증권사 직원, 방송사 PD 등이 포함, 피해자 수만 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고소장을 낸 한 투자자는 “최 대표의 명성을 믿고 지난해 8600만원을 투자했고 30%의 배당금을 받아 의심하지 않았다. 6개월에서 1년 만기의 무기명 채권이라고 했기에 이 또한 믿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무기명 채권투자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뒤 회사를 찾아갔더니 문을 닫고 최 대표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라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증권 방송 진행자이자 투자자문회사 대표인 민영기씨가 비상장 주식을 대신 매수해 주겠다며 유명 연예인, 고위 공직자 등 투자자로부터 10억여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민 대표는 이 돈을 주식 매수가 아닌 자신이 증권 거래를 하다 손실을 막는 일명 ‘돌려막기’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증권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민 대표의 명성을 믿고 의심 없이 투자했다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카페 개설해 유망 종목 추천 뒤 시세차익

수익 높은 종목을 추천해 준다며 유료카페를 개설해 고액의 가입비를 받아 주가조작을 한 사례도 상당하다. 지난해에는 한 증권방송 애널리스트가 유료 회원들을 세력화 해 주가조작에 나섰다가 적발됐다. 실시간 증권방송을 통해 H사 주식 매수 타이밍과 수량 가격을 찍어주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주가조작 세력들은 흔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증권투자 카페를 개설해 전화 상담, 휴대폰 문자메시지, 방송 출연으로 잘못된 정보를 흘리거나 특정 종목 시세를 띄우는 수법을 쓰고 있다.

한 증권 정보카페 가입자는 “유명한 증권 전문가가 운영하는 사이트라 유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명성을 믿고 가입했다. 가입할 시에는 무료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막상 결정적인 정보를 보려고 하니 유료가입자만이 실시간 문자 정보도 받고 더 많은 종목 정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 혹하는 마음에 60만원을 주고 가입했다”며 “하지만 전문가가 추천해준 종목은 폭락을 거듭했고 투자금의 대부분을 잃었다”고 망연자실했다.

증권방송 전문가들 철저한 검증 필요

이에 전문가들은 일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전문가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검증 절차 없이 공중파 및 인터넷방송 등에 출연시키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기 쉽다”며 “난무하는 증권방송 전문가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나 유료 정보사이트를 운영하는 증권 전문가의 경우 도덕적 검증이 더욱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투자정보의 유통경로가 다양해진 만큼 이용하려는 카페나 회사가 적법한지 확인하고 말도 안돼는 고수익을 제시할 경우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새로운 유형의 주가조작이나 내부자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시장 감시와 기획조사도 보다 강화하고 부당 이익금도 환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혐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즉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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