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 여성임원 승진차별 없었나?”
“삼성엔 여성임원 승진차별 없었나?”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1.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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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회장 ‘유리천장’ 발언 속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여성 사장’ 발언이 재계의 화제다. 하지만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 최고직 승진확률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임원진의 비율이 5%도 못 미치는 세계 하위 수준인 것. 10명 중 1명도 안될 정도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이 회장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이 회장의 자녀 이부진, 이서현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이 분분하다. 실제로도 이들 자매에 경영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다.  견고한 대기업의 ‘유리천장’이 언제 깨질 것인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대기업 여자 임원 4.7% ...노르웨이는 39.5%
이부진, 이서현 등 자녀 염두에 둔 발언설

2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임원급 직원 중 여성 임원의 비율은 4.7%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5%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선진국 기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이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 비율만으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은 34명으로 전체 1760명의 1.9%에 불과하다.

국제비영리기구 카탈리스트가 지난 5월 세계 주요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조사한 통계자료를 보면 노르웨이는 그 비율이 39.5%나 됐다. 이어 스웨덴이 27.3%, 핀란드가 24.5% 순으로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았다.

<뉴시스>
 ‘여성 롤모델’ 없어 승진 의지도 낮아

기업 최고위직인 대표이사직에서의 여성 비율은 더 낮았다. 여성 대표 비율은 평균 2.1% 수준으로 금융업이 그나마 4.2%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제조업이 2.4%, 사업지원 분야가 1.4%에 그쳤다.

직급이 내려갈수록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났다. 부장급 10%, 과장급 16.1%, 대리급 25%, 사원급 38.4% 순으로 차이가 확연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대기업 여성 임원들의 비율이 희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 응답자의 71.9%가 남성위주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이러한 기업구조때문에 승진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더욱이 이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상당수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 응답자 가운데 53.1%가 여성이 승진 승급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공한 여성 '롤모델'도 부족해 승진 의지마저도 남성보다 낮았다. '최고경영자까지 승진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22.6%의 여성만이 그렇다고 답해 46.2% 비율을 보인 남성 응답자의 절반도 못 미쳤다.

삼성의 한 여성 임원은 “사내에 마땅한 여성 롤모델을 찾기 힘들어 남자 선배에게 멘토를 부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도 한몫했다. 육아휴직을 포기한 여성 관리자의 11.9%가 휴직 이후 승진이 지연됐다고 응답했다. 또한 포기한 이유로 ‘규정에 있지만 조직분위기상 신청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았다.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

삼성의 또 다른 여성 임원은 “삼성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혜택이 많이 있지만 자칫 여성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 여성 복지 강화... 여 사장 육성 적극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삼성전자는 29일 전국 1140명 규모의 사내 어린이집 수용 인원을 내년까지 2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경영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여성 복지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우선 수원과 기흥 사업장 등에 각각 300명 이상 수용할 어린이집 신축을 서두르고 있다. 서초사옥도 어린이집을 추가로 설치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계열사들도 여성 편의를 위한 육아시설 확충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삼성 SDI는 천안 사업장에 어린이집을 공동으로 신축할 예정으로 이미 설계가 끝난 상태다. 또한 임산부와 산모를 위한 ‘모성보호실’도 늘리고 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위원회 연구위원은 “여성 인력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육아부분이다. 사실 현재 근로자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들이 상당수 있지만 이 또한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삼성과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공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확대, 중장기적으로 여성 임원들을 육성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부장급 여성 임원들의 수를 점차적으로 늘리고 이를 통해 여성들의 사회참여율이 높인다면 향후 다른 기업에도 모범사례가 되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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