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카지노’ 강원랜드, "이대론 안 된다"
‘죽음의 카지노’ 강원랜드, "이대론 안 된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1.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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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성희롱, 횡령 등 범죄‘충격’...도박중독자 “끝내 목숨을...”

▲ 강원랜드
강원랜드는 비리로 얼룩져 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비자금 조성과 직원 횡령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강원랜드는 이른바 비리 종합 선물세트라는 ‘비리랜드’로 불렸다. 무엇보다 강원랜드는 폐광 지역의 경제 활성화라는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카지노 광풍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도박중독자를 양산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강원랜드의 문제점을 되짚어 본다.

 

또 직원 횡령...'최후의 보루' 모니터실 간부도 가담

강원랜드 주변 자살 올해만 5건...각종 강력범죄 급증

 

 한 남자가 바람에 서 있다. 그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주마등처럼 카지노의 전경이 흐른다. 카드와 5만원권 지폐들이 바람결에 나부낀다. 눈을 감는다. 결심한 듯 자신의 목을 올가미에 맨다. 순간이었다. 그의 몸은 올가미에 매달린 채 축 처진다.

2000년대 중반,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호텔 안에서 한 남자가 자살했다. 유망한 중소기업의 사장이었던 그는 강원랜드의 VIP 회원이었다. 회사의 운영자금 수십억 원을 잃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죽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강원랜드가 개장된 2000년 10월 이후 매년 자살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안형환 의원(한나라당)은 강원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강원랜드 주변 자살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2011년 현재까지 총 30명이 자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매년 2~7명이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거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했다. 올해도 7월까지 5건의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후 10년여간 도박에 중독된 자신을 처지를 비관해 유서를 써놓고 정선군에서 자살한 사람은 40여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다른 지역에서 자살하거나 유서 없이 자살한 경우까지 놓고 보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전락해도 도박

도박은 마약처럼 끊기 어렵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강원랜드 측에서는 출입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도박중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A씨(동두천시 거주)의 사례를 보면 도박중독이 얼마나 고치기 힘든 병인지 알 수 있다. A씨는 2003년부터 강원랜드 카지노를 출입하면서 3년 만에 6억 원을 탕진했다. 경제력을 잃었다. 2009년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됐다. 수급자가 된 뒤에도 도박중독을 고치지 못한 A씨는 지난해까지 232회나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 8월 24일 공개한 ‘강원랜드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연 13회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5만 2317명 중 1,307명은 생계주거급여를 받는 수급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그중 729명은 수급자 선정전부터 카지노에 상습적으로 출입한 기록이 있다”면서 “이들이 기초수급자로 선정되는 데 카지노 출입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백시 등 인근 지역주민에게는‘카지노출입관리지침’에 따라 월 1회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총 360명이 월 1회를 초과해 출입했다. 이 중 113명은 매달 7번 이상 카지노를 출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도박중독센터나 출입 횟수 제한이 무용지물임을 반증하고 있다. 강원랜드가 도박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각종 비리가 판치는 강원랜드

강원랜드의 문제점 중 도박중독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다. 고위 경영진에서부터 딜러까지 비리에 연루된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부적격한 낙하산인사의 여파로 역대 2명의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해 운영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2009년 하이원 광장 조성공사를 진행할 때, 최저가 입찰방식이 아닌 기존 호텔증축공사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존 계약업체에 사실상 수의계약 특혜를 제공해 46억 원가량의 공사비를 낭비한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카지노영업장 직원 4명이 7년간 총 26회에 걸쳐 카지노 칩 판매 대가로 받은 대금 9억 1,500만 원 상당의 수표를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테이블 게임의 감독자 3명과 모니터 감시팀 근무 책임자가 서로 짜고 손님이 낸 수표를 훔친 것이다.

강원랜드는 지난 1월 이러한 사실이 딜러의 제보에 의해 적발됐다. 하지만 혐의를 부인하는 직원의 말만 믿고 녹화된 영상을 정밀 분석하는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성 회복 가능할까

비리, 부정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도덕성 타락이다.

강원랜드 인근에는 성매매가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내에서 돈을 잃은 여성들이 돈을 딴 남성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콤프(마일리지)를 이용해 호텔에서 성매매가 횡행하고 있다.

강원랜드 인근에서 장사하는 B씨는 “강원랜드는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시킨다. 하루에 수억 원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이 허다하고, 도박으로 돈을 잃고 병정으로 살아가는 여성들 가운데는 매춘의 유혹에 빠진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 같은 그릇된 성문화를 보이는 것은 직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러 차례 동료 여직원을 성희롱해 면직당한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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