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떠난 ‘박카스’ 슈퍼에 없는 이유
약국 떠난 ‘박카스’ 슈퍼에 없는 이유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제 약국 외에 판매하는 곳 찾기 힘들어
제약사, 약사 눈치 보며 마켓 판매 꺼려해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손부호 연구원
판매 허용 첫날인 2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의약외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박카스가 슈퍼마켓에 풀린 첫 날인 21일, 슈퍼를 찾은 사람들을 발길을 돌려야했다고 한다.

박카스, 마데카솔 등 48개 의약외품에 대해 일반 소매점 판매가 허용됐지만 실제로 판매하는 곳을 찾기 힘들어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유는 정부가 박카스 등 48개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이날부터 시행했지만 정작 슈퍼나 편의점 어디에서도 이들 제품은 판매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이날부터 굳이 약국에 찾아가지 않고,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판매 사실을 알고 슈퍼마켓에 들른 시민들도 있었지만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슈퍼마켓뿐 아니라 주요 편의점에서도 의약외품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편의점 직원은 "편의점 본사에서 제공하는 목록에 아직 의약품이 없어 신청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편의점은 판매를 하기 위해 상품 코드를 등록해야하지만 아직 등록이 안 돼 최소한 열흘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문제는 제약회사들이 물량부족을 이유로 소매점 제품공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로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발생한다. 제약회사들의 공급물량이 부족할까?

이에 대한 답변은 NO 이다. 제품이 슈퍼에 없는 이유는 제약사가 약사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카스 등은 약사들에게는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통한다고 한다.

박카스를 구입하려고 약국을 찾은 소비자는 약사의 홍보와 설명에 따라 또 다른 상품을 추가 구입할 가망성이 높다고 한다.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박카스가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판매된다면 약사에게 커다란 손실을 입힐 것이다.

이때문에 제약사들은 제품을 슈퍼나 편의점에 공급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지난 19일 제약사 간담회를 갖고 동아제약 등 각 제약사에 약국 외 유통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약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품 구입처가 약국에서 슈퍼나 편의점으로 확대되면 매출이 늘겠지만 약사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제약사의 입장이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약사의 생산시설은 약국 유통량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서 바로 슈퍼마켓 및 편의점에 유통시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의약품 도매상 외에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고민이며, 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가격 결정, 상품코드 부여 등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대응했다면 의약외품이 제대로 공급되었을 것이다.

복지부는 뒤늦게 “여러 가지를 상황을 고려할 때 의약외품이 슈퍼 등에서 판매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제약사들이 이번 고시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며 “고시 시행 일주일 정도가 되면 유통업체 자료를 통해 슈퍼 등에 어느 제품이 얼마정도 풀렸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조가 부진하다고 파악된 제약사는 (슈퍼 판매를) 독려 하겠다”며 늦었지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카스는 이제 의약품이 아니다. 그러나 슈퍼ㆍ편의점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현 문제는 정부와 제약업체ㆍ약사가 갈등을 보이며 발생되었다.

악법도 법이라고 정책이 시행되면 일단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정부와 제약업체ㆍ약사가 협조해 더 이상의 혼란은 막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