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기업 CEO들 “좋은 차? 잘 나가면 되는 거지”
세계 유명기업 CEO들 “좋은 차? 잘 나가면 되는 거지”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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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과시용 보다 실용성과 개성 중요

편견(偏見)이었다. 재산이 많으면 당연히 좋을 자동차를 탈 것이라는 시선은 그저 색안경이었다. 국내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해외 기업들의 이끄는 억만장자들의 이야기다. 수십억 원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은 그저 ‘벽견’(僻見)에 불과했다.

외국 CEO 고급 차량이 내 삶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고방식 지배

한국 CE 수십억원 차량 유지, 명차 타야 존중 받는다 의식 팽배

세계유명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보기보다 소박했다. 집 한 채 가격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명기업 CEO들과 달리 1000만원 대의 나만의 ‘마이카’를 추구했다.

중고차 기업 SK엔카에 따르면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주인공으로 72조원의 가치를 지닌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대표적이다. 60조원에 달하는 개인재산을 보유한 그의 차량은 2006년식 ‘혼다피트’와 2002년 식 ‘혼다 어큐라’다. 이들 차량은 각각 1100만 원, 1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 부호 중 52조원의 자산가치로 3위에 오른 워렌 버핏은 2001년형 링컨 타운카를 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차량의 현재 차량의 현재 중고가격은 550만원 대다. 세계적인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창업자 지미 웨일즈는 7년 된 800만 원짜리 현대 엑센트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골드만삭스의 전 CEO 헨리 폴슨의 차는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다 이 차량의 국내 신차가격은 4000만원 대. 헨리 폴슨이 이 차량을 구입한 것은 뛰어난 유지비 때문이다.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은 생전에 32년된 구형 픽업트럭을 몰았다.

자동차 과시보다는 실용성이 우선

세계 거부들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준준형 차량을 몰고 다니는 이유는 뚜렷한 개성관 때문이다.

한 심리학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등 선진국의 억만장자는 실용성을 중시하고 고급차량을 몰고 다닌 것 보다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차량을 원 한다”고 설명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합리적인 가격대와 연비가 좋은 차량을 원한다. 또 환경을 중시하는 사람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물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한번 탄 차량은 10년이 지나도 쉽게 차량을 바꾸지 않는다. 실제 워렌 버핏은 10여년 동안 차량을 몰다가 자선단체에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인국 SK엔카 경영지원본부 이사는 “차에는 개인의 삶과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에 고가의 차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닐 수 있다”며 “세계 부호들이 자신의 삶이 깃들이 있는 오래된 차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도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가치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는 저마다 다른 개성 강한 삶의 방식과 무관치 않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금융소프트웨어 회사 인튜이트를 경영하는 아론 패처는 1996년산 포드 컨투어를 몰다가 주행거리가 24만km를 넘어 최근 스바루 아웃백으로 바꿨다. 이 차량의 가격은 3000만원대다. 그는 이 차량도 기름값이 아까워 거의 자전거로 출퇴근 한다. 그는 현재 17평짜리 원룸에 30년이 지난 낡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 그의 재산은 현재 1800억 원으로 조사됐다.

포보스가 선정한 억만장지인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도 자전거로 출근한다. 그는 특히 출장시 비행기는 항상 일반석을 이용한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전거면 출퇴근이 충분하다”며 “좋은 차를 사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아직 나에게는 필요가 없어서 구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실용적인 삶을 추구한다.

한국 크고 비싼 차량이 지위 상승 믿어

이런 억만장자들과 비교하면 한국 유명기업의 CEO들은 크고 고급스럽거나 가격이 비싼 차량을 선호한다. 이는 지위와 비례한다는 사고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동양오리온 그룹의 담철곤 회장은 회사 돈으로 국내에서도 몇 대 없는 스포츠카들을 리스로 임대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차량은 대 당 10억 대로 자녀 통학용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기업들의 외제차 사랑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그룹 사장이 대표적. 평소에 애용하는 10억원 대의 독일 명차 마이바흐를 시작으로 3~5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스포츠카를 20여대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60억대의 부가티 베이론과 함께 전 세계에 단 6대 밖에 없다는 클래식 카 ‘부가티 르와이알‘도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그룹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등 그룹 총수들도 1~2억원대의 벤츠와 BMW 등 이용한다.

최근에는 리스 형태 등 회사 돈으로 고급스포츠카를 임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한화, 신세계, 동아스틸, 대명종합건설, 등 그룹 등 벤츠, 마이바흐, 벤틀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국토해양부 자료를 토대로 조사를 결과 국내 유명 기업과 그룹 등이 리스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차량이 203개 회사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는 학교법인 신광학원과 예술의 전당도 벤츠 등 외제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한국의 경우 기업 총수들이 외제차량을 이용하면서 재벌과 지위 상승에는 반드시 외제차량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외제차가 많은 것은 이들이 리스 등의 임대방식을 이용해 매번 차를 바꾸기 때문에 수십억 원의 차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며 “모르는 사람들은 기업들이 재벌로 인식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들 법인 소유의 차량은 최근에는 신호위반 등 법규 위반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 경찰에 검거된 폭주족 차량 가운데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역시 법인 명의였다.

이런 상황은 기업 CEO들의 과시적인 사고방식의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저커 버그는 최근 700만 달러짜리 집으로 이사하기 전 월세로 살았고 드롭박스 CEO인 드루 휴스톤과 인튜이트의 아론 패처 등은 여전히 20여평 짜리 집과 원룸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살고 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 CEO들이 과시보다는 실용을 찾는 이유는 서로 다른 정신적 충만감 때문이다”며 “외국 CEO들은 작은 차량과 작은 집이지만 기부를 통해 정신적 충만감을 찾아가고 한국 CEO들은 크고 비싼 외국차량과 큰 집을 과시하면서 정신적 충만감을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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