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복회’ ‘청솔회’ 등 귀족계 사기 사건 ‘전모’
‘다복회’ ‘청솔회’ 등 귀족계 사기 사건 ‘전모’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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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 시대’ 신분의 상징‘ 귀족계…“그들만의 리그 사기였다”

또 터졌다. 강남 귀족계(貴族契)사건이 검찰에 적발됐다.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복회에 버금가는 사건이다. 계의 전체 규모가 500억원에 이른다는 증언이다. 계를 운영했던 인물은 30대 남자이다. 그의 모친은 강남일대에 유명 계주이다. 그는 모친으로부터 계 운영방법을 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부자 시대가 만들어 낸 일그러진 우리들의 자화상 ‘귀족계’ 실태를 알아본다.

경찰, 유명계주 모친 둔 30대男 500억원대 계 모임 적발

“원금 130% 돌려준다” 투자권유…피해액2~300억 예상돼

 

강남은 대한민국에 ‘부(富)의 상징’이다.

이른바 8학군으로 불리는 강남은 ‘사교육의 1번지’이다. 한국 공교육을 망친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MB정부에선 강남은 ‘강부자’로 불리며 권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런 사회적 흐름은 강남인맥을 한데 모으는 이너서클이 형성됐다.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투자와 교육정보를 공유하는 형태’의 계(契)를 중심으로 인맥을 모아졌다. 이것이 이른바 ‘귀족계(貴族契)’이다.

실제는 80년대 부동산 붐이 한창이던 시절부터 만들어져 현재까지 30여 년간 수면아래에서 비밀리에 이어져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남 귀족계는 1세대를 지나 2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30년간 탄탄한 인맥 형성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거액에 투자도 스스럼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4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꾀어 계원을 모집하고 곗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불구속 입건이 된 송모(33) 씨가 2세대 계주이다.

그의 모친은 강남 일대에서 이름난 계주이다. 모친 밑에서 계를 접하다가 대규모 계를 운영하면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계를 운영했다.

지난 2008년, 송씨는 지방의 한 대학 3학년을 중퇴한 뒤 ‘금복계’라는 계를 운영하다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큰 손들은 5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그에게 맡겼다. 그 만큼 강남에 탄탄한 인맥이 있었음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공동계주로서 계원들을 관리한 박모(40ㆍ여) 씨와 자금책 역할을 한 박씨의 남편 강모(40) 씨 등과 함께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렸다.

여러 계좌의 계를 운영하며 약속한 곗돈을 지급하지 않고 계원 36명에게 5억5000만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이다.

송씨는 계주와 총무를 겸했다. 장부관리를 비롯해 재투자 유도, 이자상환 등 구체적인 실무를 직접 도맡아 했다.

이들은 곗돈 수령 순번이 돌아온 계원에게 “원금의 120~230%를 돌려주겠다”고 꼬드기는 수법으로 계원 100여명으로부터 20억5000만원을 불법으로 투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숨겨진 장부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 이번에 밝혀진 피해액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계는 전체 규모가 200억~3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송씨는 불과 30세였던 2008년에도 강남 일대에서 '금복회'라는 계를 조직해 비슷한 수법으로 운영하다가 이듬해 곗돈을 떼어먹고 문제를 일으킨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복회는 몸집이 불어나 전체 자금이 500억원에 달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강남지역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계모임이 있다. 이 가운데 불법 유사수신 행위를 하거나 계주가 곗돈을 착복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무엇보다 모임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계원들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계주 고소를 꺼려 수면에 가려져 있다.

실제 강남의 귀족계는 회원의 자격조건부터 관리까지 철저하다.

우선 재산 보유(부동산, 가게 등)상태가 좋아야 한다. 자산상태가 좋지 않은 회원의 경우 계를 탈 때 나머지 곗돈을 낼 수 있을 만한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지위가 있어야 한다. 정부 고위층, 정치인, 기업체 CEO, 유명인 등으로 회원의 사회적 지위가 자격에 필수적이다. 물론 주변의 인적 네트워크도 회원 자격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터진 다복회 사건에서 귀족계에 대한 실태가 잘 드러난바 있다.

다복회는 가입 장벽이 높고 신원이 확실한 사람만 모았다. 오히려 좁은 문턱이 사회 부유층의 구미를 당겼다. 그래서 기업가·의사·변호사·연예인·대형식당 주인이나 부인들이 주요 계원으로 활동했다.

결국 다복회 계주 윤씨(54.여)도 계주로 활동하면서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계원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3월 3일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다복회 계주인 윤씨(54. 여)에게 징역 2년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여러 명을 따로 속여 각각 재물을 가로챈 때에는 범행 방법이 같더라도 피해자별로 독립된 여러 개의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윤씨는 2004년 5월∼2008년 10월 동안 활동하며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계원을 모집해 148명에게 374억원을 받아 제날짜에 곗돈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다복회 회원 가운데 현금 30억원을 가진 사람은 큰손 축에 끼지 못했다. 1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가진 회원들이 수두룩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다복회 회원이던 김모씨의 경우 강남에서 룸살롱 여러 곳을 운영하며 2007년 다복회에서 100여 가지 계에 가입했다. 액수는 무려 100억원이 훌쩍 넘었다.

윤씨가 체포된 이후로도 ‘한마음회’, ‘모나리자’, ‘따봉계’ 등 연이어 수천억대 계가 터졌다.

 

귀족계 어떻게 깨진 이유

강남 귀족계가 깨진 이유는 일부는 작전 세력에 속아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세력은 여의도를 떠나 돈이 몰리는 강남에 진출했다. ‘한마음회’ 등을 운영하는 계주에게 주식 상장하면 액면가의 8배 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챘다.

실제 2008년 서울 용산경찰서는 주식 상장에 자금이 필요하다며 00투자회사 감사 박아무개(51·여)씨를 구속한바 있다.

박씨는 강남 일대 계모임인 한마음회, 장○○계, 행복회 등의 계원으로 활동해 온 박씨는 계원들을 수 십 명씩 끌어와 계주의 신뢰를 쌓은 뒤, 주식 투자를 유도한 뒤 돈을 갈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계주의 자금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진다. 계주는 회원들에 곗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130%이상 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융통해 사용했다. 이 돈으로 무리하게 이곳저곳에 투자했다.

실제 식당·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해 온 다복회 계주 윤씨는 지방의 ㅅ철강회사를 인수하려고 자금을 동원했고, 서울 서초동의 한 건물, 강원 평창의 땅과 골프회원권 등을 사들이고 건설회사와 해외 골프장에까지 투자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계가 파탄이 난 것이다.

 

귀족계실태...무엇이 문제인가

귀족계는 어떤 면에서는 사채나 도박과도 흡사하다. 변칙적인 확률에 의해 이익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익에 대한 기대도 도박처럼 높다.

가장 일반적인 ‘번호계’의 경우 20명이 매월 20만원씩 20개월간 붓고 월 이자를 0.5%라고 정한다. 월 이자는 곗돈의 0.5%인 2만원이다. 곗돈을 탈 번호는 1번부터 20번까지 정한다.

이때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1번을 받아 400만원을 받는다. 그 다음 번 모임부터는 후순위에게 줄이자 2만원을 덧붙여 22만원을 낸다. 2번은 402만원을 받고, 그 다음 번 모임부터 후순위에게 줄이자 2만원을 덧붙인 22만원을 낸다. 맨 마지막 20번은 438만원을 받는다.

이 계에서 20개월 동안 1번이 모두 낸 돈은 438만원이다. 20번이 낸 돈은 400만원이다. 많은 이자를 내더라도 선순위의 번호를 타는 사람은 급전을 받을 수 있다. 이자를 적게 내는 후순위 사람은 목돈을 받는 것이다. 결국 선순위 사람이 후순위 사람의 이자를 책임지는 구조다.

이와 달리 ‘낙찰계’는 귀족계의 진수이다.

낙찰계는 처음에 이자와 번호를 정하지 않는다. 계는 참가자와 기간 정도만 정한 뒤 타고 싶은 곗돈을 써내서 번호와 이자를 정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낮은 곗돈을 써낸다. 급전이 필요 없는 사람은 수익률이 높아지는 높은 금액을 써낸다. 이것이 번호계와 낙찰계에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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