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형제경영’ 비자금에 휘청
‘SK 형제경영’ 비자금에 휘청
  • 이수영 기자
  • 승인 201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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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부회장 ‘120억 돈뭉치’는 알고 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이 지난 5일 확인됐다. 최 부회장이 계열사의 사업추진 과정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된 탓이다.

최근 SK그룹은 한상률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한 전직 국세청 실세들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문료를 건네 로비 의혹마저 불거진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최재원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형제경영이 잇단 비리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검찰, 최 부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 법무부에 출국금지

김준홍 前 SKT 상무 금고 속 수표뭉치 “최 부회장 돈”

‘국세청 로비 의혹’ 더해 SK家 ‘진퇴양난’ 수혜자는?

 

위장계열사 통해 비자금 조성?

<뉴시스>최태원 부회장
최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자금 조성 창구로 의심되는 협력업체들로부터 확보한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SK그룹 계열사와 협력관계를 맺은 인력송출업체 G사, E사, 여행사 M사를 지난주 압수수색해 확보한 회계 장부 등을 분석해 거래 명목이 의심되는 자금의 흐름과 규모를 파악 중이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G사는 SK 계열사 중 텔레콤, 네트웍스, 브로드밴드, 와이번스 등에 사무직 인력이나 비서, 스태프 등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사는 네트웍스 측에 인력을 공급하는 회사로 전해졌다. M사는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와의 계약을 통해 해외 팬 투어 여행 상품을 판매해왔다.

최 부회장은 현재 텔레콤과 네트웍스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검찰은 이들 세 업체가 각 계열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급인력이나 팬 투어 참석 인원 등을 부풀리는 식으로 과다 계상해 이 중 일부를 SK그룹이나 최 부회장 측에 되돌려줬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SK그룹의 위장 계열사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개인 자금인지는 몰라도 회사가 관여된 비자금은 없다”며 “협력업체가 많아 일부 사측과 관계가 있긴 하지만 위장 계열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또 SK가 지방에서 모 시행사를 통해 추진한 사업과 관련해서도 최 부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SK와 연관된 시행사 측이 사업 인허가 등과 관련해 비자금 중 일부를 지자체 공무원 등에게 로비자금으로 뿌렸을 개연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키 맨’ 김준홍, 의문의 수표뭉치

검찰은 앞서 코스닥 상장사 글로웍스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 대표의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120억 원의 수표뭉치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돈에 대해 “최 부회장이 그냥 맡겨둔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제의 수표뭉치가 최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으로 김 대표에게 맡긴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벅스뮤직 창업자인 박성훈 대표와 함께 구속기소된 김준홍 대표는 이번 사건의 ‘키 맨’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최근 최태원 회장의 1000억 원대 선물투자 손실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은 바 있다. 김 대표는 최태원 회장이 선물투자에 이용한 차명계좌를 제공한 또 다른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김 대표가 설립한 베넥스는 2006년 9월 설립된 신생 창투사였지만 SK그룹 9개 계열사로부터 2008년 12월까지 18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받았다. 전체 조합금의 70%가 SK그룹으로부터 나온 셈이다.

SK그룹은 그러나 “문제의 120억 원은 최 부회장의 개인 자금으로 알고 있고 회사 자금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며 “베넥스에 투자된 자금도 계열사 차원의 정상적인 투자였다”고 밝혔다.

한편 SK그룹은 최근 한상률(58·불구속 기소) 전 국세청장과 이희완(63·구속)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에게 각각 3억 원과 30억 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지급해 로비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또 허병익(57) 전 국세청장 직무대행이 퇴임한 직후 2년 간 2억4000만원의 자문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져 사실상 국세청을 상대로 세무조사 무마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축은행 게이트와 국세청 전관예우 등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SK그룹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다른 재벌그룹에 비해 오너의 지배구조가 약한 SK그룹이 감독기관인 국세청 관리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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