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서민금융기관은 없는 것인가?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은 없는 것인가?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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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은행처럼 운영해 서민착취
서민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필요

한국증권연구소 손부호 연구원
서민을 위한 금융기관들이 금융위기 당시의 대출금리를 유지하며 ‘이자장사’를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기가 막힌 것은 시중은행 수준으로 금리를 내렸었다면 연 7500억원의 이자를 서민들이 덜 부담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역농협의 경우 조사대상 160곳 중 23.7%인 38곳이 2009년 2월 이후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고 예대금리(예금금리-대출금리) 차를 4%로 유지하는 악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다(일반대출 기준금리 연 7.59% vs 1년 만기 정기예탁금 금리 3.3~3.8%).

새마을금고도 지난 3월 평균대출금리가 연 8.40%로 2008년 12월에 비해 0.42%포인트 낮아졌지만 울산·경남 지역 새마을금고는 연 7.73%로 금융위기 당시보다 0.49%포인트가 상승했다.

왜 이렇게 예대금리 차가 서민금융에서 높게 나오는 것일까? 이유는 금융당국이 서민금융기관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은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명분을 망각하고 일반 금융사와 동일하게 금리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7년 평균 5.1%포인트였던 저축은행 예대금리차는 2008년 5.32%포인트로 오르더니 2009년 6.75%포인트 2010년 8.17%포인트로 급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4월에 10.4%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계속 10%포인트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현재 경기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예대금리차를 더 벌리고 있으며 심지어 '꺾기'로 힘없는 서민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금융ㆍ모아ㆍ하나로 등은 6~8등급 평균 대출금리가 약 39%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대부업체가 적용하는 최고 금리와 같다.

상호금융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 들어 예대금리차를 계속 줄이고 있지만 정작 위기 때 서민조합원들에게 높은 예대금리차를 부과하는 금융사의 행태는 여전하다. 상호금융기관은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예금금리를 적용해 주고 대출금리는 적게 하는 게 설립목적인데 일부 조합원들(고객)에게 고금리를 부과해 부실을 메우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신협과 농협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과 2010년, 올해 1월까지 2007년 대비 예대금리차를 1%포인트 이상 유지했다.

지난해 상호금융기관(농협ㆍ신협ㆍ수협ㆍ산림조합)의 당기순이익은 1조9,8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4%(4,273억원) 증가했다. 이는 이자이익(1조798억원) 증가 때문이다.

이는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잊고, 비대해진 조직에 조합원, 정치적 영향력 등을 배경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나선 결과이기도 하며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기와 같은 행동의 산출물이기도 하다.

현재 협동조합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은행처럼 운영하며 자산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민은 안중에도 없다.

따라서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및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본다.

상호금융기관만 해도 농협ㆍ수협ㆍ산림조합ㆍ신협 등이 있고 새마을금고도 같은 개념의 기관으로 기능이 겹치거나 이제 의미를 잃은 상호금융기관도 있다. 따라서 합병을 통한 효율적인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효율적이라는 것은 서민들을 위해 일하는 진정한 인력과 인프라, 정부의 노력과 감시를 의미한다.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다시 서민들의 눈물로 이자를 불리는 악덕 사채업자가 될 것이다.

또한 효율적 측면에서 금융당국은 서민대출에는 인색하고 유가증권 운용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행태도 시급히 조정ㆍ감시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카드나 캐피털에서 고금리 신용대출을 하는 것은 서민들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기관은 서민들에게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의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은 여전히 50~60%대 수준이다. 서민들을 위한 금융이라면 신속히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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