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계좌 블랙머니 “주인은 누구인가?”
스위스 비밀계좌 블랙머니 “주인은 누구인가?”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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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대기업 총수’ 설왕설래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지난 15일 한국증시가 한때 이 돈이 큰 화제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돈, 바로 스위스계좌를 통해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된 1조원이 지난 2월에 투자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돈의 출처는 밝혀졌지만 주인공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검은머리 외국인(외국인을 가장한 한국인)이 투자했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이다. 한국 증시는 누가, 어떻게, 어디를 투자했는지가 화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해외에 빼돌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다. 00대기업 총수의 비자금이다. 온갖 설들이 설왕설래하며 뜨겁게 여의도 증권가를 달구고 있다

국내 유입된 검은 돈이 주식, 펀드 등에 투자돼

스위스 정부. 계좌내역 요구 거절. 국세청 조사 임박 

국세청은 15일 국내 상장주식에 우회 투자됐을 것으로 보이는 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돈의 출처는 스위스비밀계좌로 국세청은 5000억에서 1조 원 가량의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자금이 투자됐다는 사실을 한국증시나 금융감독원, 국세청도 몰랐다는 것이다. 스위스 세무당국이 지난 2월 “한국주식 투자자금에 대한 세금 징수 확인 과정에서 스위스 거주자가 아닌 제3국 거주자의 존재를 확인 했다”며 우리 국세청에 58억원의 세금을 환급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스위스 정부가 세금을 환불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인 것으로 확인

이 자금이 드러난 것은 우리나라와 스위스 간 조세조약 때문이다. 스위스 거주자가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면 배당금 15%를 우리 국세청에 원천징수한다. 스위스 거주자가 아닌 제3국 거주자는 세율 20%를 적용한다. 스위스 국세청은 배당세액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스위스 거주자가 아닌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20%와 15%의 차익인 5%를 추가로 걷어 우리 국세청에 지급한 것. 이 5%는 5~6년 동안 배당금이다. 세금 누락기간과 연간 배당세 누락액, 시가 배당률 등을 종합해보면 한국 증시에 투자한 규모는 1조8000억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는 ‘검은 돈’일 가능성이 높아 스위스국세청에 계좌 내역을 요구했지만 보안상 이유로 거절당했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한국-스위스 조세조약 개정안이 이 돈의 주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이 법안은 개인이나 기업이름으로 개설된 금융계좌 내역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스위스 당국이 계좌 내역을 거부할 경우 방법이 없다.

 

자금 확인 할 방법 전혀 없어

현재로서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이 돈을 어디에 투자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답답한 것은 금감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금감원은 실체 확인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사건에 대해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국가별로 외국투자금 규모 등을 확인 할 수 있지만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며 “스위스를 거쳐 들어온 투자금이 개인으로 펀드에 투자했다면 더욱 투자자에 대해 알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고 투자를 했다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은 것이 아니겠냐”며 “이런 자금의 경우 대부분 음성적이 돈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 자금이 국내 대기업의 국외비자금이나 재벌의 재산도피자금, 정치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줬다.

 

비자금 불리기용 자금일 가능성 높아

주식시장에서는 이 자금에 대해 설왕설래 중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번 58억원의 배당세로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스위스 비밀계좌의 은닉자금과 국내 증시에 투자됐다는 사실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 돈은 대기업들의 은닉자금의 불리기로 보고 있다. 2001년 대기업들이 외국에 역외펀드를 무허가로 설립하려다 금감원에 적발 당한 적 있다. 특히 스위스 대표 투자은행 UBS증권은 서울지점도 개설했다. 서울지점은 개인들의 주식 주문은 받지 않는다. 따라서 스위스 계좌를 가지지 않는 한 한국인들이 직접 UBS를 통해 국내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없다. 이런 상황들은 이번 스위스 비밀계좌 자금이 대기업들의 비자금이란 사실에 더욱더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기준으로 스위스 투자자들의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 규모는 3조9000억 원에 달한다.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만군도의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은 무려 9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홍콩이나 외국에서 정식 투자자문서를 설립해 외국인처럼 속이고 국내 증시에 투자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이번 스위스 비밀계좌의 투자한 자금과 규모 상으로 볼 때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나 재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인이나 고액 자산가가 빼돌린 자금이 금융비밀주의로 유명한 스위스를 거쳐 한국 시장에 투자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기업총수 이름도 거론된다. 이들이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소득신고를 했다면 이자ㆍ배당소득이 4000만원을 넘는 경우 소득세와 주민세를 포함해 최고 38.5%를 내야 한다.

 

밝혀진 1조8000억 ‘비밀계좌’의 극히 일부분

이번에 밝혀진 1조8000억 원의 ‘비밀계좌’는 극히 일부라는 주장이 많다. 이미 수많은 대기주업들이 비밀계좌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조세협약을 맺지 않은 조세회피지역에 적을 두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검은머리 외국인의 투자자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만군도에 적을 둔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은 9조5천억원(3월 말 기준)에 이른다.

국외에 계좌를 두고 비밀스럽게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봐서는 깨끗하지 못한 방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국외 위장법인 등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실제로 2001년 대기업들이 외국에 역외펀드를 무허가로 설립하다 금융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그간 대기업들에 대한 검찰 조사과정에서 역외펀드들이 드러났다.

국내 증권사의 국제영업 담당 임원은 “외국에 서류상 회사를 세우고 비자금으로 역외펀드를 만들어 펀드 자금을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은닉재산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일종의 자금세탁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 또는 편법 재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된 자금일 수 있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 끝까지 추적해야

국세청은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탈루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조세정보 교환 규정이 신설된 새로운 한ㆍ스위스 조세조약이 내년 초 발효되기 전에라도 이들의 신원과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꼬리가 잡힌 ‘구리왕’ ‘선박왕’등으로 불리는 한국계 기업인들의 역외탈세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은 올해 1분기에만 41명에게서 4101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역외탈세는 지금까지 사실상 무풍지대로 남아 있었다. 역외탈세를 뿌리 뽑으려면 갈 길이 멀다. 이달 말 신고가 끝나는 10억원 이상 해외 금융계좌 내용과 조세피난처와 오간 외환거래 내역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 지능적인 탈세범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완전히 차단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위키리스트, 스위스 비밀계좌 공개 초읽기

지난 1월 위키리스크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스위스 ‘율리우스 바에르’ 은행의 전직 간부인 루돌프 엘머가 확보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나서 파문일 일었다. 당시 재미있었던 사실은 유럽 작은도시에 벌어진 이 사건에 한국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는 점이다.

루돌프 엘머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8년간 은행의 케이먼제도지점의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2000여명의 유명 정치인과 부호들의 비밀계좌 정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율리우스 바에르 은행은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프라이빗 뱅킹으로 한국인 계좌도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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