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테마주 67% 상장폐지 "주가조작 꼼짝마!"
자원개발 테마주 67% 상장폐지 "주가조작 꼼짝마!"
  • 박태현 기자
  • 승인 2011.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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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는 없다.

주식시장은 철저히 실적으로 말한다. 자원개발 테마주 67%가 상장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국외자원개발주에 대한 공시규정을 강화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국외자원개발 관련 허위정보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이 발생하면서 자원개발 테마주 관련 공시를 강화에 나섰다.

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자원개발 공시를 한 28개 기업 중 18개 기업이 상장폐지되거나 한계기업으로 지정됐다. 최근 상장폐지가 결정된 글로웍스를 포함하면 28개 중 19개 기업(67%)이 상장폐지됐다.

상장폐지된 15개 기업 중 10개 기업에서 횡령이 발생했고, 상장이 유지된 10개 기업 중 4개 기업에서 횡령이 발생했다.

시추공 한 개를 뚫는 데 무려 1000억원이나 소요된다. 유전개발 사업은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
자원개발 테마주, 주가조작-횡령-상장폐지 수순

해외 자원업체가 횡령 등에 휘말리는 일은 이미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매 분기 손실로 전전긍긍하던 회사도 해외 자원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만으로 순식간에 상한가로 치솟았다. 하지만 결과는 상장폐지로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

최근 2000년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을 창업해 업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박성훈 글로웍스 대표는 몽골 금광개발에 투자한다는 허위공시 등으로 주가를 띄워 부정거래로 500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글로웍스(9월 결산법인)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은 129억원, 순손실은 24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자본잠식률은 전년 27.4%에서 47.4%로 확대됐다.

또한 1세대 벤처회사인 토종 소프트웨어업체 핸디소프트도 해외 자원개발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졌다. 여기에 실질적 사주의 290억원대 횡령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지난 2월 상장폐지됐다.

중국 석탄개발업체를 인수했던 보안솔루션업체 에너랜드도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 등이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때 주가가 3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 증자 등으로 회사는 어렵게 됐다.

실제 자원개발 테마주로 묶이며 주목받던 업체들은 하나둘 증시에서 퇴출되며 사라지고 있다.

또한 IT업체 인네트도 해외 석탄 개발에 나섰다가 사주의 대규모 횡령 혐의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후 지난해 최종 부도로 상장폐지됐다.

자원개발의 시초이자 인네트의 계열사인 IT서비스 공급업체 지이엔에프(구 헬리아텍)도 석탄광구 개발 계약 등으로 주목받으며 6개월 만에 주가가 10배나 뛰기도 했으나 매출 부풀리기 등의 의혹이 적발되며 증시에서 자취를 감췄다.

오일샌드 유전개발 테마에서 대장주로 손꼽혔던 한국기술산업도 이미 퇴출됐다. 페루 자원개발에 나섰던 케드콤도 185억에 달하는 횡령 혐의에 휘말리며 증시를 떠났다.

교육업체에서 자원개발업체로 변신하며 주목받던 포넷도 결국 상장사 목록에서 사라졌다.

이외 트라이콤, 케이디세코 등 많은 중소형 상장사들이 자원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줄줄이 상장폐지됐다.

지난 2007년부터 자원개발 분야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는 테마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지난 2008년 하반기에는 200여개 코스닥 상장사가 해외 자원개발을 사업목적에 포함시킬 정도로 한창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우려는 작전 세력에게도 자원개발사업 아이템은 매력적인 주가 부양 수단으로 부각된 됐다.

허위로 사업 진출 소식을 알려 대규모의 차익을 거둬들인 후 조용히 사업 철회 소식을 알리며 빠져나가는 식의 패턴은 중소형 코스닥사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자금 횡령과 증자 등은 단골로 등장한다. 회사는 영업적자에 시달린다. 결국 상장 폐지되면서 끝을 맺는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자원개발 사업은 자원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사실상 대기업도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자금력도 없고 이미 실적도 부진한 회사가 새롭게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한다고 하면 일단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자원개발 테마주 감시 강화

한국거래소는 자원개발 관련 공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먼저 자원개발 공시를 할 때 개발절차상 필요한 국내 관계 기관 인허가, 컨소시엄 참여와 자원보유국 인허가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게 된다. 또한 최초 공시 후 진행사항 공시를 유도해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오영탁 코스닥시장본부 공시3팀장은 "자원개발 테마주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하면 불공정 거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자원개발 테마주에는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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