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슈] 재벌 2세 초고속 승진 '비결'
[재계 이슈] 재벌 2세 초고속 승진 '비결'
  • 심요섭 기자
  • 승인 2011.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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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기업 프렌들리' 강조 바람타고 재계 경영승계 활짝

전국 직장인 496명을 대상으로 ‘재벌가 자제의 이른 임원승진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비정상적인 현상이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73.4%)는 답변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26.6%)는 답변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인쿠르트 여론 조사)

재벌가 자녀들이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일반 직장인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벌가 자녀 임원승진 초고속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오너들은 굳이 자신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업 프렌들리’를 강조하는 현 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재벌 2·3세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9년 5월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이용한 편법·탈법 증여 논란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면죄부를 받은 이재용 사장은 1년 뒤 2010년 12월 삼성전자 사장에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불법증여 논란 등 세간에 물의를 일으킨 것과 상관없이 자식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강행한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자신이 대주주로 이는 글로비스에 부친인 졍몽구 회장이 계열사 운송 업무를 몰아준 덕분에 재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경우다.

글로비스는 설립 10년 만에 시가총액 6조 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탈바꿈 했다. 편법 대물림이라는 세간의 비판에도 그의 광폭행보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정 회장이 정의선 부사장을 중심으로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아들과 사위들을 초고속 승진시켰다가 ‘족벌 경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그룹 부회장직 외에도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 세 곳의 이사직을 맡고 있고 그룹의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있기도 하다. 정 부사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노조와 주주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로 계열사나 비계열사의 소유 지분 취득을 위한 회사자금 사용 제한이 사라지자 재벌 2·3세의 편법승계가 더 쉬워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임원 승진은 재벌가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경영 승계 과정으로 꼽힌다. 재벌가 자녀들이 일반 사원으로 시작해 중간 간부를 거치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일반사원이 입사 후 임원이 되는데는 평균 22년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해 오너 자녀들의 승진 속도는 ‘초고속’이다. 그러나 이는 기업 내에서는 불문율과 같아 직원들은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재벌닷컴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 자녀들은 사원으로 입사한지 4년도 안 돼 임원으로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무보(이사 대우) 이상의 임원급으로 선임된 나이는 평균 31.8세였다. 특히 상위 직급으로 승진한 기간은 평균 2.2년에 불과 했다.

지난해 12월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상무를 전무로 승진 시켰다. 2008년 상무로 승진하고 2년만의 승진 이였다. 2006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한 故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의 아들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은 2007년 대신투자신탁운용상무에 임명됐고 같은 해 10월 전무로 승진, 이듬해 3월에는 부사장에 올라 ‘초고속 승진’의 전형이 됐다.

 ‘경영세습’ 재계 내 악습 논란

일부에서는 오너 자제들에게 당연한 듯 경영권이 승계되는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영능력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경영권을 넘기는 후진적 지배구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장웅식 경제학 박사는 "재벌가 자제들이 만약 부족한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선대가 이룬 업적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과거 재벌 창업 1세대의 진취적이었던 정신을 그 후대인 2,3세들이 올바로 받아 들여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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