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소기업 노예 만들기 ‘실태’
대기업의 중소기업 노예 만들기 ‘실태’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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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99%, 고용 88% 담당...한국경제 성장기틀
대기업, 하청사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이익에만 집중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29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롤링힐스에서 6개 계열사 대표들과 주요 협력사 대표 120명 등 약 220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1 동반성장협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달 16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강력한 주문했다. 또한 ‘정권의 2인자’ 이재오 특임장관 역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돌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중소기업 우선 지원’ 등을 얘기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가망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의 기대치는 냉담하다. 정부의 말은 그럴 듯하다. 헌데 구체적인 지원책이나 제도적 보완 장치 등의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최근 3년 동안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각종 중소기업 관련 예산도 해마다 삭감되는 추세다. 중소기업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친 기업)가 아니라 ‘대기업 프렌들리’라며 ‘상생’을 강조하는 정부의 행보에 냉소적인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김기문 회장)가 발표한 2011년 중소기업현황에 따르면 시도별ㆍ기업규모별 사업체수는 중소기업 3,066,484개(99.9%)이고 대기업은 2,916개(0.1%)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는 곳은 240여개이다. NHN과 휴맥스 등 매출액이 1조 원이 넘는 곳도 등장했다. 하지만 1조 원 매출이 넘는 20개 대기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매출액 1조원이 넘는 회사는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현대차, LG화학, KT, SK텔레콤,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 기아차, LG디스플레이, 롯데쇼핑, 삼성카드, 삼성생명, GS칼텍스, 대한항공,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50조 원을 넘어선다. 상장 기업 전체 이익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인 매출 154조6300억 원, 영업이익 17조3000억 원을 기록하며 단연 돋보였다.

포스코도 영업이익 5조400억 원으로 5조 원대에 올라섰다. 그 뒤를 이어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현대자동차는 3조 원대를, LG화학, KT, SK텔레콤은 2조 원대를 기록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대우조선해양, GS칼텍스 등이 1조 원대로 나타났다.
롯데쇼핑(1조1400억 원)과 대한항공(1조1190억 원)이 각각 항공업계와 유통업계 최초로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것도 눈에 띈다.

이렇듯이 대기업의 고속성장을 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그늘에 묻혀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생의 관계로, 일부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자생력 있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대기업의 직ㆍ간접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이다.  지난 4월 25일 현대기아차의 구매총괄본부가 재무제표가 공시된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납품단가 인하(CR, Cost Reduction)를 추진했다. 앞서 2004년 11월에는 삼성 계열사인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세메스가 36개 중소 부품업체를 상대로 협의 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납품 단가를 평균 14.7%나 깎았다. 이 같은 하도급 업체의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파렴치한 행위가 대기업과의 거래에선 관행처럼 뿌리 깊게 남아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 4월 13일에 "하청업체의 단가만 쥐어짜는 대기업의 중간 관리자는 해고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의  '납품가 깎기 관행'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납품가 깎기 관행’이 CEO와 중간 관리자에 경영성과 방식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대기업에선 이들의 경영능력 평가를 단기이익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보니 대기업 중간 간부는 하청업체의 원가를 계속 깎아 이익을 낼 수밖에 없다는 구조이다. 이렇게 해서 삼성, 현대 등 대기업 CEO는 매년 작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백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여기다 스톡옵션에 성과급까지 챙기고 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의 고혈을 짜서 자신들만 배부르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최 지경부 장관은 "단가를 낮춘 간부는 칭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고해야 한다"면서 "이 점을 기업을 경영하시는 오너에게 부탁드린다. 간부들이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라"고 말했다.

납품단가 인하관행을 일삼아온 대기업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납품가 인하가 결국 최종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출 경우 장기적으로는 품질 미달의 부품을 납품하게 돼, 대기업 최종제품의 품질에 큰 하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발생한 현대차의 품질 하자가 그런 경우라는 것이다.

 대기업 이익은 오너 잇속 챙기기

하청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보다 심각한 것은 회사의 기회를 유용한 비상장사를 설립해 일감몰아주기, 이른바 터널링 현상이 대기업에서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지난 달 24일 발표한 ‘38개 재벌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66개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은 평균 44%로 전체 매출액 중 57%를 관계사 매출이 차지한다고 한다.

총수 일가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은 관계사 매출 비율이 66%에 달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두산 동현엔지니어링, 태광 티알엠, GS 코스모앤컴퍼니는 관계사 매출 비율이 각각 82%, 95%, 90%라고 한다.

대기업의 매출이 증가해도 그것은 오너와 주주, 그 기업의 임직원 몫이다. 매년 대기업의 오너와 임원들은 수억에서 수천억원에 배당을 챙겨간다. 이는 국가경제와는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뱃속 챙기기’인 셈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총수의 지분과 부의 세습이 늘어날 뿐이라는 점이다. 국민들은 걱정한다. 정당하지 않고 불법적인 경영세습을 통해 승계를 추진하고 2·3세들에 패륜 때문이다.

최근 A기업 B회장의 사촌동생이 노동자를 야구방방이로 폭행했다. 또 몇년 전에는 C그룹 D회장의 장남이 운전을 하다 무리하기 끼어들기로 말다툼을 하다 운전자의 노모를 밀쳐 넘어 트려 문제를 일으켰다. 또 교통 신호위반을 단속한 경찰관에게 돈을 받았다고 음해해 물의를 빚었다. E그룹의 3세들은 이너서클을 만들어 주가조작을 했다.

일반인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여러 불법들이 자행되고 있다. 이들에겐 법과 정의는 없었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갔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사회에서 재벌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

해외로 이전, 대기업 고용의존도 낮아
“삼성이 한국을 떠나면 한국은 망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문제가 되자 이 같은 여론이 들끓었다. 삼성이 한국을 떠나면 국가가 망할 것처럼 느껴졌다. 좋은 뜻에선 삼성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의미이다. 반대로는 권력보다 큰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연유에서 2008년 이건희 회장은 경영권에서 물러난 뒤 얼마돼지 않아 복권됐고, 22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국가경제를 따지는 지표가 고용지수이다. 대기업이 국내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중소기업에 비해 작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시도별ㆍ기업규모별 종사자수는 중소기업 11,751,022명, 대기업 1,647,475명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88%를, 대기업이 12%에 비율이다.

경제전문가 G씨는 “고용 면에서 대기업의 비중이 낮은 것은 해외로 기업이 많이 이전했기 때문에 대기업 의존도가 낮은 것”이라며 “현재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있기 때문에 하청기업에서 고용이 창출되고 있다.  고용창출에 대한 문제보다 정당한 경영세습이 이루어져야 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사라져야 하고 상생을 중시하는 문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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