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논의 집단소송법 `종이 호랑이` 전락위기
3년 논의 집단소송법 `종이 호랑이` 전락위기
  • 이종섭 기자
  • 승인 200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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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를 끌어온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결국 소송 제기 요건만 크게 강화된 채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권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규제 폐지를 교환하자는 `해묵은`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어 참여정부의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질서` 구축 방안이 근본부터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관계 부처와 국회,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최근증권집단소송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되 소송 허가 요건을 `50명 이상 및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1 이상`으로 규정하고 지난 8월 국회 논의 당시 반영됐던`최소 소송 가능액 1억원`을 삭제하기로 했다. `최소 소송 가능액 1억원` 조항은 정부와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발행주식 1만분의 1 이상`이어야 소송을 허가하면 대기업에 대한 소액 주주들의 소송 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지적에 따라 소송을 내고자 하는 주주들의 보유 주식이 시가 1억원을 넘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보완 장치인 셈이다. 따라서 이 조항이 삭제되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경우 발행주식 1억5천836만주의 1만분의 1인 1만5천836주의 주식을 확보해야 하나 이 정도의 지분만해도 11일 종가 기준으로 무려 73억원을 넘어 소액 주주들의 지분을 모아 소송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당초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와 등록기업은 2004년 7월, 2조원 미만은 2005년 7월부터 집단소송을 적용하려던 것도 자산 2조원 미만은 2006년 7월로 유예기간을 1년 더 부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나라당 등 정치권은 증권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대신 출자총액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증권집단소송법 제정이 출자 규제 폐지나 대폭 완화와 맞바꿔질 경우 단계적 규제 완화를 골자로 정부 당국이 마련 중인 `시장 개혁` 방안이 기초부터 허물어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2001년 정.재계 합의 당시 집단소송제 도입을 전제로 출자총액규제를 완화하도록 했지만 출자 규제는 완화된 반면 집단소송제는 아직까지 도입되지 못했다"고 상기시키고 "정부는 증권집단소송이나 회계 투명성 보장 장치 등 시장감시 장치가 정착될 때까지 출자총액규제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공식 견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입법 청원 이래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현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사실상 법안이 폐기될 우려가 커짐에 따라 마지 못해 `우선 입법-차후 강화`로 전략을 수정했지만 출자 규제 폐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김상조 교수(한성대)는 "최근 한나라당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입법을 전제로 소송 제기 요건 강화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자산 2조원 미만 기업까지 집단소송제가 적용되는 2006년이면 어차피 시장 개혁 3개년 계획에 따라 출자 규제 존폐 여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므로 지금 입법과 출자 규제 폐지를 연계시키는 것은 논의된 적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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