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종결자’ 이건희 회장의 위기
‘위기 종결자’ 이건희 회장의 위기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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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장 위기 극복위해 계열사 특별 감사 중
이재용VS이부진 후계경쟁 경영누수 발생 원인

 

<뉴시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회장의 경영리더십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10년 내 삼성의 대표 제품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 2008년 3월 24일, 삼성 비자금 사건을 책임지고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뒤 23개월 만에 돌아온 이건희 회장의 첫 어록이다.

하지만 그의 경영 컴백이 오히려 위기론’을 불러 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복귀하는 첫날인 지난해 4월 24일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사업장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5월 17일 이 회장은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했다. 하필 이날 삼성전자 휴대폰이 국내외에서 폭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전사고에 이은 폭발사고는 이 회장의 행보에 불안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이회장의 경영복귀 첫해 성과는 초라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했다. 애니콜 신화도 애플의 아이폰 신화에 무참히 깨졌다. 삼성토탈이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LPG사업은 진출 3개월 만에 접었다. 지난해 11월 G20정상회담 시기엔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머물고 있던 신라호텔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테크윈이 납품한 K9 자주포가 오발, 오작동으로 인해 망신당했다.

또 이건희 회장은 지난 3월 10일 “현 정부는 낙제점은 면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세청이 삼성 계열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신라호텔에선 한복을 입은 한복연구가의 식당입장을 불가해서 문제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백색가전의 꽃’인 3D-TV와 관련 ‘아바타’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LG전자 편을 들면서 ‘위기론’은 더욱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명예회장의 ‘무노조 경영원칙’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고수해 왔는데 7월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그 ‘신화’가 끝날 위기에 놓였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이회장이 머리가 아프다. 회사 안팎에서 고름 터지듯 문제가 연신 터진다. 경영문제 뿐만 아니라 말이 만들어낸 구설수까지 복잡하다. 더구나 3세 경영승계까지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경영권 승계가 가장 큰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재계는 이렇게 분석했다. 2008년 4월 이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다. 3세 경영이 시작됐다. 이재용(삼성전자 사장), 이부진(호텔신라 사장), 이서현(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계열사 경영을 맡았다. 여기에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은 ‘포스트 이건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선 누수현상이 발생한다. 삼성도 그런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의 고민도 여기 있다. 창업주 고 이병철 명예회장이 삼남인 자신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는 다른 형제보다 삼성을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회장 역시 삼성의 후계자는 자신보다 월등한 후계자를 뽑고 싶어 한다.

삼성 후계자 1순위는 이재용 사장이다. 아직 공식적인 인정은 받지 않았다. 1991년 삼성에 첫 발을 들여놓은 뒤 일찌감치 후계자로 주목,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일본게이오대와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유학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합류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7년 전무에 이어 2010년 COO(최고운영책임자)부사장을 맡았고, 올해 사장에 올랐다. 이 사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이다. 에버랜드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 사장의 라이벌로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꼽았다. 인천공항에 루이비통 매장을 입점을 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에버랜드의 지분 8.37%를 소유하고 있다.

연세대 교육과를 나와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했다.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경영전략담당 상무보(2004.1), 경영전략상무(2005.1), 경영전략담당 전무(2009.1)를 거쳐 올해 2월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섰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맡고 있다.

이서현 부사장은 파슨스 다자학교를 나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뒤 기획팀 부장, 기획담당 상무보 등을 거쳐 2009년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그룹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제일기획 부사장과 제일모직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녀는 패션업계 수장답게 패셔너블한 모습을 강조하며 조용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언니와 같은 에버랜드 지분을 갖고 있는 이 전무는 상대적으로 대외활동에 소극적이었으나 갈수록 자기 색깔을 내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계열 분리설 솔솔

일각에선 계열분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1987년 창업주 이병철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삼성은 신세계, CJ, 새한, 한솔로 분리 분가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회장도 세 자녀에게 각각 독립시킨다는 시나리오다. 이재용 사장은 전자·금융 부문을, 이부진 사장은 호텔·레저·서비스 부문을, 이서현 전무는 패션·광고 부분을 맡는 쪽으로 경영 구도가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이 회장의 마음에 드는 인물은 없다.

이재용 사장은 90년대 일본 유학시절 국내 유명 목사의 장남 J씨와 주식에 투자해 실패를 경험한데 이어 2000년대 초반 IT사업에서도 실패를 했다. ‘리틀 이건희’로 불릴 만큼 승승장구하던 이부진 사장도 지난해 G20정상회담 당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신라호텔에 머무는 동안 정전사고가 발생하여 국제망신을 시킨데 이어, 최근 한복파문으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으며 안티삼성에 불을 지폈다.

그나마 이서현 부사장만 조용한 행보를 통해 ‘제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을 뿐이다.

 

경영누수 현상 막기 위해 감사실시

이 회장도 무엇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경영 누수 현상을 지금 잡지 못하면 심각해 질 것이라고 봤다. 지난 3월초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이 호텔신라와 삼성테크원을 감사했다. 기강이 해이해 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감사는 계열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감사는 이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간 기강이 해이해졌다. 구조본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조직문화는 사라졌다. 삼성맨도 사라졌다. 월급을 많이 받는 직장인에 불과하다. 과거 구조본 산하에 있던 홍보실조차도 과거 삼성문화를 찾아 볼 수 없다. 될 때로 되라는 식이다.

이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X파일 사건, 김용철 변호사 폭로 등 대형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조직문화가 사라지고 경영누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영권 승계와 맞물리면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경영권 승계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이 회장이 직접 경영을 챙기고 있는 만큼 후계구도가 예정된 수순을 밟을지, 아니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누굴 후계자로 선택할 것인가는 미지수이다.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을 경우 물밑 경쟁과 신·구 세력 간의 갈등이 발생하여 경영 누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것이 지금의 삼성의 위기의 단초라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 회장의 또 다른 숙제라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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