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위태로운 ‘투명경영’
최태원 SK그룹 회장 위태로운 ‘투명경영’
  • 김명봉 기자
  • 승인 201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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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정권 실세 의원에 ‘性접대’ 의혹 일파만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투명경영’ 기치가 위태롭다. 최근 ‘SK에너지 도청사건’이 공론화되며 한바탕 홍역을 치른 최 회장은 지난정부 시절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이하 SKT) 간부가 당시 여권 의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제기돼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기업 반부패경영 기구인 유엔 글로벌콤팩트 국제이사로 활약하고 있는 최 회장이 정작 본인 회사에서 벌어진 부패, 부정 의혹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2004년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동 이후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그의 경영 철학이 무색해질 위기다.

- SK에너지 도청사건 이어 SKT 간부 ‘性접대’ 의혹
- 2004년 분식회계 파문 와중 여권인사에 ‘2차’ 제공
- 한상률 전 청장에 준 ‘거액 자문료’ 성격 놓고 공방

 

최근 ‘일요신문’은 ‘베트남 성스캔들, SKT 전 간부 공판조서 완전공개’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8월 베트남을 방문한 386의원단에 SKT 전 간부가 ‘성 접대’를 전담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OK SK, 性접대도 OK?

신문에 따르면 당시 참여정부 실세그룹인 386의원들의 의전을 담당했던 인물은 SKT 김모 부장이었다. 그는 SKT의 베트남 네트워크 구축담당자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모 광역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S씨에 대한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B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색해 당시 386의원들에게 골프와 술접대를 했으며 성접대까지 자리가 이어졌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인천지법 형사 13부의 공판조서 및 증인 신문에서 “SKT가 베트남 현지에서 의원들에게 골프와 고급 술집에서 접대를 했고, 일부 의원들에게는 ‘성 접대’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김씨 등은 2004년 8월 19일 오전 8시경부터 베트남 현지 모 골프장에서 의원들과 조를 이뤄 골프를 쳤다. 의원 일행이 호치민시를 방문했을 당시 고급 술집(가라오케)에서 현지 여종업원 7명이 동석해 술을 마셨고 이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은 SKT가 지급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사건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성접대와 관련한 재판장 질문에 김씨는 “제가 방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장이 “4명 중에서 성접대를 해준 사람은 있지만 그 사람이 방에서 실제로 성행위를 하였는지는 보지 않아 모른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김씨는 “예”라고 답했다. 사실상 성접대를 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김씨는 “아가씨까지 대동해 방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누구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희망자에 한해서였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S씨)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성접대 장소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는 “쉐라톤 호텔”이라고 증언했고, 비용 지급에 대해선 “본인이 계산하지 않았지만 회사가 지급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김씨의 진술 내용에 대해 SKT 측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부인했다.
SKT 관계자는 “우리 회사 문화나 업무 시스템상 그런류(성접대)의 의전 관례는 없다”며 “이는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회사 차원에서 성접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상률 게이트’ 주인공에 수억 원 건네

SK의 ‘투명경영’ 가치에 흠집을 낸 의혹은 또 있다. 이른바 ‘한상률 게이트’로 불리는 국세청 로비의혹 사건의 주인공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SK가 ‘자문료’ 명목으로 거액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한 전 청장이 2009년 3월 출국해 미국 뉴욕주립대 방문연구원 신분으로 23개월간 머물면서 SKT, SK에너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로부터 약 7억 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한 전 청장이 돈을 건네받는 과정에 국세청 직원들이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대해 한 전 청장은 “기업에 연구보고서를 제출하고 받은 자문료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미국에 ‘도피성 체류’하고 있던 한 전 청장에게 기업들이 수억 원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국세청 업무와 관련된 로비자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수사당국 안팎에서는 SKT 등이 적법한 외양을 갖춰 지급한 ‘자문료’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무리라는 시작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기업이 전직 국세청장에게 자문을 명목으로 앞 다퉈 줄을 댔다는 사실은 비난의 소지가 충분하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세청 업무와 관련한 청탁성 자금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것이 대기업이 생각하는 동반 상생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SK그룹은 2009년 LPG 담합 사태 당시 ‘리니언시’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악용해 계열사의 면죄부를 샀다는 비난에 이어 최근 기름값 자진 인하 결정을 놓고도 업계 내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정부 압력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담합 조사 면피용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분한 탓이다.

여기에 남대우(73) 전 SK에너지 사외이사가 사측의 ‘불법도청’ 사실을 폭로(본지 836호·4월5일자 11면)해 SK그룹 전체가 도덕성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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