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하철을 이용하는 1,000만명의 국민들이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길에서 만나고 있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가 한 권의 시집으로 나왔다.
제각기 갈 길 바쁜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지하철 플랫폼.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의 인파 속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숙명일지도 모른다. 사람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크린도어’라는 가림막이 이제는 훌륭한 예술 공간으로서 새 역할이 부여되었다. 이 스크린도어에 어느 날부터인가 시가 등장하기 시작한 덕분이다. 삭막한 지하철이 따뜻한 감성의 시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투명한 유리창에 꼭꼭 박혀 있는, 결코 길지 않은 시…. 이 시들은 힘든 삶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잔잔한 감동의 메시지를 준다. 우주, 지구, 시대, 국가, 민족과 같은 거대 주제보다는 가족, 이웃, 동료, 살림, 고향, 사랑, 이름 없는 들꽃, 풀 한 포기를 다루는 소박한 시들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다.
지하철 승강장에 서 있으면 눈앞에 시가 보인다. 급하게 뛰어왔는데도 눈앞에서 열차를 놓쳐버리는 순간 “뭐 그리 바쁘세요. 시나 한 편 읽어 보시죠” 하고 시가 말한다. 그날부터 지하철을 기다리며 유리창에 적혀 있는 시들을 찬찬히 읽기 시작한다.
가슴 설레는 출근길에서, 피곤한 퇴근길에서 만나는 시들은 위로와 잔잔한 감동의 메시지를 보내온다. 어렵지 않고, 길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에….
저작권자 © 한국증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