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속에 감춰진 그들의 속사정
화려함 속에 감춰진 그들의 속사정
  • 김아름 기자
  • 승인 2011.0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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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황,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해마다 한 두건씩 자살사건 떠올라

위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증권맨’들은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 타인의 자산 등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1억 이상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아침 7시까지 출근하고 저녁 10시 이후 퇴근하거나 밤을 새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또한 주말에도 출근해 보고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고액의 연봉을 받지만, 개인적인 시간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할 틈이 없다. 애널리스트의 경우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매겨지고, 서로가 경쟁관계에 있어 사람들 사이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한 증권사 지점장이 “인간적으로 대했더니 나중에는 배신을 하더라”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이면계약, 스트레스, 휴머니즘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화려해보이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진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자

 

투자손실은 직원‘탓’
‘증권맨’들은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금액으로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본래 투자에 실패해 비용이 발생하면 그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책임진다. 물론 소규모의 개인 투자금액은 항의에서 끝나겠지만 억 이상의 투자금액은 다르다. 억 단위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의 선수면서 보통 고위층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책임지게 된다. 또한 이러한 손실은 운용을 못한 직원의 책임이지 증권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 증권사의 입장이다.


주식투자는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반면에 리스크 또한 다른 영업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 리스크를 직원들이 책임지기 때문에 고객들의 손실 보전요청에 자신의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직원 개인이 책임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점장도 ‘빚더미’
이런 일들은 일반 증권가 직원들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다. 간부급인 지점장들에게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약정 강요와 지점장이 제시한 업무추진 보고서 등에 기재된 투자 유치금이 있다.
지점장 본인이 “이번 해 얼마를 예치하겠다”라고 보고서를 올리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예치해야 한다. 금액을 적게 책정하고 싶어도 실적과 승진 때문에 지점장들은 고액의 금액을 책정한다.


보통 1억 이상의 금액을 예치하는데, 이 일도 쉽지 않다. 억대의 금액을 예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다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예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억 이상의 예치금을 받을 때 투자자와 이면계약을 한다고 한다. 투자 원금을 다 잃어도 투자금 대비 몇 % 보장하기로 말이다. 투자에 실패해 비용이 발생하면 결국 보장했던 금액을 자신의 개인비용으로 보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점장들은 항상 업무상 스트레스와 금전적인 손실에 시달린다. 증권가 우스개소리로 지점장이 되려면 재력가 집안에 장가가야 한다고 한다. 손실이 발생해도 처갓집에도움을 요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엄청난 금액의 빚을 지게 된다고 한다. 억대 연봉을 받아도 몇 억이나 되는 보장금액을 감당할 수 없고, 또 이 과정에서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암 등을 선고받은 지점장들이 많다고 한다.

그 외에도 ‘증권맨’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에는 휴머니즘의 결여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같은 업종의 애널리스트라면 순위가 매겨지고, 그 순위로 연봉이 책정된다. 100% 성과와 실적위주의 사회생활인 것이다.

견디지 못 하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악조건 속에서 노출된 사람들 중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증권사의 영업직원이 고객의 손실보상요구에 괴로워하다 지점 객장의 문에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거액의 투자 예치금을 받았지만, 손실을 보게 돼 고객이 보상을 요구했지만 보상금액이 상당해 자살을 선택한 사건이다.


그 외 다른 지점장은 자신의 고향 뒷산에서 농약을 먹고 자살하는 등 타 업종에 비해 증권업계에서의 자살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뿐만이 아니라, 건강이 악화된 경우도 있다. 어느 지점장은 아침 출근길에 쓰러져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계 관계자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암을 선고받은 지점장이 많다. 억대연봉을 받아도 빚이 그 이상이기 때문에 만성 적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예치금이 적거나 실적이 없으면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고액의 금액을 예치해야 한다. 그들은 오후 3시에 장이 마감되면, 정장을 차려입고 ‘영업’을 하러 간다”고 전했다.


증권사 직원은 “잘못된 증권시스템이 불러온 명백한 타살이다. 과도한 약정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엄청난 빚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성이 문제지만, 증권사들은 희망퇴직 등이 불황을 빠져나오는 정답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증권업종의 불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물론 현재는 수수료수익 외에 다른 수익구조로 개선됐다. 하지만 증권사에서 수수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소규모의 금액으로 단기 투자해 투자비용보다 큰 수수료 수익을 챙긴 일이 발생했고, 투자자는 관련자를 고소해 승소한 사례가 있었다.

그들은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이지 돈의 먹이가 아니다. 더 이상 직접투자의 실패와 관리고객의 손실보상 요구가 증권업계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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