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주기···황태자는 떨고 있다
천안함 폭침 1주기···황태자는 떨고 있다
  • 이수영 기자
  • 승인 2011.0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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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병역면제’ 진면목

- 재벌가 면제율 삼성>SK>롯데>현대>GS>LG 순
- 쌍용건설·SKC 회장 해병대 자원입대로 후광
- 삼성가 이건희-이재용 ‘신의 아들·신의 손자’


‘천안함 피폭’ 1주기를 맞은 지난 26일 전후 전국적인 추모물결이 뜨겁게 일었다.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젊은 용사들이 수장되고 수색작전에 투입됐던 한주호 준위가 희생된 사건은 헤이해진 안보 의식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천안함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해 11월 또 다시 연평도 포격 사태가 벌어지며 남북 대치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자연히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 수행 여부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재계 유력인사와 그 자제들의 병역 면제율이 일반인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공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천안함 피폭 1주기를 맞아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적 위치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사회적 시류까지 더해 일부 ‘황태자’들이 남몰래 속을 썩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쌍용·SKC ‘까임 방지권’ 획득
지난해 12월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 총수 일가 중 20~40대 병역의무 대상자 72명 가운데 31.9%에 해당하는 23명이 면제를 받았다. 산업기능 등 대체복무자도 10명으로 13.9%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운데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은 38명으로 전체의 52.7%에 그쳤다. 병무청의 2009년 집계에 따르면 병역 면제율은 2.4%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재벌가 총수 일가의 병역 면제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셈이다.

재벌가의 병역 면제 사례가 판을 치는 바람에 오히려 평범하게 병역 의무를 수행한 인사들이 화제가 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해병대 자원입대자인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과 최신원 SKC 회장은 경영에서도 해병대 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LG그룹의 경우 구본무 회장이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것을 비롯해 장자들은 모두 군복무를 마쳤다. 직계와 방계를 통틀어 형제들이 워낙 많은 탓에 면제자도 많지만 엄격한 유교적 가풍을 따르는 것으로 유명해 LG가 장자의 군복무는 의미가 남다르다.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후계자 수업에 한창인 구광모 LG전자 과장은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다.


“삼성家 병역 면제율 73%”
지난해 12월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병역의무 이행 실태를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강 의원에 따르면 삼성가(家)의 병역 면제율은 73%에 달한다.

강 의원은 지난해 12월 지식경제위 전체회의에서 “삼성가는 병역면제 조사 대상 11명 가운데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재현 CJ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8명이 면제를 받았다”며 “이는 면제율 73%로, 국내 재벌가 중에서 가장 높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또 “믿을 수 없게도 이 회장은 정신질환으로, 승마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이재용 부사장은 허리 디스크로 면제를 받았다”며 “이 회장이 신의 아들이라면 이 부사장은 신의 손자”라고 맹비난했다.

확인결과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외아들 이재용 사장 등 2대가 나란히 군면제자다. 이건희 회장의 면제사유는 정신질환, 이재용 사장은 1991년 11월 재검 끝에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아 면제가 확정됐다. 불과 1년 6개월 전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은 터라 이 사장의 면제 사유는 현재도 논란거리다.

삼성그룹 측에 따르면 이 사장은 1991년부터 이듬해까지 6개월 간 승마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다. 이때 몇 차례 낙마를 했고 허리디스크가 발병했다는 게 삼성 측 해명이다.

그러나 군면제를 받을 정도로 허리가 좋지 않은 이 사장이 해당 기간에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척추전문병원이 아닌 산부인과 전문의 안세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문이 남아있다.

이재용 사장 사촌형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았고 이재관 새한그룹 전 부회장은 갑상선기능 항진증으로 면제를 받은 기록이 있다.


신세계 정용진·SK 최태원 ‘다이어트 킹’?
이재용 사장과 동갑내기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90년 과체중으로 징병대상에서 제외됐다. 정 부회장의 신체검사 당시 체격은 178cm 키에 몸무게 104kg으로 상당한 비만이었다.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정 부회장의 지금 ‘훈남’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구다. 정 부회장은 모터사이클 마니아이자 각종 스포츠에도 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KBS는 지난 2007년 관련 보도를 통해 정 부회장의 서울대 재학 당시 학생카드를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엔 키 178cm에 체중 79kg으로 지극히 정상이었다. 당시 병역면제 기준은 103kg이었다.

군 면제를 노리고 일부러 살을 찌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질 만하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고의적인 병역 기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세계 측은 “당시 과체중이었기 때문에 군대를 갈 수 없던 것 뿐 일부러 안 가려고 비리를 저지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20대 시절 정 부회장의 원래 몸무게는 110kg에 육박했으나 신체검사를 앞두고 오히려 살을 뺐고 이후 꾸준히 체중관리를 한 끝에 지금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무줄 몸무게’로 군면제를 누린 인사는 또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SK가는 2008년 조사에서 삼성가 다음으로 군면제자가 가장 많은 재벌가로 꼽혔다.

현재 최태원 회장은 179cm 키에 몸무게 85kg으로 탄탄한 풍채를 자랑한다. 테니스 마니아로 아마추어 선수급의 실력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최 회장 역시 과체중으로 군면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은 근시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도 시력이 좋지 않아 군복무가 면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 이중국적 딜레마
현대가에서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담낭 절제술을 받아 특이 병력으로 면제 혜택을 받았다. 같은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면제자가 됐다. 역시 현대가인 정몽선 성우그룹 회장도 원시로 면제를 받았다.

국적을 이유로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워진 경우도 적지 않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면제 사유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국적을 취득해 면제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사장 형제는 모두 이중국적을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 이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현지 국적을 취득했고 이후 한국 호적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난 1996년에야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이미 형제의 나이는 불혹을 넘긴 시점이었다.

영주권 소지자로 병역 면제가 된 경우는 구자준 LIG 손해보험 회장의 아들인 구동범, 구동진 형제가 있다. 이들은 미국 국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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