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富의 비밀’ 풀렸다
세계 최고 ‘富의 비밀’ 풀렸다
  • 이수영 기자
  • 승인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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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1등’ 카를로스 슬림 신드롬

- ‘대범함’ 자국 경제위기 때 공격적 투자 감행
- ‘인색함’ 넥타이 값 10$ 깎으려 마라톤 실랑이
- 멕시코 정경유착의 상징···사업권 독점해 논란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 최대의 갑부 카를로스 슬림(71)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집계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그의 재산은 740억 달러(2010년 기준·약 83조 원)에 이른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86억 달러)보다 무려 8.6배나 더 부자인 셈이다.


더구나 1년 만에 205억 달러를 더 불린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하루에 628억 원씩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레바논 출신 이민자 2세인 그를 세계 최대부호로 만든 ‘비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카를로스 슬림은 멕시코 통신재벌로 남미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아메리카 모빌 등을 자회사로 둔 카르소 그룹의 명예회장이다. 카르소 그룹은 유·무선 통신을 비롯해 금융·외식·담배·타이어·호텔·방송·인터넷 등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다시피 한 재벌그룹이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멕시코 국민들 사이에서는 ‘아침에 눈을 떠 슬림의 주머니에 돈을 넣지 않고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떠돌 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

 

부친 유산은 단 5억 원
1940년 레바논계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슬림은 어려서부터 타고난 ‘장사꾼’이었다. 가족과 친지 모임이 열릴 때마다 사탕, 담배 등을 팔아 용돈을 마련하곤 했다는 것. 부동산 투자로 알부자가 된 부친으로부터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를 물려받은 26세의 슬림은 이를 종자돈 삼아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돈을 빨아들이는 슬림의 비결, 첫 번째는 과감성이었다.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몸집을 불리고 사업 기반을 다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멕시코는 안 망한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2년 멕시코 주가폭락 사태 당시 슬림은 부실기업을 헐값에 사들였고 2년 뒤 유선통신사 ‘‘텔레포노스 데 메히코(텔멕스)를 인수해 부 축적의 기반을 다졌다. 텔멕스는 현재 멕시코 전화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텔멕스 종신회장인 슬림은 매년 6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씩 벌어들인다.


텔멕스는 멕시코 국민 92%의 전화선을 공급하고 슬림 소유의 이동통신회사 텔셀은 멕시코 내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른다. 역시 그의 소유인 아메리칸 모빌은 미국을 포함해 미주 대륙 15개국에 1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둔 거대기업이다.

 

안 먹고 안 쓰는 ‘짠돌이’
그를 세계 최대부호로 만든 또 다른 원동력은 바로 안 쓰고 안 먹는 ‘자린고비’ 정신이다. 1990년대 말까지 싸구려 플라스틱 시계를 고집하고 넥타이 값 10달러를 깎기 위해 가게 주인과 몇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일화는 상당히 유명하다.


호화요트나 별장도 장만하지 않은 그는 30대에 장만한 집에서 칠순을 넘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물론 슬림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영통신사 텔멕스를 인수할 당시 독점권을 부여받는 등 멕시코에서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꼽힐 정도로 각종 이권을 독차지한 까닭이다.


더구나 빌 게이츠 등 다른 거부(巨富)들에 비해 기부나 사회환원에 무관심하다는 평이 좋지 않다.

“가난은 자선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며 사업가는 기업을 튼실하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의 말은 슬림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최근에는 40억~100억 달러 규모의 기부금을 쾌척해 ‘사람이 변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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